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적자생존의 '금융전쟁' 시작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적자생존의 '금융전쟁' 시작되다

김정태, "국민 독주 막으려면 하나-신한 합병하라"

지금 경기장에서는 축구전쟁, 정치판에서는 선거전쟁이 한창 진행중이다. 그러나 또 한 곳 금융계에서도 지금 '소리없는 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금융전쟁의 진앙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의 김정태 행장은 11일 한국경제신문이 주는 다산경영상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른 은행들을 바짝 긴장케 할 '선전포고'를 했다.

"9월말 전산통합이 되면 합병은행의 위력이 드러날 것이다. 전산통합이 마무리되면 이를 바탕으로 시장공략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생각이다. 국민은행 1천3백개 점포가 대출이나 수신 드라이브를 걸면 은행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현재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다른 은행보다 0.5%포인트 낮다."

***"마침내 올 게 오는구나"**

김 행장의 이 발언은 예삿 발언이 아니었다. 경쟁 은행들의 반응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량은행 범주에 속하는 H은행 고위관계자의 반응을 들어보자.

"김 행장 말을 접하고 오싹 소름이 끼쳤다. '마침내 올 게 오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부터 은행권에는 '국민은행에게 잘못 찍힌 은행은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국민은행에서 '살생부'를 짜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의 조달금리는 김 행장이 호언했듯 국내 은행들 가운데 가장 낮다. 조달금리가 낮다는 것은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국민은행이 A은행을 집중 공략하기로 작심하고, A은행에서 돈을 빌려간 고객들에게 '대출금리를 낮춰줄 테니 우리 은행으로 거래를 옮기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A은행은 순식간에 고객들을 무더기로 빼앗겨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다."

***경쟁 우량은행들의 급속한 수익력 악화**

벌써부터 국민은행의 존재는 경쟁 우량은행들에게 피 말리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올 들어 은행권에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은 신한, 하나, 한미로 대표되는 우량은행들의 상대적인 수익력 악화이다. 연초부터 지난 5월말 현재까지의 충당금 적립전 이익 증가율을 보면,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이 신한은행은 15.62%, 하나은행은 11.95%, 한미은행은 9.1%에 그쳤다. 이는 우리은행의 59.28%, 외환은행의 57.56%, 기업은행의 57.39% 등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왜 이런 일이?
주범은 다름아닌 국민은행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리자 다른 은행들이 서둘러 금리를 올릴 때에도 국민은행만은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저금리 정책을 취해도 계속 돈이 몰려드는 판에 굳이 금리를 올릴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의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다른 은행들보다 수신금리가 높지 않으면 그 다음날 미련없이 돈을 옮길 고객들이 부지기수였다.

특히 거액을 맡기는 고객이 많은 신한, 하나, 한미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그러다 보니 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차이, 즉 예대마진이 은행으로서는 남는 게 거의 없는 2%에 근접할 정도로 수신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올 들어 수익력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민은행은 전산통합이 끝나는 9월말 금융전쟁 돌입을 위한 구체적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국민은행은 오는 7월부터 중소기업을 전담할 RM 점포 1백76개를 위시해 소규모자영업자(SOHO)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5백개 팀을 별도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가계대출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중소기업 및 소규모자영업자 시장을 본격적으로 파고들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아니다.

금융전쟁은 이미 막을 올린 셈이다.

***김정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합쳐야 한다"**

금융전쟁의 도래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하나, 신한 등 우량은행들이 합병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도 금융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말만 무성했을뿐, 여지껏 성사된 것은 하나도 없다. 하나은행은 제일은행의 합병 결렬선언으로, 신한은행 역시 한미은행의 합병 거절로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다. 요즘 들어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깝다"는 '계륵'의 심정으로 서울은행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성사가 된들 큰 시너지효과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경쟁은행들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합쳐야 한다. 그럴 때에만 국민은행을 위협할 수 있다. 다른 자그마한 은행을 합쳐봤자 국민은행을 절대로 위협할 수 없다.

하나와 신한이 합치면 단숨에 랭킹 2위로 뛰어오른다. 두 은행이 합하면 맨파워도 대단해진다. 국민은행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 이런 치열한 경쟁 상황이 전개돼야만 국민은행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은 경쟁자가 없으니 도대체 지금 우리가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지 판단이 안선다.

하나와 신한이 합하면 그 여파로 기존의 은행질서가 대대적으로 재편될 것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모두 고사할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국민은행의 독주를 막을 곳은 어느 곳에도 없다. 이제 은행들이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때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