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시설안전공단) 파업 농성장을 철거하기 위해 회사 쪽의 치밀한 사전 준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로 할 때 순순히 나가라"**
과기노조에 따르면, 21일 새벽 4시에 철거용역 30여 명이 농성장에 진입해 현장에 있는 총 6명의 노조 간부를 강제로 쫓아내는 과정에서 폭력까지 행사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노조원은 21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전날 자정 '말로 할때 현장에서 순순히 나가라'는 경영진의 경고가 있어서 긴장하긴 했지만, '요즘 세상이 어느 땐데'라는 생각에 설마 새벽에 급습하는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당시 노조원 6명 중 1명은 잠시 농성장을 비웠고, 5명은 잠시 눈을 붙이면서 피로를 풀고 있었다.
이때 같이 누워있던 이광오 과기노조 조직부장의 핸드폰이 울렸고, 갑자기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이 부장이 누워있던 천막으로 몰려들었다. 현장 책임자였던 이 부장을 목표로 삼아 식별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울리게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용역들은 담을 넘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망치 들고 "개새끼들 죽여버린다"**
농성장 천막에서 자고 있었던 5명의 조합원들은 한 손에 철거 망치를 들고 2인 1조로 달려드는 이들에게 저항하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폭력배들은 "개새끼들 죽여버린다"는 욕설을 퍼부으면서 한 사람은 망치로 위협하고 한 사람은 팔을 뒤로 꺾어 조합원들을 제압한 뒤, 농성장 근처의 빈방에 가두기 위해 끌고 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주먹으로 맞고 발로 걷어차이는 등 폭행을 당했다. 특히 이광오 부장은 끌려가는 과정에서, 농성장을 철거하면서 땅에 떨어진 유리 파편이 발에 박혀 병원에서 유리를 빼내고 찢어진 상처부위를 꿰매야 했다.
***경찰, 폭행사태 10여분간 방관**
폭력배들이 설치된 천막과 현수막, 대자보 등을 망치로 부수는 동안 노조원들은 새벽 4시13분과 17분 두 차례에 걸쳐 농성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파출소에 신고를 했고, 폭력배들이 철수하기 10분 전에는 파출소 경찰관 4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10여분 동안 경찰관들은 사태만 지켜볼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나중에 폭력배들이 철수할 무렵에야 "그대로 보내주면 책임을 꼭 물을 것"이라는 노조원들의 항의에 순찰차를 타고 쫓아가 2명을 잡았다.
현재 폭행당한 조합원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고, 귀가했던 노조 조합원들이 급하게 농성장으로 와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과기노초측은 이번 사건 배후에는 공단 기획관리본부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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