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전격 침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생포한 다음 날,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수도 거리에 집결해 "베네수엘라는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다"라며 "제국주의와 전쟁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스푸트니크>, <미들이스트아이>, <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오후 베네수엘라 시민 2000여 명은 수도 카라카스 시내 미라플로레스 궁전 앞 거리에서 미국의 국제법 위반을 규탄하고 마두로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행진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이 X,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 게시한 영상 자료를 보면, 시민들은 거리에서 주권과 반제국주의, 전쟁 반대, 평화 수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저마다 "우리 대통령을 석방하라"거나 "베네수엘라는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랜카드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마두로 대통령 생포 직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통치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규탄이다.
한 청년 여성은 취재를 나온 방송국 카메라를 향해 "우리는 양키 부츠(미국의 군홧발)와 외국인이 우리에게서 대통령을 강탈해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그를 뽑았고, 우리가 끝까지 그와 함께 할 거니 그를 내놔라"고 외쳤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주변 군중들은 "마두로여, 버텨라. 민중이 일어서고 있다"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이들은 또 'La patria no se vende, la patria se defiende'(조국은 팔지 않는다. 끝까지 지킨다)는 구호도 반복해서 외쳤다. 강대국들의 국정간섭을 반대하고, 석유 등 국가 자원을 외국자본과 강대국에 매각하는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베네수엘라의 오랜 구호다.
한 중년 여성은 현장 영상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에게 정당 소속 같은 건 없다. 지금 우리는 하나의 국가"라며 "우리는 우리 국민이 다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우리는 주권이 있는 자유로운 민족이고, 앞으로도 자유롭게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아프로-베네수엘라 쿰베' 소속이라 밝힌 청년 남성 크리스티안 피치 티스는 <미들이스트아이>와 인터뷰에서 "미국 제국주의는 남반구(Global South) 민중을 지배해 온 역사가 있고, 군사화의 재발과 악화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며 "나이지리아에 대한 폭격은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콩고와 수단에서의 학살,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제노사이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쿰베(Cumbe)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 도망친 흑인 노예들과 선주민이 만든 자치 공동체다.
그는 "이들은 모든 자원을 차단당한 채 고통받고 있는데 미국은 이곳 베네수엘라의 자원을 강탈하기 위해 우리를 폭격하고, 우리를 직접 공격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실리아 플로레스를 납치해 갔다"며 "그들은 세계의 지정학적 균형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 몰락하며 죽어가는 제국을 다시 세우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코뮌(Communes·베네수엘라 자치 공동체)를 믿으며, 민중의 권력을 믿는다"며 "아프로-베네수엘라 민중은 볼리바르 혁명 이전에는 이토록 실질적이고 강력한 권리를 누려본 적이 없다. 그것이 우리가 이 거리에 나와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곳에서 죽을 각오가 돼 있지만, 우리가 죽지 않도록 여러분이 목소리를 내 주길 바란다"며 "전 세계와 인류를 구하고 새로운 재건을 이루기 위해, 이제는 종말을 맞이해야 할 미국 제국주의를 규탄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 남성 참가자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야권 정치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향해 "자신의 조국인 베네수엘라가 미국 제국주의의 공격을 받고 있는데, 평화를 논하던 그 소위 '노벨상 수상자'의 성명은 어디에 있느냐?"며 "당신은 어디에 있느냐? 이런 상황, 이런 환경 앞에서 침묵하고 있는 국가들은 다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한편, 마두로 정부에 반대하는 의견은 베네수엘라 현지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BBC는 지난 4일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생포를 지지하는 일부 베네수엘라 주민을 익명으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BBC에 '마두로를 이곳에서 몰아내 준 것에 대해 미국에 감사하다. 최소한 다시 터널 끝의 빛을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며 '많은 이들이 실종됐거나, 투옥됐거나, 사망했거나, 그저 겨우 살아가고 있다. 어느 국가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진정한 비극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는 지지 의견을 밝혔다.
지난 3일부터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스페인, 보고타, 이탈리아 등에선 베네수엘라 이주민과 망명자들이 마두로 대통령의 생포와 미국의 침공을 축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드디어 자유의 날이 찾아왔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로 춤을 추고 기뻐했다. 지난 3일 마두로 대통령이 갇힌 뉴욕 메트로폴리탄 구치소(MDC) 앞에서 열린 지지 시위에 참여한 한 베네수엘라 이주민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식량, 의약품, 치안, 보험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범죄자인 독재자가 제거된 것에 대해 우리는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는 미국의 국제법 위반과 제국주의적 침공 행위를 비판하는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부터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워싱턴DC 등을 시작으로 쿠바,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 튀르키예 등에서 미국 규탄 시위가 열렸고, 스페인 마드리드 및 바르셀로나에선 지난 4일 대규모 시위대가 집결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저항하는 국제적 보이콧 운동 기구인 팔레스타인 BDS 전국위원회(BNC)도 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범죄적이고 식민주의적인 군사 침략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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