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하기로 하면서 지난 8개월간 지속된 의정 갈등 해결의 물꼬가 트일 예정이다. 다만 의료인 최대 직능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22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그동안 진행되어 온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면서도 "수백, 수천 번의 번민과 숙고 끝에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뜻을 모았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정책으로 의과대학 학생들과 전공의들이 학업의 자리와 의료 현장을 떠나는 상황이 벌써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우리 의료의 근간은 크게 흔들렸다"며 "이지금 이 순간에도 그 붕괴를 알리는 초침이 째깍 째깍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그동안 진행되어 온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 또한 올바른 의료를 하겠다는 젊은 의사들의 충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그러나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때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인한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더 이상은 묵과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결단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정책들이 의료계를 배제한 채 추진되고 있으며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너무나 크나큰 희생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하루라도 빨리 대한민국 의료가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내린 것"이라며 "또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대한 동의가 아닌,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문가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의체 참여 전제조건으로 △의대생 휴학계 허가, △2025년, 2026년 의대 입학정원 논의와 의사 정원 추계 기구의 입법화를 위한 시행계획과 로드맵 설정, △의대생 교육, 전공의 수련 기관의 자율성 존중 및 교육과 수련 내실화, 국가 정책 수립·지원 보장,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 보장,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개편해 의료계가 인정할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의 장으로 운영 등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어 "정부와 여야 역시 진정성을 가지고 협의에 임해 주기를 충심으로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많은 의정 협의 실패의 전철을 결코 밟지 않고, 상호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그를 바탕으로 건설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2025년 정원 백지화' 없이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 시점에는 의협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단체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의료계 전체 의견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신중함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 여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한의학회와 KAMC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환영한다"며 "향후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료계의 참여를 환영한다"며 "오랫동안 국민들께 불편 드려온 의료상황을 해결할 출발점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좋은 의료진 양성을 위해 의대 학사운영과 의평원의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의료계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말씀도 드린다"며 "국민의 건강만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의료계의 결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 국민의힘도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향후 협의체를 통해 수련환경개선 등 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의료시스템이 정상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전공의 및 교수단체 등 다른 의료계 단체들도 협의체에 참여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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