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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뉴스를 끊어도, 당신의 삶에는 눈곱만큼의 지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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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뉴스를 끊어도, 당신의 삶에는 눈곱만큼의 지장도 없다"

[인터뷰]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 저자 김성재 작가와 유익하고 유쾌한 대화

독백 - 질긴 인연의 시작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언론사였다. 1989년, 생애 첫 면접 자리에서 사장은 내게 물었다. "데모 같은 거 해봤나?" 당황하는 내게 그는 "순진해 보이니 안 했겠군" 하며 덜컥 합격 통보를 내렸다. 인천에서 노래패 활동을 하며 문화운동을 하던 내가, 그렇게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쉽게 기자가 되었다. 그리고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노조를 만들다 해고됐다.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던 언론과의 인연은 참 질겼다. 이후 홍보와 보도자료 담당자로 일하며 늘 언론의 폐해와 부조리를 가까이서 목격해야 했기에,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살아온 나였다. 그러다 오랜 답답함을 시원하게 깨부수어 줄 책,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의 김성재 작가를 만났다.

잘 때 베고 자면 딱 좋겠다며 능청스레 건넨 책 속지에는 '권미강 선배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선배라니! 소위 레벨을 나누며 작은 지방지 기자는 겸상조차 하려 하지 않는 주류 언론계의 카르텔을 잘 알기에, 한겨레 기자 출신인 그가 건넨 '선배'라는 단어 하나에 나도 모르게 무장해제가 되어 히죽 웃음이 났다.

언론을 말하고 싶던 이와 언론을 비평해 온 이의 만남은 신이 날 수밖에 없었고, 깊은 대화는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 책을 아직 다 읽지 못해 본격적인 서평이라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시대의 필독서로 꼭 소개하고 싶어 그날의 뜨거웠던 대화를 글로 옮겨 본다.

▲김성재 작가 ⓒ권미강

왜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인가

권미강 :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이라는 타이틀이 참 직관적이면서도 강렬합니다. 그런데 원래는 이 책의 기획 취지가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고 들었어요.

김성재 : 사실은 애초에 뉴스 소비를 아예 줄이자는 취지의 책을 내고 싶었습니다. 나쁜 뉴스건 좋은 뉴스건 상관없이요. 저는 일단 우리나라에 뉴스가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도 너무 많고, 그 많은 언론사들이 너무나 많은 뉴스를 생산해내요. 뉴스 과잉인 거죠. 더더군다나 뉴스 중에서도 정치 관련된 뉴스가 너무 많습니다. 아침에 TV를 틀면 YTN이나 24시간 보도 전문 채널에서 밤늦게까지 한 3분의 2를 시시콜콜하고 아주 정치 공학적인 뉴스로 채워요. 전 이걸 우리 시민들이 다 알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권미강 : 맞아요. 가끔 TV를 보면 '저런 것까지 뉴스로 다뤄야 하나' 싶은 순간들이 있더군요.

김성재 : 최근에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이탈리아 순방 가는 환송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패널을 불러 설명을 하는 뉴스가 어제 나오더라고요. 기자가 강훈식 총리한테 굳이 그걸 또 질문하고요. 여당 대표와 대통령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고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이렇게까지 보도할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한 3년 전에 유럽에서 <뉴스 다이어트(롤프 도벨리)>라는 책이 나왔어요. 그 쓸데없는 뉴스를 보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산책, 명상을 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내용인데, 우리나라 유통 구조는 더 심각합니다. 뉴스가 포털, 유튜브, TV를 통해 다 공짜로 풀리니까 사람들이 돈도 안 드네 하면서 막 소비하는 거죠. 언론사들은 온갖 알 필요가 없는 정치 뉴스, 연예인 뉴스, 낚시성 뉴스를 마구 생산해서 광고 협찬으로 돈을 벌고요.

권미강 : 그래서 처음엔 유럽처럼 뉴스 소비 자체를 줄이는 다이어트를 제안하려 하셨던 거군요.

