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재명 정부의 청년 정책에 '이주배경 한국인 청년'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재명 정부의 청년 정책에 '이주배경 한국인 청년'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이주배경 청년과 청년정책 방향

박스째로 준비된 청년정책


이재명 정부는 지난 8월 청와대에서 '청년 예산 언박싱(UNBOXING) 2027' 행사를 열고 '청년 성장단계별 종합투자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청년이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일자리 진입, 경력 형성, 주거 안정과 자산 형성에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상황인식에 정부는 '성장과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출발선 격차'를 완화하며, '삶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추진전략의 별칭 '청년 예산 언박싱'이라는 슬로건처럼, 정부는 내년 청년 예산을 전년 대비 53.5% 상승한 43.3조 원으로 늘리는 과감한 재정투자를 준비 중이다.

'청년기본법'에서 정하는 청년 연령을 훌쩍 벗어난 내가 이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일은 없겠지만, 사회 구성원이 생애과정에서 마주하는 장벽과 기회구조의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 기조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재정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률이나 취업률 같은 거시 지표를 개선하는 대신 청년의 역량 강화와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일단은 기대가 된다.

나는 사회정책 연구자지만 재정투자 계획이나 정부의 지원 정책을 들었을 때 숫자나 지표를 떠올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보다는 현장 조사에서 만난 구체적인 사람이 떠오른다. 최근에 만난 청년들은 이주배경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주배경은 본인 혹은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이주민인 특성을 지칭하는 용어로, 다문화가정 구성원과 이민자 2세, 귀화나 인지를 통해 국적을 취득한 내국인과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과 난민 등 국적과 출생 장소의 다양한 조합과 이주의 맥락을 담을 수 있다. 이 용어는 기존의 '내국인/외국인', '다문화' 등의 범주 구분으로 포착할 수 없는 행위자를 보여준다.

이주배경 인구의 양적 증가와 다양성 확대 흐름을 반영해 작년부터 국가데이터처는 이주배경 인구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했다. 2024년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배경 인구는 271만 5000명으로 대한민국 거주자의 5.2%이다. 그 중 20~34세의 청년 인구는 90만 2000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청년 인구(994만 8000명)의 9.1%에 달한다. 이는 결코 작은 규모라 할 수 없다.

이번에 내가 만난 이주배경 청년들은 부모 중 한 명이 이주민이며, 한국 국적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청년도 있었고(국내 출생), 외국에서 출생했으나 부모의 재혼으로 한국으로 입국하여 국적을 취득한 청년(중도입국)도 있었다. 국가의 지원 정책은 기본적으로 '국민'을 향한다는 점에서 이주배경 한국인 청년에게 필요한 청년정책의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예산 언박싱 2027'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발표에 앞서 청년 예산과 주요 사업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합뉴스

누구의 자녀가 아니라 성인으로

이주배경 청년에 특화된 지원책은 대부분 '다문화가족지원법'에 근거하며, 가족지원센터(가족센터)에서 한국어 교육, 문화습득, 상담, 정책 정보 제공과 연계 등 결혼이주여성과 자녀의 적응 및 사회통합을 지원한다. '다문화가족지원법'상 이주민 2세 정책대상은 24세까지로 청년기 초기에도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자녀'에 대한 지원은 정착 초기, 미성년기에 집중되어 있다. 가족센터에서는 주로 이주민 1세대인 결혼이주여성과 미성년 자녀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20대 이주배경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에 관한 정보제공이나 지원 프로그램은 부족한 실정이다.

청년기는 고등교육 진입이나 직업훈련, 취업을 기점으로 원가족과 주거와 생활을 분리하는, '둥지 바깥으로 나가는' 시기다. 미성년기에 가족센터를 이용했더라도, 성인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다문화가정의 자녀'로서 받는 지원체계와는 멀어진다. 이 과정에서 청년정책 일반으로 자연스레 통합될 수 있는 이주배경 청년이 있지만, 한국어와 한국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중도 입국 청년은 정책 정보 접근성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2026년 중앙정부 청년정책 기본계획'에서 이주배경 청(소)년은 취약계층 중 하나로 언급될 뿐, 이들의 생애 전환과 노동시장 이행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의 복잡성이 정책적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에 나의 쓸모를 증명하지 않아도

