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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봉오리’와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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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봉오리’와 ‘봉우리’

어린 시절에는 유난히 산을 좋아했다. 산속 외딴집에 산 기억 속에는 작은형과 산딸기를 찾아 헤매던 추억과, 각종 산꽃이 만발할 때 진달래 먹고, 철쭉은 손바닥에 올려서 열 번 때린 다음에 먹고, 가끔 벌집을 찾으면 그 속에서 애벌래를 잡아먹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때는 우리 문중 산이라 마음 놓고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수목원이 들어서서 조경은 더 멋있어졌지만 뛰놀던 살골짜기는 데크와 밧줄이 놓여 지나치게 현대적인 감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그리운 곳이다.

산봉우리에 올라가면서 꽃봉오리 하나씩 뜯어 속살을 보던 시절이 이미 오랜 과거가 되어 버렸다. 그때는 왜 꽃봉오리를 뜯으며 그 속의 꽃을 찾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빨리 꽃을 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꽃봉오리에 숨어 있는 기다림의 미학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때가 되어야 열리고 아름답게 피는데, 성질 급한 필자는 미리 보려고 하나씩 뜯어냈던 것이다. 불쌍한 나의 황학산의 진달래 꽃봉오리!

봉우리와 봉오리는 많이 헷갈리는 것 중 하나다. 고어에서는 꽃봉오리와 산봉우리가 다 같이이 ‘오리’로 나타나 있다. ‘봉오리(花乳頭<譯語解類(補) 1690>)’라는 단어가 먼저 보인다. 이 ‘봉오리’는 ‘보’와 ‘오리’의 합성어이다. ‘보’는 ‘볻>볼>보’의 변화를 거쳐 꽃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오리’는 어근이 ‘올’인데 ‘꽃, 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봉우리(花乳頭)’는 ‘볼오리>보오리>봉오리’로 변한 것으로 본다. 즉 ‘보’라는 꽃의 의미와, ‘오리’라는 ‘꽃, 풀’의 의미가 합친 것으로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의 합성이다.(서정범, <새우리말 어원사전> 참조) 마치 ‘바람벽(바람壁 흔히 예전에는 벼람박, 베람박 등으로 발음했다)’처럼 같은 어휘 둘이 합성된 단어라고 본다. 현대어에서는 ‘아직 피지 않고 망울만 맺혀 있는 꽃, 봉우리의 방언’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현대어에서는 ‘봉우리’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먼저 봉오리의 예문을 보자.

이 세상에서 꽃이란 꽃은 다 봉오리가 벙글고, 활짝 피었다가 시들게 마련이다.

3월이 되면 매화가 해끗해끗 봉오리를 튼다.

황학산 바위틈에 철쭉은 터질 듯 봉오리를 물고 있었다.

와 같이 쓴다.

‘봉우리’는 ‘봉’과 ‘우리’의 합성어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볻>볼>보’의 형태로 변화한 것인데, 우리말에는 ‘모음충돌 기피현상’이라는 것이 있어서 모음끼리 오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잇다. 그래서 ‘보’다음에 ‘ㅇ’을 첨가한 것이다. ‘봉’은 고어에서 ‘산(山)’이라는 의미가 있다. 밭(田, 벌(原 : 들판), 바(所 : 일정한 지역)의 어근 ‘받, 벋’과 동원어(同源語 : 같은 어원의 말)일 것이다.(서정범, <새우리말 어원사전> 참조) 고문헌을 보면 ‘그 묏 보오리 쇠머리 가틀 쌔(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6 : 7, 뜻 : 그 산 봉우리 소머리 같을 새)’, ‘못 봉오리 봉(峰)(훈몽자회(訓蒙字會) 상, 3)’ 등에서 ‘봉오리’로 나타나 있다. 그러던 것이 시대가 흐름에 따라 꽃봉오리와 산봉우리를 구분하면서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 것으로 본다.

봉우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 산꼭대기의 뾰족하게 솟은 머리, 2. 높은 수준의 단계, 또는 그런 경지에 오른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래서 ‘산봉우리’와 합성어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 또한 ‘산+보+오리’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의 합성이다. 이제 ‘봉우리’의 예문을 보자.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두 봉우리는 이마받이를 하고 서 있다.

산봉우리의 웃꼭대기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물.

태양이 먼 산봉우리에서 장엄히 떠올랐다.

와 같이 쓴다. 우리는 흔히 ‘봉우리’와 ‘봉오리’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것을 본다. 고어에서는 같이 썼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으니 의미에 합당하게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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