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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분노에도 '색깔론' 적용? "아예 우리 목소리 안 듣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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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분노에도 '색깔론' 적용? "아예 우리 목소리 안 듣는구나…"

'학습권 침해' 논란엔 "재량휴업이 오히려 학습권 보장"

악성 민원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다 세상을 떠난 서이초 교사의 49재 날인 4일, 교육부가 단체연가 및 재량휴업 등을 불법행위로 규정하며 '공교육 멈춤의 날'을 저지하고 나선 가운데 교육현장에선 '교육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교사들은 이날 연가 사용, 집회 참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이초 초등교사를 예정대로 추모할 계획이다.

애초 이날 예정됐던 대규모 집회는 교육부의 강경대응 기조 속에 지난 2일 주말집회로 대체됐지만, 일부 교사들은 집회 감행을 위한 주최단체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를 구성해 이날 오후 4시 30분께에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인천, 충북, 대전, 충남, 대구, 광주, 제주 등 각 지역에서도 같은 시간 지역 교육청 등 장소에서 추모집회가 열린다.

오후 3시에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에서 고인의 49재 추모제가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리기도 한다. 고인의 유족들이 서이초 현장에서 49재를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를 서울시교육청 측이 수용했다고 전해진다.

추모제 행사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과 고인의 학교 선후배 등이 참석한다. 조 교육감은 앞서 지난 25일 "오는 9월 4일을 추모와 함께 '공교육을 다시 세우는 날'로 정하고자 한다"라며 공교육 멈춤의 날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앞서 지난달 24일 교육부는 "법과 원칙에 의거해 학교 현장의 학사운영과 복무관리가 이뤄졌는지 점검하고 대응할 계획"이라며 이른바 '공교육 멈춤의 날' 참여 교사들에겐 최대 파면 및 형사고발에 준하는 조치까지 취해질 것임을 암시했다.

이에 '9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겠다'고 나섰던 전국 500여개 학교가 재량휴업 지정을 철회, 현재는 서울 10여개 등 전국 30여개 학교만이 이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한 상태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단체행동이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육 현장에선 공교육 멈춤의 날을 향한 이 같은 강경대응 기조가 당위성 측면으로도, 효율성 측면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의 대학원 동기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국민의힘 측에서 추모집회에 대한 '전교조 개입설' 등을 꺼내들면서 현직 교사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앞서 지난 3일 국회에서 '공교육 멈춤의 날과 관련한 당의 대응이나 입장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어느 특정 단체로 인해 교육 현장과 교실이 정치투쟁으로 변했고, 선생들이 노동자를 자처하는 단체 때문에 현장 망가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국민의힘, 서이초 사건에 "선생이 노동자를 자처하는 단체 때문“)

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20대 초등교사 A 씨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공교육 멈춤의 날 얘기가 나온 이후 안 그래도 (참여 중단을 경고하는) 지시사항이 굉장히 많이 내려와 압박을 받았다"라며 "여기에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의 정치색 같은 것까지 언급하니까, 아예 우리 목소리는 듣지도 않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라고 말했다.

관련하여 장대진 서울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진행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모 집회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주최를 한 것으로, 교직단체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49재를 맞이한 공교육 멈춤의 날도 교직단체에서 주관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부터 현재 7차 집회까지 진행된 주말집회는 물론 공교육 멈춤의 날 연가 투쟁 등도 모두 교사들의 자발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서울교사노조, 전교조 등 주요 교육단체들 또한 해당 활동에 연대하고 있지만, 집회를 주최하거나 단상에 올라 발언하는 등의 주도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9.4 공교육 멈춤의 날'은 서이초 사건 직후인 지난 달 21일 온라인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시작됐다.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고인의 49재에 '연가나 병가를 내서 추모행동에 나서자'는 한 교사의 말이 호응을 얻어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집단행동에 나서자는 논의로 확장됐다.

이형민 전교조 대변인 또한 지난 8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서이초 사태와 관련한 대부분의 행사는 초등교사 커뮤니티 등을 통해 현직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것이 맞다"라며 "교사노조들도 당연히 연대하는 입장이지만, (비노조 교사들의 의견을 고려해) 오히려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한 바 있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 부위원장은 교육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대해서는 "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아마 2006년도인가 특정 노조에서 연가투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것을 제2의 또 다른 (노조) 연가투쟁으로 보고 있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약간 이것을 불법으로 낙인찍고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현재 집회 주최 측에선 정파성 논란을 고려해 여·야 정치인은 물론 노조를 포함한 모든 교육단체의 지원이나 공식 연대활동, 현장 피켓 등도 거부하고 있다는 게 장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한편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서울 천왕초등학교 소속 정용주 교장은 학교 측이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대응해 이날을 재량휴업일을 지정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 보호, 교육과정 파행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천왕초는 교육부의 '재량휴업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이날을 재량휴업일로 최종 결정한 전국 30여개 학교 중 하나다.

특히 정 교장은 "학교 유치원을 포함해서 교사들 대부분이 학교장의 연가, 병가 결재와 상관없이 9월 4일 공교육 멈추는 날에 동참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라며 "퇴임하신 강사 분들도 교사들의 뜻에 동참하겠다고 강사로 오지 않겠다는 분이 대부분"이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출근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학생의 안전 학습권 보호를 위한 학교장으로서의 최선의 결정은 임시 휴업일을 지정하고 대체 수업일을 확보하여서 일단 교육과정의 파행을 막는 것"이라는 게 정 교장의 설명이다.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 초등학교 앞에 '9·4 공교육 회복의 날을 지지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다. 해당 학교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했다.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인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연가 사용 등을 통해 집단행동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어 정 교장은 "오늘 재량 휴업일 실시하지 못하는 학교는 대부분 파행을 예정하고 있다"라며 "(해당 학교들은) 재량 휴업일을 안 했으니까 징계는 받지 않겠지만 (실질적으로 수업을 하지 못한) 오늘이 수업 일수에는 포함이 된다. 그런데 이것이 교육과정을 파행시키고 학습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할 경우 학교 측에선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방학일수를 하루 줄이는 등 대체 수업일을 확보할 수 있다. 8만여 명에 달하는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서명한 상황에선 오히려 재량휴업을 적극 권장하는 것이 수업권 보장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교육부는 강경대응 방침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추모는 교육부 역시 같은 마음으로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것은 다른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연가 및 병가 사용 시 징계조치에 대해서도 "징계 규정에 맞춰 판단하겠다"고 엄중 조치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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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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