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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도 넘은 희생자 행세 '내가 흑인이고 나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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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도 넘은 희생자 행세 '내가 흑인이고 나발니'

흑인 단체 연설서 본인 기소 흑인 차별에 비유해 뭇매…"트럼프, 희생자화 즐기고 이용"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자신과 역사적으로 차별 받은 흑인을 동일시하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최근 수감 중 돌연사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에도 비유하는 등 기소를 역이용해 자신을 정치적 희생자로 묘사하며 지지를 이끌어 내려 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 ABC 방송, <로이터> 통신 등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하루 앞둔 2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흑인보수연맹(BDF) 행사에서 연설하며 자신의 형사 기소를 흑인 차별에 비유한 데 대해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역겹다"고 24일 즉각 비난했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이러한 발언은 "거대한 경고 신호"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다시 패할 것이라고 재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 해당 연설에서 "나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기소를 당했고 많은 사람들이 흑인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들이 너무 큰 상처와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실제로 나를 차별 당하는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그들에게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흑인들이 자신을 지지하기 시작했다며 91개 범죄 혐의로 인한 4건의 개별 형사 기소를 역사적 흑인 차별과 동일시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8월 조지아주에서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로 기소돼 머그샷(경찰의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찍은 사실을 언급하며 이 머그샷이 흑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나는 여러분, 흑인 인구를 위해 기소됐다"는 근거 없는 발언을 내놨다.

성관계 입막음 돈 지급을 위한 사업 기록 위조 혐의, 2020년 대선 전복 시도 혐의, 기밀 문서 반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연설에서 "불빛이 너무 밝아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없다. 흑인만 볼 수 있고 백인은 안 보인다"는 '어두운 곳에선 흑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인종 차별적 표현에 근거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 흑인인 바이든 선거캠프 공동위원장 세드릭 리치몬드는 24일 성명을 내 "트럼프가 자신의 범죄 혐의 때문에 흑인 미국인들이 자신을 지지할 거라 주장하는 건 멍청한 이야기다. 이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트럼프)는 흑인 유권자들이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그의 뻔뻔한 선전을 간파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민권단체들은 해당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범죄 혐의를 미국 사법 시스템의 체계적인 인종 편견과 잘못 연결 시켰다고 비난했다. 미 흑인인권단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2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가 흑인성(blackness)을 범죄와 동일시한 건 처음이 아니다. 분명히 해 두자. 우린(트럼프와 흑인) 공통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ABC는 미 인권단체 전국행동네트워크(NAN)를 설립한 인권 운동 지도자 알 샤프톤 목사도 2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흑인에 대한 모욕의 전형"이라며 "이건 정치를 넘어선 문제다. 우리(흑인) 모두가 머그샷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사법 정의 시스템이 많은 경우 우리에게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공개된 미 퀴니피악대 여론조사에서 흑인 응답자들 사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19%에 불과해 바이든 대통령(79%)에 비해 매우 낮다. 다만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한 2020년 선거 출구조사에 비하면 소폭 상승한 것이다. 당시 조사에서 흑인 유권자 87%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고 12%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 사실을 역이용해 근거 없이 자신을 정치적 희생자와 동일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나발니가 지난 16일 수감 중 사망한 것을 두고 자신을 나발니에 비유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SNS)에 "바이든:트럼프::푸틴:나발니"라고 게재한 데 이어 20일 미 폭스뉴스에 나발니의 죽음은 "매우 슬픈 상황"이고 자신이 기소 당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끔찍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과는 달리 푸틴 대통령에 나발니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하진 않았다. 반면 헤일리 전 주지사는 18일 ABC에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를 "죽였다"고 지적했다.

25일 <뉴욕타임스>(NYT)는 경선에서 헤일리 전 주지사를 지지하는 온건한 공화당원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가 언론이 "그(트럼프)가 법정에 있다는 사실을 조명하고 그가 희생자가 되는 것을 허용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승리 이유는 "그 자신을 희생자화한 탓"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수누누 주지사는 "그(트럼프)는 그것(희생자화)을 사랑하고 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 헤일리가 주지사를 지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약 60%의 표를 얻으며 헤일리 전 주지사를 20%포인트(p) 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거듭된 패배에도 헤일리 전 주지사는 사퇴 없이 경선을 계속 치르겠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흑인보수연맹(BDF)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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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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