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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혁신안' 뒤엎고 '男主당'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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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혁신안' 뒤엎고 '男主당'으로 가자?

부문 최고위원 폐지에 '여성 할당제' 없던 일로

성평등 주간인 4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최고위원 여성 할당 방침을 백지화하기로 의결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 청년, 노인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도입했던 부문별 최고위원도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 안팎에서 민주당이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열어 새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 "최고위원 선출 투표 결과 상위 5명에 여성이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 5위 남성 후보자 대신 여성 후보자 가운데 최다득표율을 기록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것은 제외하기로 했다"고 백혜련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청년, 여성, 노인, 노동, 민생 등 5개 부문 전국위원장이 최고위원을 겸직했지만 8.25 전당대회에선 이 부문별 최고위원 제도가 폐지된다.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당시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마련한 혁신안에 따라 도입된 부문 최고위원 제도를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대신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전국단위 최고위원 5명과 지명직 최고위원 2인을 선출키로 했다. 당초 최고위원 5인에 여성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 최다득표한 여성을 끌어올리는 여성할당제를 도입키로 했으나 이 역시 '없던 일'로 되돌렸다.

백 대변인은 여성 할당제 백지화의 배경에 대해 "여성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상위 5위에서 입성하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입성하게 되면 타 후보들이나 남성 후보측 에서 여성은 당연히 입성하니까 안 찍어도 된다는 선거운동이 이전에도 있었다"며 "그게 오히려 여성 후보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백 대변인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여성 정치인에게 냉혹한 현실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남성 중심' 정당으로 낙인찍힌 상황인데, '여성 자력으로 경쟁을 뚫으라'는 것은 '성 평등'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백 대변인은 "여성 당대표가 이미 선출된 전력이 있고 그동안 가산점이나 여성에 대한 배려 없이 자력으로 최고위원 들어온 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나 최고위원 하마평에 거론되는 당내 인사 중 여성은 거의 없다. 박영선 의원 정도가 당대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백 대변인은 그런데도 이번 지방선거에 여성과 청년이 많이 진출했기 때문에 그 목소리로 반영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위원회와 여성위원회 자체 조직으로 충분히 그 목소리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어떤 당 대표가 되더라도 지명직 최고위원 2인 몫에 여성과 청년, 노인에 대한 배려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출직 최고위원과 지명직 최고위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위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이같은 결정은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전국여성위원장 몫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던 양향자 최고위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여성 할당제 백지화에 대해 "역행하고 있다"며 "여성, 청년 부문에 대한 몫이 없어진 것에 대한 이견이 많았다"고 내부 진통을 전했다. 그는 "여성, 청년, 노인 부문별 최고위원이 없어진다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결정이 발단이었다"며 "여성들의 정치활동이 활발해졌다고 해도 광역단체장이나 지역위원장에서도 여성의 진입이 힘든 것처럼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병관 최고위원의 부문별 최고위원 관련 문제를 제기 했고 내부에서 형평성을 따지려고 청년도 없으니까 여성도 없애는 것이 맞지 않냐는 논의가 있었다"며 "오히려 부문별 최고위원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향엽 민주당 여성국 국장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당헌, 당규에 명시된 모든 당직의 30%를 여성으로 충원해야한다는 성평등 조항도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여성 할당제 없이도 여성의 대표성이 남녀 동수에 가깝게 되는 분위기라면 여성위원회나 여성가족부가 없어도 되겠지만, 현재 그렇게 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적극적 조치로 분위기 성숙이 필요한 것"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에 명시된 성평등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당헌 2장 8조에는 "우리 당은 여성의 정치참여를 보장하여 실질적인 성평등을 구현하고, 여성 당원의 지위와 권리에 대하여 특별히 배려한다"고 되어 있다. 성평등 실현을 위해 여성 당원에 대한 적극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도 지난 2일 "여성과 청년이 비집고 들어갈 그 어떠한 작은 틈도 허락지 않는 거대한 기득권의 성벽을 쌓는 민주당을 보며 민주당 내에서도 '심히 당황스럽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며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작태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 여러분께 처음 약속드린 그대로 여성 그리고 청년들의 정치 진입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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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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