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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린 히말라야 빙하와 '1.5도 목표'의 좌절…대응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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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린 히말라야 빙하와 '1.5도 목표'의 좌절…대응방안은?

[초록發光] 네팔의 복합재난 스펙터클과 글로벌 정의 프로젝트

지난 8월 26일, 네팔과 중국(티베트)의 히말라야 국경 지대 보테코시 강 유역에서 빙하와 암석이 붕괴해 대형 산사태와 토석류 홍수가 발생했다. 많은 마을이 사라졌고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낳았으며, 악조건에서도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기후위기 대응을 상징하는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 시점에 말이다. 우리는 산악 쓰나미라는 또 하나의 복합재난을 경험하고 있다. 올해 충청남도가 꾸린 '기후살인 방지 특별 TF'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후살인'에 해당한다. 더 일반적인 용어로는 에코사이드(ecocide, 생태 학살)가 있다.

네팔, 수력 강국의 꿈과 회복탄력적 재건

기후위기로 인한 빙하 감소와 빙하호 확장, 영구동토층 퇴화, 사면 불안정, 강우 패턴 변화, 그리고 홍수, 산사태, 토석류의 위험은 수백만 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네팔, 부탄, 티베트, 파키스탄, 인도 등을 포함하는 힌두쿠시-히말라야 산맥은 주요 위험 지역, 즉 글로벌 핫스팟으로 불린다. 2020년대 들어 빙하호 붕괴 홍수로 인해 수력발전 등 사회기반 시설에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네팔에서는 2021년 이후 몬순이 찾아올 때마다 홍수와 산사태로 수력발전 인프라가 피해를 입었다. 상상을 벗어난 치명적인 대참사를 보여주는 사전 징후들이었다.

이번 대홍수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약 70㎞ 떨어진 트리슐리 강에 건설 중인 216MW급 어퍼트리슐리-1(Upper Trishuli-1) 수력발전소도 덮쳤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금융기관의 민관협력(Public Private Partnership) 방식으로 추진되고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에 참여한 공사 현장이다. 한국인 실종 노동자 9명을 포함한 구조 활동을 위해 한국 정부도 긴급구호대를 파견했다.

세계 곳곳에서 복합재난 스펙터클이 루틴이 되는 현실에서 수색·구호와 함께 복구·재건 이슈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빙하 붕괴와 수력발전이라는 서로 다른 자연의 변형이 만나는 관계에 대한 검토도 중요하다.

네팔은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오랫동안 전력을 수입해 왔고 2018년 무렵 대부분의 지역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급속한 수력발전 건설 덕분에 2024년부터 수량이 풍부한 여름에는 잉여 전력을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수출하기 시작했다(총 발전용량 3900MW). 하지만 이번 대홍수 피해로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수력발전과 송배전 인프라가 상당 부분 파손됐다(총 발전용량의 10%). 정치 불안 속에서도 수력 강국을 꿈꾸며 발전용량을 2030년 1만 4300MW, 2035년 2만 8500MW까지 확대할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런데 네팔은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국가에 속한다. 기후위기에 책임 수준이 매우 낮은 나라에서 탄소 불평등과 기후 부정의가 복합재난의 생생한 사건으로 전개되고 있다. 네팔 정부가 유엔 손실·패해대응기금(Fund for Responding to Loss and Damage)을 요청한 것은 정당하다. 기후위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과 빈국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 등 국제사회가 마련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금 조성은 미흡하고 자금 배분은 미진하다.

글로벌 기후위기 전문 미디어 및 데이터 플랫폼 역할을 하는 클라이밋 와치(The Climate Watch)가 전하는 네팔 현장의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팔은 이 재난을 혼자서 감당해서도 안 되고, 감당할 수도 없다. 참사 이후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히 소실된 메가와트(MW)를 얼마나 빨리 복구할 것인가가 아니다. 재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경제적 위험을 과연 누가 부담할 것인가이다. 이제는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가 몇 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네팔은 이제 자신의 인프라가 산악 지대의 가혹한 재해를 견뎌낼 수 있는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재난 이후 지역 사회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그 막대한 비용을 과연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함께 물어야만 한다(The Climate Watch, Nepal's hydropower boom faces rising climate risks after deadly floods, 2026.9.6. 요약 정리).

(관련자료 바로가기 : https://theclimatewatch.com/locals-watching-remains-of-mailung-khola-hydropower-project-in-rasuwa-photo-manish-aryal/)

복합재난 스펙터클의 현장을 고려하면 복구·재건을 전망하는 건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산악 주변국 대부분은 기후위기로 인해 예측 불가능성이 커진 그 강에서 수력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당장 해당 수자원을 포기할 수 없겠지만, 수력발전의 자금 조달, 건설 및 운영 방식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수로식 수력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등의 발전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안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기후위기의 가속화오버슈트와 티핑포인트

앞으로 파괴의 속도, 빈도, 강도와 규모를 달리하는 복합재난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까. 티핑포인트 리스크에 대한 적지 않은 예측과 경고가 있지만, 기후위기의 경향성에 따라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전망은 갈수록 암울해진다.

