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명(非이재명)계 5선 중진 설훈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재명 당 대표를 '연산군'에 비유해 강하게 비판하며, 이 대표와 민주당을 심판하는 차원에서 총선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무소속과 새로운미래 입당 선택지를 놓고는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설 의원은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40여 년 동안 몸담고 일궈왔던 민주당을 떠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저는 감히 무소불위의 이재명 대표를 가감 없이 비판했다는 이유로 하위 10%를 통보받았고, 지금까지 제가 민주당에서 일구고 싸워온 모든 것들을 다 부정당했다"고 했다.
그는 "저는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고 민주당을 세우고 민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지금까지 살아왔다"면서 "지난 40여 년 동안 민주당이 버텨왔던 원동력은, 그리고 국민이 민주당을 신뢰했던 이유는 바로 민주당의 민주화가 제대로 작동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작금의 민주당은 다르다"며 "이제 민주당은 이러한 민주적 공당(公黨)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私黨)으로 변모되었다"고 했다. 나아가 "이재명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재명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지금의 민주당은 전혀 국민께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아무런 책임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 의원은 "비록 민주당을 나가지만,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은 끝까지 제 가슴속에 담아둘 것 밖에서 민주당의 진정한 혁신을 위해 더욱 힘껏 싸우겠다"고 했다.
설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출마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는 "과거 이해찬 전 대표가 세종시에서 무소속 출마해서 당선된 전례가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의 잘못된 행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총선에 출마해서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출마를 하기 위해서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창당한 새로운미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지역에 있는 그분들은 무소속이 좋겠다고 얘기하고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서도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는) 당을 자기중심 사람으로 다 감싸게 되면 결국 그게 자기 갑옷이 되고 자기를 보호하는 벽이 될 것이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 틀린 판단"이라며 "국민 심판을 넘어야 되는데 그렇게 해서 국민 심판을 받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 전망에 대해 "크게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장치가 하나 남아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출마도 포기하고, 책임 있는 사무총장이나 부총장도 물론 같이 사퇴를 하면 그나마 마지막 기회로서 국민들이 그걸 보고 '반성하고 있구나', '민주당을 살려야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다시 살아날지 모르겠다"고 조언했다.
다른 의원들의 탈당 여부나 '민주연대' 등 민주당 안팎을 아우르는 반(反)이재명 모임 발족설에 대해선 "지금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최적의 상황이 될 것인가도 고민하는데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날 탈당 의사를 밝힌 박영순 전 민주당 의원은 28일 새로운미래에 입당해 지명직 책임위원으로 임명됐다.
새로운미래의 당색인 '터콰이즈 블루'(보석 터키석 색상) 점퍼를 입고 새로운미래 책임위원회에 참석한 박 책임위원은 "따뜻하게 환영해주셔서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 많이 치유되고 새로운미래에서 함께 아름다운 희망을 꽃 피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했다.
박 책임위원은 "제가 30년 몸담은 민주당 탈당한 것은 (선거) 유불리 때문만이 아니"라며 "더 이상 민주당에서 어떤 소신을 펼칠 수 없고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새로운미래 점퍼를 입고 반드시 승리해서 당에 승리의 기쁨을 안겨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당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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