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아닌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러시아에 더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13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AP> 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을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로씨야1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 차기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어느 쪽이 승리하는 것이 러시아에 더 나은지에 대한 질문에 "바이든"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더 경험이 많고 예측 가능하며 구식 정치인"이라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하지만 우리는 미국 국민의 신임을 받은 어떤 지도자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문제 관련 질문에서도 해당 문제가 "미국에서 선거 운동에 속도가 붙으면서" 불거진 것이라고 지적하며 2021년 6월 스위스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양호한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을 "채무불이행자"로 몰아가며 러시아가 침략해도 보호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며 "역사상 어떤 다른 대통령도 러시아 독재자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원에서 통과된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의 하원 통과를 촉구하며 "이 법안을 지지하는 것은 푸틴에 맞서는 것이며 반대하는 것은 푸틴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선호한다면서도 바이든 정부 정책에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현 행정부의 입장이 "극도로 해롭고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도 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관련 입장엔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트럼프)는 미국이 동맹과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그의 관점에선 논리적이지만 유럽인들의 관점에선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그들은 미국이 나토 창설 뒤 수행해 온 일부 기능을 공짜로 계속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2016년 대선에 러시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나는 나토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나토는 미국의 외교 정책 도구라는 단 하나의 의미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이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결정은 미국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2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로 인한 서방의 제재와 경제적 압력 등 현 정권이 직면한 문제는 많지만 알렉세이 나발니 등 비판자들이 감옥에 있거나 국외로 망명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당선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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