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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시간 경선서 아랍계 성난 표심 직면…본선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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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시간 경선서 아랍계 성난 표심 직면…본선 경고음

승리했지만 가자지구 정책 항의 '지지 후보 없음'에 10만 표 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실시된 미시간주 대선 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동시에 가자지구 전쟁에 항의하는 아랍계 표심에 직면하며 본선에 경고음이 울렸다.

<AP> 통신을 보면 이날 치러진 미시간 민주당 예비선거(프라이머리) 개표가 98% 완료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81.1%(61만7728표)를 득표해 경선 독주를 이어 나갔다. 그러나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 표가 13.3%(10만960표)에 달하며 웃을 수 만은 없게 됐다. 해당 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가자지구 전쟁 관련 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로 분석된다.

'지지 후보 없음' 기표 운동은 아랍계 미국인들이 주도하는 단체 '미시간의 목소리를 들어라(Listen to Michigan)'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3주 전 활동을 개시한 이 단체는 가자지구 전쟁을 이스라엘에 의한 "집단 학살(genocide)"로 규정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잔학 행위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휴전을 요구한다. 단체는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에 기표할 것을 유권자들에 촉구했다. 단체는 3주간 116만 명 이상의 유권자에게 전화 및 문자로 참여를 독려했다고 밝혔다. 미시간은 미국에서 아랍계 인구가 가장 집중돼 있는 지역 중 하나로 31만 명 이상의 주민이 중동 및 북아프리카계다.

미시간은 대표적 경합주로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1만1000표 차이로 가까스로 눌렀다. '미시간의 목소리를 들어라'가 목표 달성 조건으로 1만 표를 내 건 것은 이 정도 차이가 당락을 가를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시간의 목소리를 들어라'의 캠페인 관리자인 레일라 엘라베드가 이번 투표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이 소중하고 우리는 즉시 영구적 휴전을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며 지지자들과 목표 달성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1만 표 목표치 자체는 2012, 2016, 2020년 미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이 각 2만 표 가량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낮게 설정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10만 표에 달해 지난 3번의 경선에 비해 약 8만 표가 더 나왔다. 특히 지역 인구의 절반인 11만 명이 아랍계로 추정되는 디어본 지역에선 56%가 '지지 후보 없음'에 투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을 하루 앞둔 26일 이번 주 안으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마무리 돼 "다음주 월요일엔 휴전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휴전을 압박하고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보수적인 정부가 계속된다면 이스라엘은 전세계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미시간에서 15만 여 표 차이로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5년 전 예멘에서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한 미시간 주민 모하나드 가잘레이(18)는 이날 '지지 후보 없음' 기표 운동을 접하고 친구 두 명과 함께 민주당 예비선거 투표에 나섰다. 그는 "그곳(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은 너무 끔찍하다.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 슬플 뿐"이라며 부모님께도 투표를 권하겠다고 했다. 함께 투표한 친구 살레 잠자미는 "팔레스타인 휴전을 원하기 때문에 '지지 후보 없음'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번 항의 투표가 실제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준인지는 미지수다. <AP> 통신은 미시간 정치를 오래 추적해 온 여론조사원 리차드 추바가 11월 대선 본선 영향을 걱정해야 할 수준의 득표율은 20%~30% 이상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30% 이상으로 올라 가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반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본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는다면 진보적 유권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자신의 의제와 정반대되는 정책을 가진 사람"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지지 후보 없음' 운동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위협보다는 메시지 전달로 봐야 한다고 미 CNN 방송 정치 분석가이자 미 프린스턴대 사학 교수인 줄리안 젤라이저는 설명했다. 젤라이저 교수는 이번 결과는 "치명적이지 않다"며 중동 상황은 역동적이고 11월엔 유권자들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시간에서 바이든 정부의 가자지구 정책에 대한 경선 투표를 통한 항의 운동이 이목을 끌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며 다른 주로 퍼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CNN은 "미시간의 '지지 후보 없음' 운동이 모방 낳을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무슬림 인구가 많은 또 다른 지역인 미네소타주에서도 유사한 운동이 시작됐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오늘 목소리를 내 주신 모든 미시간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경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소감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나 '지지 후보 없음' 운동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같은 날 열린 미시간 공화당 대선 예비선거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98% 개표 상황에서 68.2%(75만5909표)를 득표해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26.5%)에 또 다시 승리를 거뒀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에서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프라이머리)가 치러진 가운데 자원봉사자들이 디어본 지역에서 가자지구 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닌 '지지 후보 없음'에 투표해 달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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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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