김성재 : 네,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나 역동적인 사회잖아요. 유럽은 안정된 사회라 끊어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뉴스 소비 자체를 너무 갑자기 줄여버리면 우리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체를 줄이는 건 무리이니, 충동적 과소비와 결별하듯 '나쁜 뉴스' 소비를 줄이고 헤어져야겠다, 그래서 이 제목이 나오게 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평생의 숙제

권미강 : 작가님 삶의 궤적을 보면, 왜 언론의 왜곡과 나쁜 뉴스 문제에 이토록 천착하시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하셨던 일도 이와 맞닿아 있죠?

김성재 :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에서 언론의 수많은 왜곡 보도에 대해 사실을 밝히는 반박 글을 쓰는 일을 했었습니다. 당시 워낙 엉터리 보도가 많다 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대응할 사람을 뽑으라 하셨고, 제가 한겨레신문을 그만두고 들어갔죠. 기자를 하다가 가서 직접 들여다보니 "내가 기자 그만두길 정말 잘했다, 엉터리가 참 많구나"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 후 청와대 나와서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저에겐 평생의 숙제가 생겼습니다. 대통령께서 늘 "민주주의는 언론의 수준만큼 간다. 언론이 바로 서야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 하셨잖아요. 언론에 의해 그토록 괴로움을 당하셨으니,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하지 못한 언론 개혁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라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부당한 공격을 정리한 책 <야만의 언론>을 냈고, 영화 <슬기로운 해법>을 만들었고, 시민언론 민들레에서 미디어 비평 칼럼을 쓰며 이 책까지 이어지게 된 겁니다. 저는 진짜로 지금도 민주당이 아무리 집권을 해도, 이 정도 수준의 언론과는 민주주의를 잘 만들어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권미강 : 대구·경북(TK) 지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던 제 경험이 떠오릅니다.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숨 막히는 기득권 지형이었죠. 그때 저도 혼자 '우리나라 민주화는 언론 개혁과 검찰 개혁 없인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언론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판을 짜고 발목 잡는 걸 보면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그런데 책의 부제가 <민주시민을 위한 뉴스 리터러시 교양 참고서>잖아요. 애초에 언론이 의도를 갖고 잘못 쓴 뉴스라면, 시민들이 그걸 리터러시(문해력)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성재 : 대한민국 언론은 단연코 말씀드리는데 '자정 작용'에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스스로 바꿀 의지가 없고 앞으로도 안 바뀔 겁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시민(독자)이 직접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구분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뉴스 리터러시'입니다. 리터러시라는 것이 그냥 읽고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방점이 있는 거죠. 뉴스를 볼 때 "이건 문제가 있는 기사다"라는 것을 구별하는 안목을 기르자는 겁니다.

제가 예전에 공저로 냈던 책에서는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썼습니다. 기사가 소비자에게 올 때까지 기자, 데스크, 사주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목이 어떤 의도로 뽑히는지 생산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뉴스를 읽을 때 "아, 이거 기자들이 특정 의도로 장난쳤다, 전체 맥락을 왜곡했구나"라는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됩니다.

기계적 중립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기만적 중립

권미강 : 책을 읽은 어떤 젊은 기자가 서평을 쓰며 고민하던 부분들이 해소되어 고마웠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어떤 지점이었나요?

김성재 : 바로 '언론의 중립'에 관한 문제입니다. 기자들이 제일 먼저 교육받는 게 뉴스의 객관성, 공정성, 중립성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기자들이 심각하게 묶여 있어요. 특히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진보 매체의 젊은 기자들이 "우리는 중립적이어야 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오히려 굉장히 나쁜 뉴스들을 만들어내고 있죠.

그 대표적인 게 12.3 내란 관련 보도입니다. 내란 앞에서는 중립적인 게 있을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윤석열 내란범을 탄핵하고 처벌하자는 집회와,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부대의 집회를 똑같은 분량으로 보도합니다. 이걸 중립이라고 생각하는 기계적 중립, 아니 저는 '기만적 중립'이라고 생각해요.

권미강 : 기만적 중립, 정말 정확한 표현이네요. 친일 문제나 망언에 대응하는 언론의 태도도 마찬가지죠?

