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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안전공단, 과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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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안전공단, 과연 '안전'한가

노조 불인정 직장폐쇄, 계약직으로 주요시설 안전진단

공기업인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이사장 최길대)이 지난 1년반동안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협약을 기피하다가 직장폐쇄를 단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이래 첫 직장폐쇄다.

더욱이 60여일에 걸치는 파업기간 동안 계약직 등을 동원해 지하철, 교량 등 주요시설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부실진단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낳고 있다.

***노조 불인정, 1년반동안 단체협약 기피하다가 직장폐쇄**

시설안전공단은 지난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계기로 주요 시설에 대한 주기적 점검, 진단을 위해 1995년 설립돼 현재 대구 지하철, 노량대교 등 주요 시설물 안전 진단을 담당하는 주요기관이다.

16일 시설안전공단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01년 11월 만들어진 노조는 사측과 1년 6개월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최길대 이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아 결국 4월14일부터 1백28명 조합원 중(전체 직원 약 1백70여명) 90% 이상의 찬성으로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고 결국 경영진은 지난 12일 직장을 폐쇄했다.

시설안전공단 노조는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사항들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이 체결하고 있는 협약의 일반적인 내용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시설공단 경영진이 노동조합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낙하산' 경영진의 비리 경영이 원인**

노조관계자들은 노조설립과 파업의 근원은 "지난 8년 동안 시설안전공단이 원래의 공적 기능을 상실하고 안전 진단을 부실하게 해 왔으며, 특히 현 최길대 이사장은 인사 청탁과 불투명한 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시설안전공단은 발주처에서 진단을 의뢰하고 그 비용을 공단에 지불하는 구조로 운영하게 돼 있다. 즉 공단의 안전 진단 보고서가 발주처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1인당 연간 7천5백만원을 회사에 납입하도록 목표액을 정해주는 전입금 제도를 둬 달성을 못할 경우에는 임금이나 인사 등 처우에 불이익을 주고, 매출액의 증가를 위해 3인으로 이루어진 1팀이 연 5건 이상의 대형 시설물을 중복 진단하도록 강요해 부실 안전 진단을 조장하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1년 4월에 취임한 현 최길대 이사장은 흔히 건교부에서 '도로 마피아'라 불리는 도로국장을 지낸 건교부 관료 출신이다. 주로 도로 분야에서 일한 최길대 이사장이 시설안전공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 자체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이에 더해 이사장 외에도 시설공단의 주요 보직은 주로 건교부 출신 관료들로 채워져 있고, 심지어 업무에서 중요한 직위인 기획본부장에는 청와대 군인 출신이 임명되는 어처구니없는 인사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노조는 최길대 이사장이 취임 후 최 아무개 씨를 비롯한 친인척 5명을 부당하게 채용하거나 승진시켰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최 아무개 씨의 경우 부임시 자신의 비서로 데리고 와, 임시직으로 근무케 한 뒤 9개월 뒤에 바로 6급 정식 직원으로 기획예산부로 특별 승진, 발령시켰다는 것이다. 또 건교부 재직시 상사였던 신 아무개 씨의 경우에는, 이미 정년을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위원, 전문위원 등으로 계약 채용해 연봉 7천만원 상당의 임금을 계속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최길대 이사장은 이런 인사 청탁 외에도 매년 동일인에 의한 회계 감사를 해오고, 잉여금의 사용처나 계획을 비공개하는 등 공단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01년에는 정당하게 지불해야 할 야간근로수당을 6개월간 지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파업 기간에 계약직으로 지하철 등 안전진단**

한편 60여일의 파업 기간 동안에 대구 지하철 화재 현장이나 노량대교에 대한 정밀 안전 진단이 파행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나 또다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최길대 이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1년이 채 안된 계약직을 동원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거나(대구 지하철),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제외한 약 30%의 인원만으로 안전 진단을 실시해(노량대교) 놓고서 주요 시설물 안전 진단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허위 보고를 해 왔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노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시설안전공단은 대구 지하철과 노량대교 외에도 동호대교, 장마를 대비한 철도, 교량, 댐 등에 대한 안전 점검을 해야 할 상황이어서 이번 파업 및 직장 폐쇄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주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3일 개최된 국회 건설교통위에서도 의원들은 "공공기관에서 직장 폐쇄는 부당한 조치라고 지적"하면서 "직원의 90%가 60일이 넘게 파업을 하고 있다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므로 건설교통부 장관과 기관장이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강력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건교부 장관과 첫 면담을 가진 과기노조 이성우 위원장과 시설안전공단 노조 강영구 지부장은 "건교부 장관은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당장 시급한 정밀 안전 진단을 민간 기업에 위탁해 시간을 벌 궁리만 하고 있다"면서 "공적 기능을 회복하고 노동권을 지키려는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할 것"을 건교부와 기관 경영진에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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