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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감지기 의무설치 규제는 어떻게 완화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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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감지기 의무설치 규제는 어떻게 완화됐나

[안종주의 안전사회] 잇단 청년 죽음, 한국의 안전을 묻다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 3명이 숨지는 등 모두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도 강릉 펜션 고교생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의 여파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 사고 직후 의식을 잃었던 7명 가운데 한 명은 빨리 회복돼 퇴원했고 나머지 6명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은 불행 중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빠른 치료·치유와 함께 두 번 다시 이런 참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과 함께 간접적 원인, 근본적 원인에 대한 조사와 사회적 논의,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등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경찰은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위험 요인이 일산화탄소라는 것은 곧바로 알아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눈앞의 원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논의의 초점을 덜 맞추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과 함께 강릉 펜션 고교생 일산화탄소 집단 중독 사망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감식을 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까지 보일러를 무자격자가 설치했고 연소를 위한 급기관이 벌집으로 막혀있었다든가, 가스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배기관이 보일러에서 탈착되어 있었다는 등의 사고 발생 원인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을 하나씩 모아가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2014년 보일러 설치 당시 건물주가 인터넷을 통해 가스보일러를 산 다음에 무자격 업자에 시공을 맡긴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애초부터 연통이 부실하게 설치됐는지, 나중에 보일러에서 이탈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가스 안전점검을 둘러싸고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쪽과 펜션 소유자, 운영자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사고가 난 펜션에 대한 가스시설 정기 검사를 진행해 그때마다 '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펜션 소유주와 운영자는 가스안전공사의 정기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외부 가스 용기와 배관까지만 정기 점검하고 최초 완성검사를 받을 당시 보일러 설치에 따른 안전 점검 여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일러 연통과 본체가 어긋난 것에 대해서는 4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현재 조사받는 모든 관련자가 '잘 모르겠다.' '너무 오래 돼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의 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행차 뒤 나발 부는 강릉시와 한국 사회

한편 해마다 새해맞이 해돋이 관광객 특수를 누려왔던 강릉시에서는 이를 코앞에 둔 지난 18일 악재가 터지자 비상이 걸렸다. 강릉시는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안가 지역 농어촌민박 시설을 우선 대상으로 해 24일부터 28일까지 가스시설 배관 연결 상태와 가스 누출 여부, 소방시설 설치상태와 관리 실태, 피난시설과 방화시설 관리실태 등을 긴급 점검키로 했다. 이어 2019년 1월 31일까지 관내 모든 농어촌민박 시설 629곳을 대상으로 강릉소방서와 한국전기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등과 함께 특별 합동점검에 나선다.

앞서 강릉시 등의 대책과 안전 점검은 사고가 난 뒤 사고의 종류와 피해 규모와 관계없이 우리 사회가 늘 해오던 대처 방식과 궤를 같이 한다. 상식적이고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대책이자 접근방식이다. 이제는 더는 이런 대처와 조처에 머무르면 안 된다.

사람이 죽으면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게 돼 있다. 여기에는 직접사인과 중간선행사인, 선행사인을 모두 적게끔 한다. 이들 사인은 서로 겹칠 수도 있다. 국가는 사망진단서의 이런 3대 사인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사망을 줄일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학생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이나 연통이 본체와 어그러져 있었다는 등의 사실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펜션 건물주가 부실하게 보일러를 관리했는지, 가스감지기 설치는 왜 하지 않았는지, 이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날 때까지 국가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익 앞에 무릎 꿇은 안전 정책·제도 모두 물 위로

또 농어촌민박집에는 가스감지기 의무 설치를 면제하게끔 한 규제완화가 과거에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한다. 민박집의 아주 자그마한 경제적 편의 때문에 투숙객 안전은 소홀해도 좋은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농어촌민박뿐만 아니라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 산재 사망에서도 보듯이 공기업과 대기업의 비용 부담 완화 때문에 2인1조 근무제 외면, 위험의 외주화 등 안전장치와 설비 투자 기피 등을 포함해 노동자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우리나라의 산업 시스템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이것이야 말로 채 피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스러져간 이 땅의 청년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살아 있는 우리들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더는 길이다. 지금부터 유족들과 노동자, 그리고 깨어 있는 시민들의 염원과 열망을 한데 모아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성장과 이윤을 이유로 안전을 도외시한 제도와 정책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필 때이다.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백가쟁명을 해서라도 그동안 가려져 있던 위험 규제 완화 정책들을 죄다 무대 위로 올리자.

쇠도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때리고 벼리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든, 시민이든, 안전약자든 지금이 모두의 안전을 담보해주는 제도와 문화를 튼튼하게 뿌리 내릴 수 있는 적기이자 절호의 기회이다. 만약 우리가 조금이라도 일찍 생명과 안전이 최고의 가치라는데 동의하고 확실하게 실천했더라면 김용균 씨와 고등학생들은 지금 밝은 얼굴로 집을 나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고 있었을 터이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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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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