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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은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물어뜯었나?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 ④

조중동, '세금폭탄론'으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뒤흔들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본다. 자신의 생각이 아무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미디어에서 본 정보와 해석이 그의 가치관과 세계관, 그리고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더 정확히 말하면 부동산시장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생각과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장참여자들의 관점도 어김없이 미디어의 자장(磁場)안에 있다. 내가 몸담았던 토지정의시민연대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2006년 공동으로 주류 언론의 부동산 보도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이른바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주류 언론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얼마나 치명적 장애 역할을 했는지를 극명히 알 수 있다.


토지정의시민연대와 민언련이 종부세 논쟁으로 한창 치열했던 2006년 1월부터 11월까지 <조선>, <중앙>, <동아>에 실린 사설과 칼럼을 조사한 결과, 부동산 관련 사설은 모두 84건(<조선> 20건, <중앙> 31건, <동아> 33건)이며, 칼럼은 모두 61건(<조선> 17건, <중앙> 25건, <동아> 19건)으로 분석됐다.


이들 신문의 사설과 칼럼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것은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을 비판한 '세금폭탄론'이었고, '공급확대론'과 '규제완화론'이 그 뒤를 이었다. '공급확대'와 '규제완화'를 제외하면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 제시는 없었다.
<조선>의 경우, 사설 가운데 '세금폭탄론' 주장을 담고 있는 사설의 비율이 45%를 차지해 '정권 무능 비판'(45%)과 동일한 비율로 나타났다. <중앙>의 경우 '세금폭탄론'을 담고 있는 사설이 32.3%를 차지했고, 칼럼에서는 44%를 차지해 둘 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동아>는 사설의 51.5%, 칼럼의 68.4%가 '세금폭탄론' 주장을 담고 있었다. 이들 신문의 사설과 칼럼을 모두 합쳐 통계를 냈을 때 '세금폭탄론'을 담고 있는 사설이 42.9%를 차지했고, 칼럼은 50.8%로 나타났다. 부동산 관련 사설과 칼럼 중에서 거의 절반이 '세금폭탄론'을 주장한 셈이다. 당시 <조선>, <중앙>, <동아>에 실린 부동산 관련 기사와 사설과 칼럼 중 노골적으로 여론을 왜곡한 사례들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조중동의 자극적이고 왜곡된 부동산 기사·칼럼·사설의 예(2006년)

조선일보, 2006-3-28, <칼럼: 활빈당式 조세정책?>
조선일보, 2006-11-14, <기사: 무차별 규제·세금폭탄… 온 국민이 고통>
조선일보, 2007-1-12, <사설: 반 시장주의에 주눅 든 경제부총리>
중앙일보, 2006-6-14, <칼럼: 부메랑이 된 '세금폭탄'>
중앙일보, 2006-9-30, <사설: 집값 잡는 확실한 방법은 공급확대다>
중앙일보, 2006-11-30, <사설: 종합부동산세 이대론 안 된다>
동아일보, 2006-4-24, <칼럼: '세금 폭탄'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동아일보, 2006-5-27, <사설: 위헌 논란 계속될 종합부동산세>
동아일보, 2006-11-10, <사설: 市場제압하겠다는 좌파적 오만부터 버려야>
동아일보, 2006-11-27, <사설: 종부세 대란 오나>
동아일보, 2006-12-16, <기사: 종부세 위헌결정 나면…>

당시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기사와 칼럼, 사설 등을 분석하면 특유의 메커니즘이 등장하는데, 그것을 단계적으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①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투기를 억제하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악의적인 용어를 만들어낸다.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려는 보유세 및 양도세 현실화를 세금폭탄이라고 공격한다. 그리고 그것의 대안으로 '공급확대론'(부족론)을 내세운다. 조중동 등의 비대언론은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투기적 가수요와 실수요를 절대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수요로 환원시킨다. 조중동 등의 비대언론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가격이 상승하는 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이니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곡학아세를 일삼는다. 조중동 등의 비대언론의 곡학아세와 달리 투기적 가수요는 보유세 등의 세금으로, 실수요는 공급확대로 대응하는 것이 지극히 옳은 정책방향이다.

