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에서 일하다 기계에 끼어 숨진 고 김승모 씨 유족이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정몽원 HL그룹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씨 유족이 고소인으로, 김승모대책위와 전국금속노동조합 만도지부가 고발인으로 나섰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성현 HL만도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정 회장을 고소고발한 것은 HL만도의 실질적 경영책임자가 정 회장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법률 대리인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HL만도의 중요한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최종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은 조 대표이사가 아니라 정 회장"이라며 "정 회장은 HL만도 사내이사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 회장은 계열사 임원의 인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했고, 각 부서가 가장 중요한 현안 문제를 정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결재받는 사실이 실질적으로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권 변호사는 "따라서 중대재해법이 정하고 있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 주체인 경영 책임자는 조 대표이사가 아닌 정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또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이번 사고의 구조적 원인이 "만도가 2013년 이후 정규직 신규채용을 중단한 채 부족한 설비, 보전 인력을 외주화"한 데 있다며 "고인이 원청 관리자에게 작업내용을 직접 지시받은 일이 확인되는 등 불법파견 의혹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들의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이 이뤄질 때까지 발인을 미루고, 경기 평택에 있는 빈소를 지키고 있는 고인의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한데도 회견에 직접 참석했다.
휠체어에 앉은 채 그는 "안전장치와 현장을 지휘할 작업 감독만 있었다면, 2인 1조 작업을 했다면 이 중대재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납득할 수 없는 사고에 대해 만도와 그 대표자뿐 아니라 정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부에 "우리 유가족은 사랑하는 자식을, 하나뿐인 형을 잃은 슬픔과 충격 속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한 달이 지났는데, 아들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김 장관에게 "모든 권한을 동원해 사건에 대한 진상을 신속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사측에도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요구안을 받아들여 책임 있는 자세로 우리 앞에 서라"고 요구했다.
유족 측은 HL만도에 김승모대책위 관계자와 만도지부, 유가족 대리인 등이 참여하고 사측에서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 경영진이 나오는 협상을 요구 중이다. 이에 앞서 만도지부도 유족의 위임을 받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노사협상을 진행했다. 노조 요구안은 △객관적 진상규명을 위한 노사 사고 공동조사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위한 정규직 채용계획 수립 등이었다.
회견 뒤 단체들은 노동부에도 고소고발장과 함께 요구안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정 회장을 중대재해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할 것 △압수수색, 핸드폰 포렌식 등 정 회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것 △HL만도 전사에 특별근로감독과 안전보건진단명령을 시행하고, 제대로 된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것 등이 담겼다.
앞서 지난 22일 낮 12시 48분경 HL만도 평택공장에서 공작기계인 머시닝센터(MCT) 12호기 내부에서 정비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김승모 씨가 기계에 끼어 숨졌다. 해당 기계에는 정비 작업 등을 위해 기계 문을 열면 작동을 자동으로 멈추는 장치인 인터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고 직전 원청 관리자는 김 씨가 정비작업 중이라는 점을 모른 채 기계의 시운전을 지시한 사실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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