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2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전격 합의했다. 헌법 54조에 따른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회계연도 개시 30일 전) 당일이다.
여야는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고, 시트작업 등을 마치는 대로 가급적 이날 자정 전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지난 2014년, 2020년에 이어 3번째로 법정시한을 준수하게 된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총 5개항으로 된 내년도 예산안 관련 합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언론에 발표했다.
양당은 먼저 처리 시한과 관련 "2일 오후 4시에 본회의를 개의해 예산안과 부수법률안 등을 처리"하기로 했다.
증감액 규모에 대해서는 "조직개편에 따른 이체 규모 등을 제외한 4.3조 원 수준을 감액하고, 감액의 범위 내에서 증액"해 "총지출 규모가 정부안 대비 늘어나지 않도록 한다"고 여야는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예산안 규모는 정부 제출안인 728조 원 선으로 정해졌다.
구체적 증감액 내용에 대해서는, 먼저 감액과 관련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국민성장펀드 등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는 감액하지 않고, AI지원·정책펀드·예비비 등을 일부 감액"하가로 했다.
증액 대상 항목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분산 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실증 사업 등을 위한 예산" 등과 함께 "도시가스 공급배관 설치 지원, 국가 장학금 지원, 보훈유공자 참전 명예 수당 등"으로 여야는 합의했다.
양당 원내 관계자들은 이른바 예산안 시트(sheet. 항목별 증감액 등 세부수정)작업이 끝나는 시각을 이날 밤 10시경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 예산안 통과 시점은 자정에 가까운 심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이소영 의원은 "서두르면 자정 전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여야 간 평행선을 그려온 법인세·교육세 등 세법 관련 합의 상황에 대해서는 "세입 부수법안을 먼저 처리하고 맨 마지막 안건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이어서, (세법은) 당연히 처리를 하는 게 전제"라며 "기재위에서 통과되지 않은 법안은 자동상정 규정에 따라 정부안(원안)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예산 합의 후 주재한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다"며 "728조 원 규모의 예산 총액을 온전하게 지켜냈다. 국민성장펀드, 지역사랑상품권 등 핵심 국정과제 예산도 모두 그대로 통과될 예정"이라고 협상 성과를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5년 만에 예산을 법정기한 내 처리하게 된 점도 큰 의미가 있다"며 협상에 참여한 원내지도부의 노고를 치하하고 "이번 합의는 민주당이 민생 회복과 미래 성장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협상장을 끝까지 지켜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도 "민주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합의가 최선이고 민생은 양보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 아래 협상에 임했다"며 "이번 합의는 어느 일방의 승패가 아니라 국민 앞에 여야가 함께 책임을 다했다는 점에서 공동의 성과이고, 특히 법정기일 내 합의는 극심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민생과 경제를 중심에 둔 책임정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의미있는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박형수 의원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으로서는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여야 간에 조금씩 양보해서 원만한 타협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예산안 합의를 긍정 평가했다.
박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은 (국민의힘은) 감액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못 받겠다고 한 것"이라며 "국정철학과 관련된 부분이라 그 부분은 저희가 양보한 것이다. 저희들이 감액하지 않고 인정해 주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주장해온 대통령실 특활비 삭감 문제에 대해 그는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작년에 특활비를 일방적으로 다 삭감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삭감을 주장했고, 민주당은 한 푼도 삭감할 수 없다고 해 팽팽히 맞섰다"며 "그래서 특활비 삭감 대신 대통령실 운영비에서 1억 원을 삭감하는 것으로 특활비 삭감의 의미를 담기로 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다만 "전체 예산을 증액하지 않은 것, 순증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이와 함께 이재명 정부 역점 사업인 AI 관련 예산 10조 원 중 2000억 원 이상을 감액한 부분 등을 야당의 협상 성과로 꼽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저를 비롯해 우리 의원들 모두 아쉬움이 남을 것이지만, 협상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어서 어쩔 수 없이 이 정도 수준에서 합의했다. 양해 바란다"며 "다수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폭거를 일삼는 어려운 상황에서 그래도 민생 예산이 중요하기에 어쨌든 기한 내 예산 처리를 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합의했다"고 여야 합의 관철을 위해 당내를 설득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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