② '세금폭탄론'과 '공급확대론'을 전파할 학자나 전문가들을 모아 지면에 배치시킨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여 '세금폭탄론'과 '공급확대론'이 맞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정부 정책에 '좌파적' 혹은 '사회주의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정부의 정책이 반(反)시장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궁극적으로 실패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참여정부 당시 자칭 타칭의 전문가들과 이들의 목소리를 지면을 대거 할애해 보도한 조중동이 종부세에 대해 공격한 근거들(전가론, 국민 편 가르기론, 무용론, 경기침체론, 지방의 과세주권침해론, 이중과세론, 1가구 1주택자 징벌론, 담세능력론의 다른 버전인 고령자홀대론 등)은 참으로 다양하고 집요했으며, 결정적으로 터무니없었다.

③ 이런 기사를 계속 접하는 시장참여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불신하게 되고, 특히 서민들은 정부의 말을 믿고 기다리다가는 영영 집을 못 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세 신문의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서서히 실현되어가는 것이다. 조중동은 이런 민심의 동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논조로 빠짐없이 보도한다.

④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세 신문과 비슷한 주장을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반복해서 주창한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정책을 형해화시키는 법안을 끊임없이 발의한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경제통'이라고 하는 의원들도 기회가 될 때마다 동의를 보낸다. 때를 놓치지 않고 조중동은 이와 같은 태도에 대해서 지지하는 기사를 내보낸다.

⑤ 2004년 총선 이후의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여당이 부동산 정책의 후퇴를 고려한다는 주장이 나오면, 세 신문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신 차리고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격려한다.

⑥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5·4 대책 및 8·31 대책 등 참여정부가 펼친 일련의 노력에 의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부동산 시장이 들끓기 시작하고, 투기꾼들은 기지개를 켜면서 투기하러 부동산 시장에 재등장한다. 세입자들도 정부를 원망하며 부동산 시장에 실수요자로 등장한다. 조중동의 예언이 점점 성취되어간다.

⑦ 가격이 급등한다. 세 신문은 결국 자신들의 말이 맞았다면서 정부를 가차 없이 공격한다. 그러면서 처음에 자신들이 제시한 방향으로 가라고 호통친다. 결국 정부는 '공급부족론'을 수용하여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예컨대 참여정부 당시 2006년 가을 검단신도시 확대 발표)을 발표한다. 그러면 시장이 더 요동친다.

⑧ 부동산 가격이 앙등하면 이들 신문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버블 붕괴를 걱정하는 기사를 내보낸다.

참여정부 당시 여론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조중동이 이런 메커니즘에 기초한 컨텐트를 반복적으로 생산해왔기 때문에 정부가 공들여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힘들었고 정책의 효과도 떨어졌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전선은 조중동과의 전쟁이기도 했을 뿐 아니라 조중동 등의 미디어가 시장참여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실감한 장이었다.


수구언론의 부동산 관련 미디어 보도, 지금은 달라졌는가?

참여정부가 끝난 때로부터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데 혁혁한(?)공을 세운 미디어들의 보도 태도는 전향적으로 변화됐을까? 아래의 표들을 보면 수구언론의 부동산 관련 보도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위의 〈표 1〉을 보면 조중동과 경제지들이 문재인 정부의 8·2부동산 대책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력 미디어들이 이렇듯 일치단결해 정부 정책을 사납게 물어뜯으면 정부정책의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정부정책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회의적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참여정부 내내 수구언론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보유세에 대한 적의와 미움은 십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위의 〈표 2〉가 보여주듯 한치도 변한 것이 없다. 수구언론의 성실함과 꾸준함(?)에 질릴 지경이다. 대한민국 메인스트림의 스피커라 할 수구언론이 보유세에 대해 그토록 경기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거꾸로 말해 보유세가 메인스트림의 물적 토대에 실효적인 손상을 줄 만큼 매우 치명적이라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폭등하자 수구언론은 늘 그랬던 것처럼 공급부족론을 들고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중앙〉의 '379만 가구에 164만 채 뿐 … 서울 아파트는 늘 부족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를 요약하면 '서울의 올해 가구수는 379만가구인데 서울의 가구 수 가운데 연소득 1억이 넘는 상위 20%만 헤아려도 75만 8000가구다. 전국으로 따지면 400만 가구가 연소득이 1억이 넘는다. 그런데 서울의 아파트 총량은 2016년 기준으로 164만채에 불과하다. 상위 20%가 선호하는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아파트를 합쳐도 50만채가 안 된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그 중에서도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중산층 선호 지역에 대한 수요는 폭발하는데 서울의 아파트 공급량은 작년 기준 예년의 절반에 해당하는 2만 가구 남짓이고, 강남권은 순감이다. 게다가 정부는 수급원리를 무시한 채 규제일변도의 수요억제정책을 고수해 오히려 공급을 막았다. 그러자 시장이 가격폭등으로 대답하고 있다'(관련기사 : 379만 가구에 164만 채 뿐 … 서울 아파트는 늘 부족하다)정도 될 것이다.

