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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 제안 모든 대화 '2월 1일 이후로'

개성공단 임금 인상 요구 억제용…'수세적 태도' 지적도

정부는 북한이 제의해 온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내달 8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5일 "정부는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양건 부장에게 통지문을 보내 금강산 개성 관광 관련 실무회담을 2월 8일 개성에서 갖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4일 이 회담을 이달 26~27일에 열자고 제안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정부의 입장은 그에 대한 수정 제안인 셈이다. 이에 대해 천 대변인은 "내부적으로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며, 현재 남북관계가 여러 가지로 미묘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측이 26일에 개최하자고 제안한 개성공단 '3통(통행, 통관, 통신)' 관련 군사실무회담도 내달 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열린 후에 하겠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회담 개최 일자를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회담 전략인가, 관광 재개 꺼려해선가

이렇듯 정부가 북측이 제안한 두 회담을 미룬 것은 개성공단 실무회담의 결과를 보고 향후 대화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지난 19~21일 남북 해외공단 공동시찰단 평가회의를 마치며 남북은 내달 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열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그 회담이 열릴 경우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 인상 문제를 의제로 할 것이냐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그런 상황에서 예컨대 '3통' 관련 군사실무회담을 먼저 하고 거기서 북한이 진전된 입장을 취한다면 향후 열릴 개성공단 실무회의에서 임금에 관한 북한의 요구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정부는 바로 이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성·금강산 관광 회담도 3통이나 임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그와 유사한 맥락에서 일단 뒤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미묘한 상황이기 때문"에 관광 관련 회담을 미뤘다는 정부의 설명은 단번에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회담 전략도 전략이지만, 관광 재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소극적인 속내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관광 대가 현물 지급 요구할까

금강산·개성 관광 관련 회담이 열릴 경우 남측은 고(故) 박왕자 씨 피살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신변안전 보장 제도 마련 등 '3대 선결조건'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북한도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남측이 관광 대가를 현금이 아닌 현물로 지급하겠다고 할 경우. 지난해 11월 정부 고위당국자는 "그 문제(관광 대가 현금 지급)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가 가고 있는 상황과 걸려 있다"고 말해 변경 요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이날 관광 대가 변경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정부는 금강산 관광 사업은 안보리 결의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나중에 관광이 재개되는 시점에 그 문제(현물 지급)가 필요하면 검토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바 없다"고 말했다.

北 아태 명의 제안에 南은 통전부장 앞으로 통지

한편, 북한은 1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명의로 관광 관련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정부는 이날 통지문을 보내며 수신인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양건 부장'으로 명시했다.

이에 대해 천해성 대변인은 "김양건 부장은 아태위원장도 겸임하고 있지만 당 중앙위원회와 통일전선부장으로서 현재 남북관계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노동당 중앙위 명의로 전통문을 보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광객의 신변안전 문제가 협의, 보장되기 위해 책임 있는 당국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측이 어떤 형식으로 답변을 해올지도 관심사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다시 아태 명의로 답신을 보내올 가능성에 대해서 "그럴 가능성은 당연히 고려하고 있으나 일단은 어떻게 오는지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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