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중국 발 미세먼지와 국내 미세먼지 발생 저감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효과적인 미세먼지 소통 정책과 전략을 펼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집요하게 미세먼지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탈원전 때문에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기획연재물의 두 번째 글에 대해 어느 독자는 소셜 댓글을 달아 "태양 바람 같은 개소리 하지 말고 가장 안전한 클린 에너지 원전을 대폭 확충해서 화력발전소를 없애는 게 유일하게 현실적인 미세먼지 대책이다."라고 주장한다. 딱 보아도 친원전 맹신론자의 글임을 알 수 있다.
원전은 미세먼지를 사실상 내지 않는다. 현재 원전은 지난번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계속 짓고 있다. 다만 앞으로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려는 계획은 백지화했다. 원전 사고가 가져올 엄청난 핵폭풍과 사용 후 핵연료 등의 처리 등을 놓고 국민 불안과 안전 우려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탈원전 대신 석탄화력발전소(이미 건설 중인 것을 제외하고)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면 이 독자의 글이 나름 설득력을 지닌다. 하지만 그런 계획은 없다.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도 노후화한 것부터 차근차근 최대한 빨리 퇴출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미세먼지 문제는 탈원전, 에너지 전환 정책 때문에 심각해진 것이 결코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은 미세먼지 해결의 일등공신 노릇을 할 수 있는 효자들이다. 반탈핵을 외치는 사람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일반인들은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한다 해도 소위 원자력 전문가란 사람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이들은 주야장천 ‘기승전원(자력)’을 외친다. 일부 야당 정치인들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의 관심은 미세먼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원전의 화려한 부활에 꽂혀 있다.
미세먼지 전문가와, 미세먼지 관련 정부 당국은 이들의 논리 허구성을 간파해 제때, 적절한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전달 과정에서 오독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반탈핵 주창자들이 만들어내는 잡음에 국민의 귀가 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내외 미세먼지 줄이기 어려워도 위험소통은 가능한 분야
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을 하루아침에 확 줄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문제도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그나마 힘을 쏟으면 가능한 부문이 바로 위험 소통, 즉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세먼지와 관련한 한 제대로 된 위험 소통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미세먼지 문제가 곧 해결될 것처럼 왜곡되고 시민의 불안이 증폭된 것도 따지고 보면 위험 소통에 서툴렀기 때문이다. 아니 잘 몰랐기 때문이다.
위험 소통은 인공강우나 도심 미세먼지 제거 탑과 같이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다. 역대 정부처럼 문재인 정부도 위험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해왔다. 청와대도 그렇고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도 그렇다. 대통령에서부터 총리, 장관, 정부기관장, 미세먼지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위험 소통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아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정책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이 허위 사실에 기초하거나 비과학적인 내용에 근거해 형성될 경우 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이 경우 근거에 기반을 둔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실행하려 해도 반대에 부딪히거나 호응을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일반 국민의 인식이 그런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효과적인 미세먼지 소통 전략을 세워 이를 적절한 미디어를 통해 소통해야 한다. 위험 소통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김영욱 교수에 따르면 미세먼지 위험 인식과 관련해 우리나라 전문가와 일반인의 그것이 매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물질이나 식품 유해요소 등 다른 위험들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전문가와 일반인의 위험 인식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 미세먼지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 간 의견 차이 위험 인식 증폭, 빨리 해소해야
인식은 과학·사회적 요인, 심리적 요인, 역사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어우러져 형성된다. 따라서 전문가의 인식은 틀렸고 일반인의 인식은 맞았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인식은 현상 그 자체다. 따라서 미세먼지 관련 소통 정책을 펼 때는 대상자, 즉 수용자에 해당하는 일반인의 인식에 맞춰 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먼저 우리 국민이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궁금하게 여기는 것을 파악해 정부는 확실하게 답변해줄 의무가 있다. 그것도 머리에 속속 들어갈 수 있는 단어와 문장으로 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리는 것은 하루빨리 이들을 한데 모아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부분 합의되는 것은 그대로, 조건부 합의는 그것대로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헌재 판결도 다수와 소수 판결을 함께 소개하지 않는가. 전문가 간 의견 차이는 위험 인식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위험 소통의 세계에서는 정보를 전달하거나 정보를 가지고 소통하려는 쪽 사람들이 반드시 준비된 상태에서 언론 또는 시민과의 소통 장소에 나가야 한다는 것을 금과옥조로 삼는다. 즉흥적인 답변이나 아이디어 발표는 금기로 돼 있다. 특히 위험 소통에서 책임자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브리핑이나 대화 전에 철저한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 즉흥적이고 조급한 답변과 아이디어 과시는 자칫 하면 무덤을 파는 격이 된다. 혹을 떼려다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결과를 낳는다.
미세먼지와의 싸움은 운동경기로 치자면 마라톤에 견줄 수 있다. 전쟁에 비유하자면 이라크전과 같은 단기전이 아니라 1차 세계 대전이나 2차 세계 대전처럼 장기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골인지점까지 가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주변에서 늦었다며 마구 뛰라고 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뛸 경우 결국에는 골인지점 근처도 못가보고 중도포기하게 될 것이다.
‘미세먼지소통센터’ 세워 국민과의 소통 나서야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효과적 위험 소통 전략을 짜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터이다. 미세먼지 오염은 매우 복합적인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해결이 너무나 어렵 듯이 미세먼지 소통 전략을 짜는 것도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주먹구구식의 소통 전략은 반드시 실패한다. 이 분야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미세먼지 소통을 위해서는 이를 전문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조직, 예를 들면 ‘미세먼지소통센터(가칭)’를 세워 여기에 위험소통에 관해 많은 경험과 이론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대거 참여토록 해야 한다. 이 기관이 우리 사회 미세먼지 소통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파악하고 이를 헤쳐 나갈 전략을 세우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미세먼지 관련 정부 부처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간부와 미세먼지 관련 기관과 연구기관, 그리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위험 소통 역량을 키워내는 작업을 이곳에서 떠맡아야 한다.
이 센터를 미세먼지와 관련한 국내외 정보를 모아두고 이곳에 일반 시민들이 들러 정보를 찾아보도록 만드는 것만으로는 미세먼지 해결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미세먼지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가짜뉴스와 왜곡보도를 포함한 언론 보도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인에 대한 대응 내지는 교육·토론·소통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이 또한 ‘미세먼지소통센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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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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