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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6시간 촬영 제한, 6시간 수면 보장"…죽지 않으려 최소기준 만든 영화전공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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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6시간 촬영 제한, 6시간 수면 보장"…죽지 않으려 최소기준 만든 영화전공 학생들

[인터뷰] 새벽귀가 대학생 3명 참변 계기 '촬영현장 지침' 만든 국민대 영화전공 비대위원

지난달 11일 동아예술방송대 학생 2명과 타대생 1명이 영화 촬영을 마치고 새벽에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충돌이 너무 심해 학생들이 탑승한 승용차는 블랙박스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승용차와 부딪힌 덤프트럭은 충돌 지점에서부터 약 4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야 멈출 수 있었다.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이번 사고가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학생영화 촬영현장은 식사, 수면 등 최소한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더러 장시간 촬영으로 피로가 극심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학생영화 촬영현장의 변화를 위해 직접 움직였다. 국민대 예술대학 영화전공 제27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10일 '국민대학교 영화전공 촬영현장 필수지침'을 제작, 같은 달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표했다.

지침에는 학생영화 활영현장의 열악함이 그대로 묻어있다. 하루 촬영시간 16시간 제한, 연속 수면시간 6시간 보장, 식사시간 보장 등이다. 최소 기준을 지키지 않는 현장에서 작업하지 않을 권리와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담았다.

지난 18일 김민주 국민대 영화전공 비대위원과 만나 지침을 통해 이루려는 바와 실효성 확보 계획을 물었다. 김 비대위원은 "제작팀이 안전한 환경을 만들도록 경각심을 갖게 하려는 것"이라며 "3개월 동안 시행하면서 일부는 수정하고, 일부는 추가하면서 지침을 계속 보완하고 실효성을 높이려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비대위원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국민대 영화전공 필수지침ⓒ국민대 영화전공 비대위 인스타그램 갈무리

- 국민대 영화전공 촬영현장 필수지침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난달 동아방송예술대학 등 방송 관련 전공 학생 3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영화촬영 뒤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 귀가하다 난 사고다.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작팀이 안전한 환경을 만들도록 경각심을 갖게 하고자 지침을 만들어 배포했다. 학생영화처럼 소규모 저예산 촬영현장에 나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 학생영화 촬영현장이 어떻길래 교통사고가 '언젠가는 벌어졌을 일'이라고 생각했나.

"학생영화 현장은 예산도 인력도 적다. 촬영 일정을 빡빡하게 짤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택시 탈 돈도 숙박할 돈도 없으니 피곤해도 집에 가서 잠깐 눈 붙였다 현장에 다시 나가는 일이 잦다. 그래서 영화를 전공하는 동기, 선배들은 졸음운전을 한 경험이 종종 있다. 위험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이런 촬영현장 문화가 문제란 것도 안다. 하지만 '학생영화가 그렇지 뭐'라는 식으로 흐지부지 넘어가 왔다."

- 촬영시간 제한이나 식사권 보장 등의 조항도 눈에 띈다. 왜 만들었나.

"상업영화 촬영현장에서는 근로기준법과 계약서 등 구체적인 제도가 스태프들을 보호한다. 학생영화 촬영현장은 여전히 법의 울타리 밖에 있다. 어떤 제도도 학생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한 학기에 500만 원 넘는 등록금을 내지만, 학교는 영화촬영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는다. 비대위 차원에서라도 공식적인 지침을 만들어 제작팀이 학생 스태프들에게 최소한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민대 영화전공 필수지침ⓒ국민대 영화전공 비대위 인스타그램 갈무리

- 지침을 지키지 않을 경우 현장 참여를 거부할 권리까지 명시했다. 자칫하면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조항인데 과감하게 도입한 이유가 무엇인가.

"비대위원장 제안으로 만든 조항이다. 학생영화는 대부분 저학년 학생이 선배의 부탁으로 참여하거나 선배가 공고한 영화 제작팀에 스태프로 지원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날씨가 너무 더워도, 밥을 먹지 못해도,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아도 제작진이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렵다. 지침은 그런 경우 눈치 보지 말고 항의하고 너무 힘들면 현장을 나오라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몇몇 지침은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운전자에게 최소한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거나 대체 운전자를 배치해야 한다는 조항은 준수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리운전을 부르거나 택시를 몇 대 잡는 게 지금에서야 과한 지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돈으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면 너무 작은 돈 아닌가.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기 어려운 내용이라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적어둬야 학생들이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무엇인가.

"이번 학기 영화촬영이 몇개 남아 있는데 그 현장에 실질적으로 지침이 적용되는지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일부 현장에는 비대위 구성원이 참여해 적극적으로 지침을 적용하려 한다. 3개월 동안 시행하면서 일부는 수정하고, 일부는 추가하면서 지침을 계속 보완하고 실효성을 높이려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망한 동아방송예술대 학생 중에는 나와 친하게 지냈던 학생도 있다. 사고가 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영화 자체에 싫증이 나고 제작도 하기 싫었다. 영화가 대체 뭐라고 사람들이 이렇게 세상을 떠나야 하나라는 생각에 진절머리가 났다. 영화라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감에 있어서 학생들이 좀더 기쁜 마음으로, 창작에 대한 열정만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이번 지침을 기점으로 국민대뿐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켜나갈 수 있는 공식적이고 권위 있는 지침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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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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