지난 2일 유엔은 <오버슈트 억제하기: 1.5도 초과 상승 전망과 정점 후 감소 경로 탐색>(Limiting Overshoot: Navigating exceedance of 1.5°C and pathways towards return)이라는 제목의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를 통해 파리협정의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리고 현재 정책하에서 2.6도(1.9~3.6도 범위)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고서는 오버슈트 경로(Overshoot pathways)로 불리기도 하는 초과, 정점 후 감소 경로(Overshoot, peak and decline pathways)를 제안한다. 지구 온난화 수준(1.5°C)을 초과한 후 특정 기간이 끝나기 전(2100년 이전)에 다시 그 수준 이하로 되돌아가는 경로를 의미한다. 해당 경로에는 오버슈트의 규모와 발생 가능성이 포함되기도 한다. 오버슈트의 지속 기간은 다양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최소 수십 년 동안 지속된다.

오버슈트 경로는 다음 네 단계로 구성된다. 1) 1.5°C 초과 단계(Exceedance of 1.5°C): 지구 온난화가 1.5°C를 넘어서서 최고 정점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기간. 2) 최고 정점 도달 및 유지 단계(Plateauing stage): 지구 온난화가 1.5°C를 초과한 최고 정점(peak warming)에 도달하여 하락하기 전까지 일정 기간 그 최대치에서 유지되는 기간, 3) 감소 단계(Decline stage): 지구 기온이 최고 정점에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는 기간, 4) 안정화 단계(Stabilization stage): 기온이 정점을 찍고 반전된 후 다시 1.5°C 이하로 되돌아와 이 수준에서 안정화되는 단계.

이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보고서에서 오버슈트 경로가 언급되기도 했으며, 기후위기 대응이 실패하고 있다는 운동적, 과학적 경고도 많았다. 그러나 1.5도 실패가 공식화한 것은 다른 차원의 충격이다. 충격은 공포를 낳기도 한다. 오버슈트 시나리오에는 티핑포인트를 돌파하여 인간과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위험과 부정적인 영향을 수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포함한다. 또한 1.5도 경로 복귀를 위해서는 탄소제거기술(CDR)을 통해 넷 제로(Net Zero, 탄소중립)가 아니라 넷 네거티브(Net Negative, 탄소순감)가 불가피한데, 탄소제거기술을 대규모로 도입하는 것은 실행 가능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지속가능한 수렴 & 신속한 탈탄소화 시나리오

반면 유엔이나 IPCC와 차별화된 비전과 전망도 존재한다. 올해 뤼카 상셀과 토마 피케티 등이 작성한 <글로벌 정의 보고서: 지구 한계 안에서 누리는 평등과 번영을 위한 계획>(The Global Justice Report: A Plan for Equality & Prosperity Within Planetary Boundaries)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세계적 차원의 재분배, 국제 금융 및 경제 질서의 심층 개혁, 에너지시스템의 근본적 전환, 소비 패턴의 실질적 변화를 결합하여 대안적인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특히 지구의 거주 가능성과 모두의 웰빙은 다음 세 축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선 에너지시스템의 신속한 탈탄소화가 필수적이지만, 충족성(sufficiency) 원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충족성은 노동 시간과 물질적 발자국의 급격한 감축, 그리고 소비 패턴, 식습관, 토지 및 산림 이용의 거대한 변화를 동반한다. 이에 더해 국가 내부와 국가 간의 소득, 자산, 권력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고서는 탈탄소화나 충족성 실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도, 정치적 지지를 유지할 수도 없다. 이렇게 불평등 해소와 충족성 및 수렴을 분석의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주류 모델링과 차별화된다.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수렴 & 신속한 탈탄소화 시나리오는 1.8도, 나아가 1.5도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속가능한 수렴 & 신속한 탈탄소화 시나리오의 감축 요인. 출처 : The Global Justice Report(2026: 47)

오버슈트 경로와 글로벌 정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관점을 취하지만, 1.5도 목표 달성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최근 국내에서도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라는 중장기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목표 범위의 하한선도 문제지만 상향선은 또 다른 문제다. 수렴·감축 및 충족성 전환 원칙을 반영한 한국판 '글로벌 정의 프로젝트'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미래 전망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마침 전국탈핵순례(9월 1~16일)와 기후정의실천단(9월 7~11일)이 전국을 누비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6 기후정의 실천단 발대식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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