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조례를 제정하려 해도, 현행 제도의 족쇄 탓에 정작 공청회나 간담회 개최 비용조차 지원받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자치입법 확대를 권장하면서도 예산 지침으로는 의원 개인의 입법 연구와 공론화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에 따르면 토론회나 공청회 경비는 ‘의정운영공통경비’로 집행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집행 주체가 ‘지방의회’나 ‘상임위원회’ 등 기관 명의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의원 개인이 특정 민원이나 입법 과제를 다루기 위해 주민 공청회를 열 경우, 의회 공식 명의 행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예산 지원이 원천 차단된다.
이 때문에 일선 지방의회 현장에서는 씁쓸한 촌극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복지나 환경 등 시급한 민생 조례를 준비하는 지방의원들이 공청회 대관료와 자료집 인쇄비 등 필수 비용을 사비로 메우거나, 예산을 타내기 위해 해당 안건과 무관한 등록 ‘의원연구단체’의 이름을 빌려 편법 집행하다 감사원이나 상급기관의 지적을 받는 사례가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2020년 신설된 ‘의원정책개발비’ 역시 등록된 연구단체 명의의 외부 용역에만 묶여 있어 의원 개인의 주도적인 정책 개발에는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팽배하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예산 족쇄를 풀기 위해 전북자치도의회가 전국 시·도의회와 함께 전면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다.
김희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전주6)은 29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2026년 제6차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 참석해 지방의원의 실질적인 의정·입법 활동을 보장하도록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개정을 공식 요구했다. 이 건의안은 이날 협의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채택됐다.
김 의장은 협의회에서 “의정활동의 기본이 위원회라 하더라도 주민들과 현장에서 호흡하며 입법을 주도하는 실질적인 주체는 엄연히 지방의원 개인”이라며 “예산 집행 주체를 위원회나 연구단체로만 묶어놓은 행안부 기준은 현실을 외면한 채 의원들의 손발을 묶는 걸림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조례 제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주민 의견 수렴과 공청회 개최를 권고하는 정부가, 정작 예산편성 기준으로는 의원 개인의 입법 활동을 가로막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지방의회의 자치입법 역량 강화는 곧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며 “의정운영공통경비와 의원정책개발비가 의원 개인의 공적 의정활동과 정책 연구, 토론회 등에 소요되는 실경비까지 폭넓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현실에 맞게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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