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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49재' 두고 교육부는 "불법", 교육청은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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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49재' 두고 교육부는 "불법", 교육청은 "추모"

전국 교사 8만 명 "공교육 멈춤의 날 동참"…교육부는 "엄정 대응할 것"

서울 서이초에서 사망한 초등교사의 49재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 교사들이 오는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예고한 가운데, 교육부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일부 지역 교육감들은 '추모에 함께 하겠다'고 밝혀 양측의 갈등이 예상된다.

'9.4 공교육 멈춤의 날'은 서이초 사건 직후인 지난 달 21일 온라인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시작됐다.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고인의 49재에 '연가나 병가를 내서 추모행동에 나서자'는 한 교사의 말이 호응을 얻어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집단행동에 나서자는 논의로 확장됐다.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한 교사들의 자체집계에 따르면 25일 오후 현재까지 전국 1만 548개교의 7만 9584명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겠다는 서명을 전해왔다. 국가 공무원인 교사에게는 파업권이 없어 학교 차원의 재량휴업 지정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왔는데, 현재까지 전국 438개 학교가 당일을 재량휴업일을 지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교육부는 집단적으로 연가나 병가를 내는 '우회적인 파업' 또한 "불법행위"라며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교육부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교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2학기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저해하려는 것"이라 평하며 "법과 원칙에 의거해 학교 현장의 학사운영과 복무관리가 이뤄졌는지 점검하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 차원의 재량휴업 지정에 대해서도 "학교의 재량휴업은 비상재해와 같은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학기 중에 새롭게 지정할 수 없고 이번 사안은 긴급한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공교육 멈춤의 날 대책 논의를 위해 25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전국 시도교육청 부교육감회의에 돌입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 자리에서 해당 행위에 대한 엄정대응을 경고할 것으로 전해진다.

▲7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는 메모가 벽에 붙어있다. ⓒ연합뉴스

반면 서울, 세종 등 일부 지역 교육청에선 '교사들의 움직임에 동참하겠다'는 말이 나와 교육부와 교육청 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이날 교육청 홈페이지에 서한문을 게시하고 "오는 9월 4일을 추모와 함께 '공교육을 다시 세우는 날'로 정하고자 한다"며 "서울 학교에서는 학교 사정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한문에서 조 교육감은 "교육감은 상처 입은 선생님들이 비를 피하는 우산이 돼야 한다. 그것이 제 책무"라며 "추모와 애도의 마음으로 모인 선생님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행위를 '학사운영 저해', '불법행위' 등으로 규정한 교육부와 달리, 연달은 교육활동 침해 사항에 분노한 교원들에 대한 공감과 그들의 활동보호를 본인의 키워드로 내세운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3일 서울초등학교 교장들, 전교조·교사노조·교총 등 주요 교원단체들과의 간담회를 각각 마련해 공교육 멈춤의 날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조 교육감의 입장 발표는 해당 간담회에서 현장의 분위기를 논의한 후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사들의 집단 연가 및 병가 사용과 학교 측 재량휴업을 지원하고 나선다면 이 같은 행위에 '엄정 대응'을 예고한 교육부와는 실무적으로, 넘어서 법적으로도 충돌할 여지가 있다. 온라인 집게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선 1557개 학교의 1만 5935명 교사가 공교육 멈춤의 날 동참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는 경기도(3037개교 2만 7224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도 지난 24일 본인의 SNS 게시물을 통해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하겠다는 서한문을 발표했다.

최 교육감은 서한문에서 "서이초 교사 49재일은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와 제대로 배울 권리를 함께 지키기 위한,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내준 과제를 함께 풀기 위해 모이는 날"이라며 "(당일은) 혼란의 날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교사들의 개인적 '멈춤의 날' 동참과 함께 교원단체들 또한 '우회 파업'을 예고·지지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 등 6개 교원단체는 사건 직후 교사들이 노조 개입 없이 자생적으로 조직한 매주 토요일 집회에 참여해 지난 5일부터 교사인권 강호 및 교육활동 보호 등을 함께 외치고 있다. 이들은 9월 4일 우회 파업에 대해서도 참여 및 지지의사를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와 새로운학교 충남네트워크, 충남실천교육교사모임, 충남좋은교사운동 등 충남지역 5개 교원단체들은 25일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고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에게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호소문에서 이들은 "(학부모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학교를 하루 멈추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교사들의 움직임을 지지해 달라"라며 "9월4일 공교육 멈춤의 날, 교사들의 외침은 잘 가르치겠다는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7월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고인이 된 서이초 담임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검은색 복장으로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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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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