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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받겠다더니 보복성전… 北 '오락가락'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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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받겠다더니 보복성전… 北 '오락가락' 이유는?

"적절한 수준 설명 있으면 해결될 문제"…정부 대응에 주목

15일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옥수수 1만t 지원을 받겠다'며 남측에 열린 자세를 취했던 북한이 곧바로 최고 권력기관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청와대와 통일부, 국가정보원을 비난하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 국방위 성명에서 북한은 "'비상통치계획-부흥'을 만든 남조선의 통일부와 국정원을 즉시 해체하라"며 "거족적인 보복성전이 개시될 것"이라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특히 "(남한이)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한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앞으로의 모든 대화와 협상에서 철저히 제외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라며 최근 적극적으로 내밀었던 손을 거둬들였다.

대화하자던 北, 갑작스런 강경 비난

올해 초부터 북한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와, 지난 2년 간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북한은 지난 1일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강조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뜻을, 11일에는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14일 통일전선부 산하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가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갖자"는 전화통지문을 보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됐다. 또 오는 19일에는 남북공동시찰단이 시찰결과 평가회의를 갖고, 이를 개성공단관련 실무회담으로 이어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15일 국방위 성명에서 북한은 '남한 당국자를 대화에서 제외하겠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이렇듯 일관성 없는 북한의 대남기조에 대해, "북측이 남측의 정책 변화를 위한 강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관계 개선 행보는 전적으로 '남측이 하기에 달렸다'는 압박의 의미라는 뜻이다.

'부흥계획'에 발끈… '평화구상'도 같은 맥락?

새해 보름 동안 남북관계에 온난 기류만 감지된 것은 아니다. 특히 북한 급변사태 대비 비상계획 '부흥'(코드명)의 내용이 밝혀지고,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新)평화구상'이 올 상반기에 구체적 이행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진 13일의 온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3일 일부 언론이 보도한 부흥계획은 군사적 작전인 '작전계획 5029'와는 달리 행정적, 통합적 성격이 강한 북한 급변사태 대비 비상계획으로 알려졌다. '부흥'이라는 이름에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출발점인 '비핵·개방·3000'처럼, 북한 경제 개발 전략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도에 따르면 '부흥'은 북한 체제가 사고형, 군부쿠테타형, 주민저항형 등 3~4가지 급변사태로 붕괴할 경우에 대비, 북한을 비상통치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를 담고 있다.

15일 북한 국방위 대변인 성명에서 비난의 화살은 온통 부흥계획과 이를 작성했다고 알려진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꽂혔다.

이 계획이 사실상 북한의 체제붕괴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가 나서 "'비상통치계획-부흥'은 우리의 사회주의제도전복을 기도한 남조선당국의 단독반공화국체제전복계획"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13일 구체적인 이행 소식이 전해졌던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 평화구상'도 내용상 같은 맥락에서 북한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를 통해 제기한 평화구상은 북한이 핵 포기 결심을 보여줄 경우 남측이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구상으로, 북한이 줄곧 비난해 온 '비핵·개방·3000' 등과 맥을 같이 한다.

통전부-국방위 '다른 말'은 전략?

한편 같은 날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UN 안보리 제재를 해제하면 즉각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안보리 제재조치를 조정할 경우 새로운 안보리 결의 채택이 필요하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또 남북군사실무회담 북측 단장은 남측 보수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띄워 보낸데 대해 공격적인 어조의 전화통지문을 보내오기도 하는 등, 남북관계에서도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북측의 적극적인 대화 공세에도 남측이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자"는 데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국방위가 나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국방위 성명이 "부흥계획에 대한 불쾌감을 강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데 선을 긋고 "정부 차원에서의 적절한 수준의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으면 해결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평화협정을 위해서 남한 당국을 필요로 하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남한 당국을)'대화에서 제외한다'는 경고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와 관련 "통전부가 일련의 유화 정책을 쓰는 데 대해, 국방위가 견제를 가하며 일종의 노선투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방위와 통전부가 사전 의견 조율이 안 됐거나, 일부러 다른 말을 하면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전략이란 "'협력을 원한다. 그러나 체제를 건드리면 용서 못 한다'"는 어법 속에 감춰진, '남북관계 개선이냐, 군사적 긴장의 길이냐'는 선택지의 제안이다.

백 연구위원은 "부흥계획 같은 것을 진짜로 만들고 있다면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적극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화냐, 아니냐", 선택은 南에

이렇듯 한 쪽에선 온건하게, 한 쪽에선 강경하게 대남 메시지를 발신하며 선택을 요구하는 전략은 지난 11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제안한 외교부 성명에서도 확인된다.

이 성명에서 북한은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한해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중히 제의한다"며 한국을 슬쩍 제외시키면서도, '함께 할 수도 있다'는 뜻도 동시에 내비쳤다.

그런 입장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은 9.19 공동성명에 지적된 대로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그 성격과 의의로 보아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조미회담처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는 대목에서 확인된다.

한국은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적절한 별도 포럼에 참여하는 '직접 관련 당사국들'과 '6자회담의 테두리 내' 모두에 해당된다.

북한은 이러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 6자회담 전략 등에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15일 국방위 성명에 들어있는 '남한 당국을 대화에서 제외하겠다'는 선언에도 "온 민족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가 달려있어, 남한의 대북 기조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정부가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관련 실무접촉, 옥수수 1만t 지원 등 인도적 문제 등 남북관계와 관련된 일련의 사안들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15일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일부 언론 보도를 근거로 해서 우리측에 대해 위협적 언동을 하는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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