김성재 : 윤석열 정부 때 독립기념관장에 친일파적인 사람을 임명했을 때도 언론은 '논란'이라고 기사를 씁니다. 어떤 정치인이 친일 망언을 해도 '친일 발언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하죠. 이건 논란이 아니라 비판하고 처단해야 할 망언입니다. '논란'이라는 건 논의해야 할 대등한 사안에 쓰는 말인데, 기자들이 관행대로 중립인 척 숨어버리는 겁니다. 위의 데스크들이 고쳐주지도 않는 건 결국 철저히 의도된 겁니다. 이걸 논란이라고 포장해 중립에 서 버리면 결국 친일파들의 망언이 정당화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하나 더, 언론 스스로 '보수'와 '진보'라는 표현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보수언론'이라는 매체의 대부분은 '보수'와 거리가 멉니다. '진보언론'이라는 매체도 그다지 진보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극우적이고 친일, 친독재, 친재벌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 민주주의와 민족을 배신한 매체들이 '보수'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되어 나쁜 뉴스 생산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극우 언론' '우파언론' '수구언론'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저는 언론이 꼭 중립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얼마든지 편향적이어도 괜찮습니다. 저는 조선일보나 TV조선이 우편향, 극우적으로 편향된 것에 대해 불만이 없어요. 그 사람들은 원래 그렇게 생각하는 집단이니까요.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대선 직전에 사설로 "우리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떳떳하게 밝히고, 유럽의 언론들도 보수인지 진보인지 다 드러내고 장사합니다.

권미강 : 편향성 자체는 매체의 정체성일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김성재 : 그렇죠. 진짜 문제는 조선일보 같은 언론이 자신들의 논리를 짜 맞추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을 호도하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척하면서 교묘하게 기득권 편을 드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사기입니다.

오히려 저는 한겨레가 선명하게 진보적으로 편향되었으면 좋겠는데, 기자들이 중립의 신화에 빠져 제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어요. 말로만 반성문 쓰고 시스템은 바꾸지 않은 채 검찰이 흘려주는 피의사실을 그대로 받아쓰는 짓을 한명숙 총리 때도, 조국 전 장관 때도 똑같이 반복했습니다. 그러니 독자를 잃고 배신감을 안겨주는 겁니다.

권미강 : 한겨레 이야기가 나오니 가슴이 더 아픕니다. 창간 당시, 대학생이었던 우리 세대는 없는 돈을 모으고 모아 한겨레 창간 주주로 참여했습니다. 지하철 패스권 한 달 치가 넘는 돈을 기꺼이 내고, 한겨레를 사서 정독하는 게 유일한 자부심이었던 세대였죠. 그렇기에 지금 한겨레가 보여주는 영혼 없는 중립과 왜곡 행태에 느끼는 배신감과 허탈감이 너무나 큽니다.

김성재 : 선배님이 85학번이시니 딱 89년 창간 때 주주이셨군요. 저 귀하고 소중한 민중의 신문이 저렇게 되었으니 배신감이 더 크고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언론학 학자들이 미국식 객관주의와 중립주의만 주입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권미강

언론의 가속화된 보수화 구조와 1인 미디어의 명암

권미강 : 요즘 공중파나 기성 언론을 보면 진보적인 목소리는 완전히 씨가 마르고 급격하게 보수화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보수 언론사의 숫자가 많아서인가요, 아니면 태영, 호반건설 등 건설 자본과 대기업들이 언론사를 소유하고 결탁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까? 이외에 또 다른 근본적 이유가 있나요?

김성재 : 정확한 지적입니다. 건설사와 대기업들이 광고와 자본줄을 쥐고 흔들기 때문에 언론은 철저히 기업 눈치를 봅니다. 재벌과 대기업들은 규제를 풀어주는 보수 정권을 선호하므로, 언론사들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보수 정권이 창출되도록 정치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보수화 전위 부대가 됩니다.