그런데, 이주배경 한국인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목적은 무엇인가. 정부는 고령화 시대 생산가능인구 부족의 대안으로 이주배경인구 증가에 주목한다. 앞서 언급한 이주배경인구통계에는 이주배경인구의 85%가 생산가능인구에 속함을 제시하는데, 여전히 이주배경인구를 제조업 산업단지 내 열악한 일자리에 대한 기피 현상과 농업 일자리 공급 부족을 해결할 인적 자원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질문한다. 근대 국민국가에서 인구정책과 사회정책이 통치를 위해 활용되었음을 돌아볼 때 이러한 시각이 놀랍지는 않다. 다만 사회 내 어떤 구성원이 성장동력의 연료로 취급되는 통치 기획에 희생되어야 하는지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다문화가정 자녀, 특히 중도 입국 청소년의 중등교육과 직업훈련의 병행을 목적으로 2012년부터 운영된 '다문화 특성화 고등학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학교는 학업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중도 입국 이주배경 청소년이 공교육 체계 내에서 언어 습득과 중등교육 이수를 병행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교육훈련 시스템이다. 현재 서울과 충북 두 곳에만 설치된 다문화 특성화 고등학교가 확대되어 더 많은 청소년에게 교육과 숙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어 습득과 교과과정의 병행이 특성화고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특성화고 차별과 연결되지 않을지 논의가 필요하다.

이주배경 청년에게 해외 관련 분야 취업을 유도하는 정책 방향이 당사자인 청년 구직자를 수단화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평가 역시 필요하다. '강점'이라는 이름으로 통번역, 관광 부문, 해외 영업과 같이 외국어 사용이 필요한 특정 직무로 이주배경 청년을 몰아가 노동시장 진입과 경력 형성이 제한되지 않도록 직무 전환과 경력개발 등 '일자리 이동과 경력의 사다리'를 청년정책에서 고민해야 한다.

일터에서 두려움 없이 나를 드러낼 수 있도록

모든 이주배경 청년이 노동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 수행 과정에서 만난 국내 출생 이주배경 청년의 상당수는 대학을 졸업해 '평범한 청년'이 겪는 취업난을 거쳐, 사무 정규직이나 전문직으로 진입하여 안착 중이었다. 이를 이주배경 청년도 개인이 역량을 갖추고 노력한다면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까? 국가는 이들을 사회통합의 성공 사례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을 만난 후 나는 이들이 주류 한국 사회로 입장하기 위해 무엇을 집에 놓고 왔는지 질문한다.

국내 출생 이주배경 청년은 성장하면서 '다문화'가 차별적으로 수용되는 한국 사회를 목격하고 경험한다. 대부분은 직장 동료는 물론 아주 가까운 친구를 제외한 지인에게도 자신의 이주배경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님 중 한 분이 이주민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지만, 굳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는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가족이 겪는 차별은 사적인 공간에 남겨두고, 주류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어 일터로 출근한다.

개인이 역량을 갖추고 생산활동에 참여한 결과, 사회는 발전하고 풍요가 넘쳐도, 그 사회가 가능하면 '주류와 다른 나'를 드러내지 않도록 압박한다면,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없는 사회의 발전과 풍요가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주배경 청년의 삶의 질 개선은 우리 사회에서, 특히 일터와 작업장에서 만연한 이주배경을 가진 사람에 대한 위계 설정과 차별이 없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첫 걸음부터 함께, 모든 청년이 만들어가는 미래'를 비전으로 제시한다. 이 '모든 청년'에 이주배경 청년이 포함되는지 청년정책이 답할 시점이다.

* 이 글에서 언급한 현장 조사 연구는 이주 연구자 곽윤경 박사의 기획과 주도로 수행되었으며, 이주배경 청년의 출생지와 국적 취득 시기에서 기인한 노동시장 내 기회 구조 제약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정리하여 학술논문 “한국 국적 이주배경 청년의 분절노동시장에 관한 질적 연구”(<다문화사회연구>, 제19권 2호, 2026)에 게재하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