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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기채 가격 폭락에 아시아 금융시장은 '검은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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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기채 가격 폭락에 아시아 금융시장은 '검은 수요일'

美발 불확실성에 원화·엔화가치 폭락…한은 "필요시 시장 안정화 개입"

미국 10년물 국채 가격이 폭락하면서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져들었다. 국내에서도 원화 가치가 폭락하고 주가도 급락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오후 10시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13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해 4.840% 이상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금리 수준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사태 당시인 2007년 8월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치다.

미 연방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 우려가 다시 커지는 가운데 연방 기준금리의 고공행진 가능성이 더 커지면서 월가에 불안감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장기채 가격 폭락... 불확실성 커져

이날 뉴욕증시 마감 이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졌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사태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지난 달 30일 셧다운 위기 당시 임시예산안 통과를 이끈 핵심 인물이다. 당시 결정으로 오는 11월 17일까지 45일짜리 연방 정부 예산을 동결하는 임시예산안이 의회 문턱을 넘으면서 초유의 '셧다운' 사태 폭발 시한도 그만큼 연장됐다.

매카시 하원의장이 초유의 사태로 물러나게 됨에 따라 미국 금융권이 요동치는 건 불가피해졌다. 예산의 대폭 삭감안을 주장해 온 공화당 강경파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성큼 다가왔고, 국가 신용등급의 추가 강등 가능성까지 거론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미 연방준비은행(Fed,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 확실시 됨에 따라 초유의 고금리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도 짙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마이클 바 연은 부의장은 뉴욕에서 열린 포케스터스 클럽(Forecasters Club of New York) 행사에 참석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느냐가 아니라 (물가상승률 2%대) 목표 달성을 위해 '(고)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지난 월요일 연설에서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미 발생한 금융 긴축 상황이 끼치는 영향력 평가를 위해서는 연내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이를 한동안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아예 '7% 금리 시대' 전망까지 제기됐다. 현재 5.25~5.5%인 연방 기준금리 상단이 1.5%포인트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1990년 12월 이후 미 기준금리가 최고조로 치솟게 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은 3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연내 기준금리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수준이 아니라 한 번에 1.5%포인트 오를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기준금리 7% 시대로 인해 우리가 연착륙할 수도, 더 심한 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며 "잠재적으로 나쁜 결과가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그보다 더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저성장-고금리의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미국 경제를 억눌러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16개월간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그것으론 부족했음이 확실시된 결과다. 실제 미 노동부 Jolts (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채용공고는 전월 대비 69만 건 증가한 961만 건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미국 경제의 호황이 지속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우려는 더 커진 셈이다.

재닛 옐런 미 연방 재무장관이 고금리 시나리오를 일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에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안이 통과된 직후 미 의사당에서 열린 공화당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

검은 수요일아시아 금융 시장 요동

시장 불안이 확산하면서 미 증시도 폭락세를 보였다. 이날(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430.97(-1.29%) 급락해 3만3002.38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3월 22일(530.49p) 이후 최대 낙폭이다.

S&P500 지수는 58.94(-1.37%) 하락해 4229.45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248.31(-1.87%) 내린 1만3059.47로 마감됐다.

달러화는 초강세를 이어갔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달러화 인덱스는 이날 장중 107.35까지 올랐다.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통상 채권 가격과 화폐 가치는 같은 움직임을 보이지만 지금은 미국 금리 인상-세계 경제 추가 긴축 우려로 인해 상대적 안전 자산인 달러화 선호도가 커지는 국면이다.

이 같은 시장 불안감은 4일 아시아 시장이 개장하면서 세계로 확산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 이상(600p) 하락해 3만700선을 기록 중이다. 닛케이225지수가 3만1000선 아래로 내려간 건 올해 6월 1일 이후 처음이다.

일본 금융당국은 외환시장에 긴급 개입했다.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3일(현지시간)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0.16엔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147엔대로 3엔가량 급락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넘어선 것은 작년 10월 하순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엔화가치가 짧은 시간에 폭락하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긴급히 시장 개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정부 측은 이를 부인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간다 마사토(神田眞人) 재무관은 기자단에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유무에는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환율의 급변은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도한 변동에는 어떠한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 2.7% 급락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후 이날은 전일 대비 64.4(-0.37%) 떨어진 1만7266.82로 거래를 시작했다.

코스닥 4% 폭락환율은 1360원선까지 상승

한국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서울 외환거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1.2원 오른 1360.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10원 이상 튀며 곧바로 1360원 선을 형성한 후 장중 한 때는 1360.8원까지 상승했다. 이날 거래가 마감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7일 1356원선까지 오른 후 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증시는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9.38(-2.41%) 하락한 2405.69를 기록, 간신히 2400선을 지켰다. 코스피가 2400선을 기록한 건 지난 3월 27일 이후 약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이 4045억 원, 기관이 4692억 원 어치를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은 8349억 원을 순매수해 장을 떠받쳤다.

코스닥은 3% 이상 폭락해 810선마저 무너졌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33.62(-4.00%) 급락해 807.40으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코스닥은 지난 3월 21일 이후 약 6개월여 만에 810선이 무너졌다. 아울러 이날 하락폭은 지난 7월 26일(-4.18%) 이후 가장 컸다.

미국발 대형 악재로 인해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자 당국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이날 오전 한국은행은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미국 상황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재는 "연준의 고금리 기조 강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 채권 금리가 상당폭 상승했고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지속해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유 부총재는 이어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각별히 경계감을 갖고 국내 가격변수와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시 시장 안정화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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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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