여기에 깊은 역사적 뿌리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 36년에 더해, 해방 이후 무려 50년 이상을 보수 독재 정권이 지배했습니다. 민주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까지 다 합쳐봐야 고작 15년 남짓입니다. 이 사회의 주류 기득권의 뿌리는 일제가 남겨놓은 잔존 세력, 친일 세력, 독재 부역자, 그리고 재벌 카르텔입니다. 이 거대한 기득권 구조와 시스템 속에서 언론 권력도 한 몸으로 기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보 언론이 새로 서고 싶어도 물적 토대(자본)가 너무나 취약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지형인 거죠.

권미강 : 참 암담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최근 몇 년간 1인 미디어나 독립 매체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김성재 : 참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미래를 예측하고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초석을 닦아 놓았다는 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온라인 IT의 힘(노사모 등) 덕분에 보수 언론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도 당선될 수 있었죠. 이후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 혁명 등을 거치며 1인 미디어가 활동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가 열렸습니다. 이 1인 미디어와 뉴스타파, 시민언론 민들레 같은 독립 매체들이 있었기에 보수 언론 권력이 여론 프레임을 100% 독점하는 참극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제 책의 칼럼들도 주류 언론 카르텔을 깨기 위해 이 독립 언론들과 1인 미디어들이 하루빨리 자리를 잡고 대성해야 함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짚어야 할 치명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바로 '게이트 키핑(Gate-keeping)'의 부재입니다. 대다수 1인 미디어 운영자들은 저널리즘에 대한 직업적 훈련과 윤리적 고민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습니다. 언론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데스크가 팩트를 검증하고 걸러내는 절차인데, 1인 미디어는 이 과정이 완전히 생략되어 있죠. 운영자 개인의 선입견, 확증 편향, 편견이 여과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오보가 많고 대단히 위험한 측면도 존재합니다.

26년 전 오마이뉴스가 창간하며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고 선언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도 엄연한 언론이자 기자입니다. 다만 '좋은 기자냐 나쁜 기자냐, 실력과 윤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시민들이 유튜브나 1인 미디어를 볼 때도 철저한 뉴스 리터러시 안목을 가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언론 개혁을 위한 3대 구조적 해법

권미강 : 광장에서 "조선일보 폐간"을 외치지만 법치국가에서 강제로 문 닫게 할 방법은 없고, 다들 구체적으로 무얼 해야 할지 대답을 잘 못합니다. 우리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언론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요?

김성재 : 조선일보 하나 폐간한다고 될 문제가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 때 언론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기득권 언론의 저항으로 실패했죠. 헌법상 언론의 자유가 있으니 정부가 함부로 나설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개혁 정부와 국회가 결단하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3가지 구조 개혁 방안이 있습니다.

첫째, 정부 광고 배분 방식의 혁신입니다.

제가 언론재단에 있을 때 조중동의 ABC협회 가짜 부수 조작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때 제가 문체부와 함께 발행 부수 대신 새로운 광고 집행 기준을 수립했습니다. 언론중재위의 왜곡·오보 판정 건수, 신문윤리위의 경고 내역, 법원의 패소 판결 수치를 다 통계화해서 나쁜 뉴스를 많이 내는 매체는 등급을 낮춰 정부 광고비를 깎아버리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정권 바뀐 뒤 국회 증인으로 불려 다니고 경찰 수사까지 받았지만, 다음 정부는 이 공정한 배분 방식을 반드시 다시 시행해야 합니다.

둘째, '미디어 바우처 제도'의 전격 시행입니다.

1년에 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정부 광고 예산을 언론사에 직접 주지 말고, 시민들에게 바우처 형태로 나누어 주는 겁니다. 시민들이 자기가 신뢰하고 보고 싶은 언론에 직접 구독료나 후원금 개념으로 바우처를 폭격하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해야 언론사들이 조회수 낚시가 아닌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경쟁하게 됩니다.

셋째, 폐쇄적인 부처 기자단과 '검찰 출입 기자실'의 전면 폐지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임기 말이라 동력을 잃었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검찰 기자단 폐지를 강력히 지지하고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대안 매체든 1인 미디어든 누구나 들어와 취재할 수 있게 문을 완전히 열어야 합니다. 더불어 국회는 허위 왜곡 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정보통신망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을 단호하게 밀어붙여 통과시켜야 합니다.

