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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브런슨도 '두 국가론' 지지하는 '김정은 추종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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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브런슨도 '두 국가론' 지지하는 '김정은 추종자'란 말인가?

[박세열 칼럼] '두 국가론'의 원조는 '보수 진영'

조선일보가 21일자 사설 "브런슨 철책선 발언, '남북 두 국가' 외치던 여권이 왜 흥분하나"를 통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의 "유엔군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는 발언이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런데 헌법상 '영토 조항'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온 것은 지금의 여권이다"라고 조롱했다.

이재명 정부가 통일 백서에 남북한이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언급한 것을 두고 "'두 국가' 주장은 브런슨 발언보다 더 심각한 영토 조항 부정"이라며, 여권이 브런슨의 '영토 발언'은 비난하면서 왜 정동영 통일부장관 같은 "김정은 말에 따라 '남북 두 국가'를 주장한 여권 인사의 사과와 경질은 왜 요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결국 브런슨을 비판하는 여권이야말로 위선적이고, 정동영, 이종석을 경질해야 마땅하다는 거다.

헌데 조선일보의 사설은 똑같은 방식으로 반박당할 수 있다. 그 논리대로라면 브런슨의 '남쪽 철책선' 발언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동조한 것이 아닌가? 그런 브런슨을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북한의 주장을 추종하는 세력이 되는 것이 아닌가? 조선일보는 트럼프에 브런슨을 경질하라고 요구하는 사설을 써야 마땅한 것 아닌가?

브런슨에게도 물어보라.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따져 물어라. "당신들은 김정은의 두 국가론을 지지하는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가? 북한의 영토관을 추종하는가?"

김정은이 대한민국의 북한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브런슨이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고 한 것은 조선일보의 '영토 조항' 잣대를 들이대면 비슷한 문제다. 그런데 한쪽에는 '반헌법적 두 국가론'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다른 한쪽에는 '유엔사의 군사·행정적 책임을 설명한 것'이라는 주한미군의 해명을 받아들인다. 이중잣대다.

브런슨의 발언이 '김정은의 두 국가론'에 동조하는 것이란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느껴지면, 똑같이 터무니없는 논리를 이재명 정부에 적용하는 일도 그만 둬야 한다.

정치적 낙인 찍기는 얼마든지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하는 법이다. 지적하고자 하는 건 조선일보의 이런 '말장난'에서, 남북 문제 관련 보수 진영의 빈곤하고 게으른 현실 감각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한다. 동시에 제4조는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도록 규정한다. 현실의 남북한은 유엔에 각각 가입돼 있고, 정부와 군대, 법률, 행정체계도 각각 가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별개의 국가로 취급된다. 이게 현실이다.

남북한이 국제법적·현실적으로 두 국가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하는 것과, 이재명 정부가 북한 지역에 대한 헌법적 영토 주장을 포기한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문제다. 외교든, 통일이든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는 충분히 논쟁할 수 있는 문제인데, 지금 보수 진영은 여권 인사들의 주장을 죄다 김정은의 주장에 동조하는 행위로 싸잡아 몰아간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에 동조하는 정부'여야 하기 때문이고, 지금 정부는 엉터리 사설이라도 써서 공격해야 할 상대이기 때문이다.

브런슨이 자신의 편의대로 유엔군사령관이라는 직책과 주한미군사령관이라는 직책을 넘나들며 한국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그의 입장에서, 선의의 해석을 해보자면 그는 변화하는 동북아 안보 환경 속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지키려 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자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반면, 한국의 보수 진영은 내부로 총구를 돌리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지금 보수 진영에 필요한 건 현실 인식이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모두 국익을 중심에 두고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 미국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이견이 있는 문제는 협상하며, 한국의 안보와 주권에 관한 결정에는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동맹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가 서로 다른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있다. 하지만 일개 미군 사령관의 말에 '옳다구나' 하면서 한국의 안보 책임자를 '물러나라'고 공격하는 건 게으른 정치 공세일 뿐,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미 십수 년 진행된 전작권 전환 조건의 명확성,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는 유엔사의 정전관리 권한과 한국의 주권 행사 사이의 관계, 북미 직접 협상 가능성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 한반도에서 한국의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원래 '두국가론'의 원조는 보수 진영이다. 남북한을 서로 다른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고, 통일 문제를 국제정치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접근은 한국의 보수 정부와 보수 성향 안보전략가들이 오랫동안 발전시켜 온 논리였던 것 아닌가.

박정희 정부의 1973년 6·23선언, 노태우 정부의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는 사실상 '두 국가'의 체제를 인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노태우 정부에서 국토통일원 장관을, 김영삼 정부에서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이홍구는 "우리 통일방안에서 남북연합 단계를 설정함으로써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 유엔 동시 가입을 가능하게 했다"며 "이는 한국판 양국체제해결안(two states solution)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남북을 별개의 국가적 실체로 취급하는 현실주의적 접근은 오히려 보수 정부의 대북정책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식의 낡은 '조롱' 방식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보수 진영이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하고 '국익'을 위한 현실감각을 활성화시키길 바란다.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겸 주한미군·연합사 사령관)이 23일 강신철 국방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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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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