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내 목소리로 딸한테 문자가 진짜로 보내졌다! 평생 글자 치는 게 어려워 답답했는데 이리 쉬운 걸…."
팔순이 가까운 어르신의 거친 손가락이 스마트폰 화면을 조심스레 쓸어내리자 이내 딸의 휴대전화로 "딸아 밥 잘 챙겨 먹어라"라는 글자가 또박또박 전송됐다. 어르신의 곁에서는 허리를 숙인 채 앉은 '손주'뻘 강사가 연신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전북 완주군 어르신들이 든든한 ‘디지털 손주’를 만나 스마트폰과 디지털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바꿨다.
완주군은 완주군시설관리공단,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임직원들과 손잡고 5개월간 추진해 온 1:1 맞춤형 재능나눔 프로젝트 ‘디지털 손주단’ 활동을 29일 성공적으로 매듭지었다.
‘디지털 손주’라는 이름의 어르신 정보화 교육은 타 지자체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완주군의 방식은 결이 달랐다. 군이 현대차와 시설공단 임직원들에게 먼저 전문 디지털 교수법을 교육하고, 이들 임직원이 일터가 있는 지역 어르신들의 ‘일일 손주’로 변신해 일대일 밀착 학습을 펼치는 ‘민·관·산 상생형 평생학습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5월 첫 만남 이후 진행된 수업은 강의식 주입을 철저히 배제하고 철저하게 ‘어르신의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작은 자판을 누르기 힘들어하는 어르신에게는 목소리로 문자를 보내는 음성 비서 기능을, 위급 상황을 대비한 119 긴급전화 및 보이스피싱 방지 설정을 차근차근 전수했다. 이후 병원·식당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주문 실습과 시내버스 교통 앱, 카카오톡 사진 전송 등 실생활 필수 기능을 '손주'와 함께 반복 숙달했다.
특히 이날 열린 마지막 수업의 백미는 최신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Gemini)’ 실습이었다. 어르신들은 영문으로 적힌 약품 설명서나 간판에 카메라를 비추며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묻거나, 음성으로 평소 궁금했던 건강 정보를 물어보며 실시간으로 답을 얻는 등 첨단 기술을 막힘없이 체험했다. 한 어르신은 AI 음성 질문으로 옛 사진을 선명하게 변환하는 기법까지 시연해 지켜보던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날 실습 현장을 직접 찾은 유희태 완주군수도 어르신들 틈에 앉아 스마트폰 AI 기능을 함께 조작하며 배움의 열기를 나눴다.
유희태 군수는 “어르신들이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준 시설관리공단과 현대차 전주공장 임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번 활동은 단순한 기기 교육을 넘어 배운 것을 지역에 나누고 서로의 삶을 잇는 지속 가능한 평생학습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 현장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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