무너진 언론사 내부의 소통 구조와 교육 혁신

권미강 : 기득권 언론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라도, 또 유튜브나 SNS 같은 1인 미디어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공교육에서의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정말 절박해 보입니다.

김성재 : 1인 미디어 운영자들의 편견과 오보가 검증 없이 작동하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민주시민의 기본 소양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교육과정 계획서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라는 선언적 문구 한 줄은 들어갔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었습니다. 지금 학교에서 마지못해 하는 교육은 교실 뒤편에 조중동 종이신문 갖다 놓고 오려 붙이게 만드는 낡은 NIE(신문활용교육) 수준입니다. 이런 고리타분한 도덕 수업 대신, 유튜브와 포털을 총망라해 나쁜 뉴스를 비판적으로 간파하는 제대로 된 뉴스 리터러시 교과 과정을 만들어 정규 필수 과목으로 넣으라고 교육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청년들이 가짜 뉴스에 속아 급격히 극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헤어질 결심'

권미강 : 그렇다면 우리 시민들이 나쁜 뉴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당장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김성재 : 첫째는 이 책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을 한번 쭉 읽으시면서 비판적 안목을 기르시는 거고요(웃음). 둘째는 내가 뉴스를 소비하면서 정말 팩트를 다루고 양심적이라고 판단한 소수의 매체와 신뢰하는 기자들을 명확히 찾아내어 화이트리스트를 만드는 겁니다.

반면에 상습적으로 왜곡 보도를 일삼고, 기사형 광고나 남발하며, 기만적 중립 뒤에 숨어 현실을 호도하는 나쁜 뉴스 매체와 기자들과는 오늘 이 시간부로 단호하게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작별하셔야 합니다. 단언컨대, 그 매체들을 끊고 보지 않더라도 우리 시민 여러분들의 삶과 일상생활에는 정말 눈곱만큼의 불편함도, 아무런 지장도 없습니다.

권미강 : 매일 이런 쓰레기 같은 나쁜 뉴스들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다 보면 인간적인 분노와 피로감이 엄청나실 것 같아요. 작가님 개인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마음에 거리두기를 하시나요? 술이라도 한잔 시원하게 드시나요?

김성재 : (웃음) 아, 이거 참 창피해서 어디 가서 안 하는 이야기인데 고백을 하자면…. 매일 뉴스를 보며 온갖 스트레스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때, 제가 마음을 비우기 위해 매일 들어가는 유튜브 방송이 있습니다.

바로 '옛날 개그콘서트(개콘) 모음집 방송'입니다. 10년 전, 혹은 수년 전에 방영했던 개콘 코너들을 다 모아놓은 채널인데, 거기 들어가서 온갖 정치 뉴스나 언론 생각은 완전히 뇌에서 비워버린 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실없이 깔깔거리며 봅니다. 그렇게 한바탕 바보처럼 크게 웃고 나면 묘하게 뇌가 환기가 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다시 글을 쓸 힘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차담을 마무리하며

가장 지치고 힘들 때 오래전 개콘을 보며 실없이 웃는다는 그의 고백을 들으며, 어쩌면 지금 우리 시대 언론 자체가 스스로 블랙코미디에 빠진 건 아닐까 생각했다. 희극의 탈을 썼으나 결국 비극을 보여주는 서글픈 블랙코미디. 아마 이 글을 읽는 언론인이 있다면 "지깟 주제에 뭘 안다고" 쏘아붙이거나, 안면 있는 기자라면 뒤에서 궁시렁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대들이 기자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갖추고 진짜 언론인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이제는 나쁜 뉴스를 버리시라. 시민들 역시 영혼을 해치는 나쁜 뉴스와 단호히 헤어지고 진짜 뉴스를 곁에 두시라. 그러려면 우선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을 읽고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세계로 기꺼이 걸어 나가 보시라.

오랜만에 나눈 유익하고도 유쾌한 대화 덕에 체증이 내려가듯 속이 뻥 뚫렸다. 찻집을 나서는 길, 노을이 땅거미 속으로 가라앉는 시간이었음에도 눈에 비친 하늘은 유난히 환하고 맑았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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