기실 서울 등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등장하는 이런 류의 공급부족론은 버전만 달리했을 뿐 항상 반복됐다. 참여정부 당시 버블 세븐 위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때에도 비대언론과 건설족들은 입만 열면 공급부족론을 외치곤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고 그렇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건 투기적 가수요와 과잉유동성의 결합 때문이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관련기사 : '정부, 불로소득 환수 의지 없다'... 투기심리 불붙었다, [다시 부는 부동산 광풍, 원인과 해법 ①] 부동산 광풍의 실상과 원인 참고)

브레이크 없이 급등하는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9·13대책에 종부세를 아주 약하게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시키자 아니나 다를까 거의 모든 미디어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세금폭탄론을 합창한다. (관련기사 : 딱 10년 만에 돌아온 '세금폭탄' 프레임) 참여정부 당시 종부세를 공격한 근거들(전가론, 국민 편 가르기론, 무용론, 경기침체론, 지방의 과세주권침해론, 이중과세론, 1가구 1주택자 징벌론, 담세능력론의 다른 버전인 고령자홀대론 등) 중 대부분이 어김없이 이번에도 호명된다. 놀라울 정도의 기시감이다.

참여정부 수준을 능가하는 세금폭탄론을 합창하는 수구언론들의 거짓말과 달리 정부의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1주택자들의 세부담은 거의 늘리지 않고 고가의 다주택자들에게 일부 부담이 늘어나는 수준이다. 다주택자 주택분 종부세의 최고세율을 3.2%로 올린다고 수구언론이 엄살을 떠는데, 대한민국에서 인별합산 공시가격 94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가진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는가? 예컨대 실거래가 30억 원이 넘는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84.9㎡의 공시가격이 15억 수준이다. 정부가 만든 최고세율에 해당하려면 자기 명의로 아크로리버파크 84.9㎡ 7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과연 대한민국에 이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결론적으로 말해 수구언론의 곡학아세와 견강부회는 참여정부 때나 지금이나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 올바른 부동산 철학에 입각해 사실 보도와 해설을 하는 미디어의 존재와 여론왜곡을 조직적으로 시도하는 저질미디어에 현혹되지 않는 각성된 시민들의 존재가 어느 때 보다 간절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 1년 3개월 만에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현 상황을 놓고, 정부여당이 부동산 가격을 잡던지, 아니면 부동산 가격이 정부여당을 잡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내건 문재인 정부에게 가장 큰 난제 중 하나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은 지켜봐야할 시점이다. 이미 조중동 등 일부 보수 언론은 '송파구에 시가 18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40세 가장',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70대 은퇴 생활자' 등의 사례를 조명하며 "세금 폭탄"이라는 노무현 정부 때 한번 써먹었던 프레임을 들이대며 반대 여론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13 대책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는 개발독재시절인 박정희 정권 때부터 지속되어온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가는 따져볼 수 있다.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만 한 마디 덧붙이자면 부동산 문제는 가뜩이나 각종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미래세대'를 더욱 더 착취하는 문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최근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은 방 한 칸에 살면서도 매달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30억 원 부동산 가진 사람 종부세가 그것보다 적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이런 문제의식으로 헨리조지포럼의 기획연재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을 게재한다. 이 기획은 헨리조지포럼이 기획하고 포럼 멤버들이 글을 나눠썼다. 다음은 연재 목차와 순서다.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 연재 순서

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 재판(再版)이라고?: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②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③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재조명한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④ 한 치도 변하지 않은 수구언론의 부동산 곡필(曲筆): 이태경 헨리 조지 포럼 사무처장
⑤ 토지 불로소득 환수하여 특권 없는 세상을!: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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