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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상향보다는 교육불평등 해결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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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상향보다는 교육불평등 해결이 시급하다

[유보통합을 말하다]

2021년 2월 첫째 딸을, 2022년 10월 둘째 딸을 출산했다. 첫째를 출산한 이후 대선을 치뤘고, 유보통합이 여야 대통령선거 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둘째를 출산한 이후 새 정부가 유보통합의 닻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추진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행정부처와 관련 법이 이원화되어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그 문제들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가 없다.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이 그저그냥 버텨주기에 지금의 이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더 좋은 기관을 선택하기 위해 또는 기관으로부터 받지 못하는 양질의 유아교육을 위해 사적 자원을 동원하면서 발생하는 교육 불평등 문제이다. 아이들의 출생이 급격히 감소하고 한 자녀 가구가 증가하면서 부모가 가진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영향력에 의해 영유아들의 조기교육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2023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강득구 의원실과 함께 전국 초등 1학년 학부모 11,000명에게 자녀의 만5세 시기 사교육에 관련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자녀가 사교육을 언제 처음 시작했는지 물었더니, '초등학교 입학 이전'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 응답의 65.6%이었다. 과목별로는 국어 사교육 74.3%, 수학 사교육 70.6%, 영어 사교육 61.3%, 예체능 사교육 56.2% 였다.

이 실태조사에서 한가지 더 확인한 것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사교육 실태였다. 만 5세에 어떤 유형의 사교육을 이용했는지 물었더니, 어린이집/유치원의 특별활동/방과후과정에서 이용했다는 응답이 31.7%였다. 과목별로는 영어 42.6%, 국어 31.3%, 수학 25.1% 순이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특별활동은 유아들이 사교육 시장에 진입하는 가장 쉬운 통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된 사교육비 통계에 잡히지도 않은 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기관장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러 토론회에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원장이 “부모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 특별활동과 방과후과정을 인지교육으로 개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아이들이행복한세상

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원아모집을 이유로 국영수 사교육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현실, 특별활동 없이 아동의 흥미와 놀이 중심으로 원을 운영하고자 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오히려 원아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등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을 마주할 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우리나라 유아교육·보육의 공공성 확보와 영유아 권익 중심의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에 걱정이 깊어진다.

이런 가운데 2023년 6월 교육부는 유아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학부모의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놀이중심 언어교육과 초1 통합교과 연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영어·예체능 등 수요가 높은 방과후과정의 지원비를 인상하고, 방과후 과정 참여 대상과 운영시간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 학부모의 수요를 적극 반영한 유보통합 모델 시안을 2023년 하반기에 제시하겠다고 하면서 이를 위해 초등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강화한 3-5세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향은 부모들에게 “미리 준비시키지 않아도 초등학교에 가면 충실하게 수업이 이루어지니 걱정하지 말고 입학시키세요”가 아니라 “이제 유아 단계에서부터 초등 입학에 대비하는 선행학습은 필수입니다”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초등의대반’과 같은 유래 없는 진도 경쟁의 불안과 압박 속에 있는 부모들에게 그 불안을 다시 한번 더 확증시켜주는 셈이다.

유아교육은 '초중고 대비 또는 대입을 준비하는 단계로서의 교육'이 아니다. 이번에 교육부가 제시한 유아 사교육 경감 대책은 스스로 누리과정의 ‘축소’와 ‘소외’를 초래하는 모순적 정책을 발표한 셈이다. 이는 누리과정의 안착과 실현을 위해 현장에서 부단히 수고해온 교사들의 무력감을 유발할 수 있고, 유아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은 ‘부모의 과도한 사교육비 경감‘이 아닌 ’아이들에게 강요되는 과도한 사교육과 선행교육 근절‘이 되어야 마땅하고, 이는 유보통합 시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과제이다.

영유아기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바로잡고 영유아의 건강한 발달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은 매우 중요하다. 근본 대책은 상위 학년의 입시 경쟁을 해소하는 대책이 마련되어 영유아 부모들이 느끼는 조기 경쟁의 압력을 낮추는 것이다. 더불어 영유아 시기를 영유아답게 보낼 수 있도록 유보통합 시 누리과정을 내실있게 운영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영유아의 건강한 발달권을 보장하기 위해 아동중심•놀이중심의 누리과정이 현장에서 양질의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국가가 부모들에게 정확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세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 번째 시급한 과제는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조기 인지학습을 실효성있게 금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원,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도한 인지학습을 금지하고 영유아의 놀 권리, 쉴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한 학부모 및 교사에게 적기 교육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특별활동이나 특성화가 아닌 놀이중심 교육이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유아 인권보장 및 과잉학습 방지를 위한 4법 개정〉 운동을 펼치고 있다. 36개월 미만의 영아에게는 인지중심과목 자체를 교육하지 못하도록 하고, 만 36개월 이상의 유아를 대상으로는 과잉교육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유아에게 1일 40분 이상의 인지교육을 시키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유아교육법/학원법/평생교육법/영유아보육법에 이를 담는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교육∙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이다.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아동중심•놀이중심의 교육과정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지만, 교사 대 영유아 수가 지금처럼 많은 상황에서는 누리과정의 실천이 어려울뿐더러 아이들이 받는 심리적 부담이 매우 크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다양한 요구에 세심하게 반응하기 어려우며, 모두가 참여하는 놀이를 구현해내기도 어렵다. 안전 문제까지 고려하면 아이들을 통제하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영유아의 발달권을 존중하고 있는 선진국의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은 어떠할까. 영아의 경우 스웨덴이나 핀란드, 덴마크,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 3명에서 6명 정도를 교사 1명이 돌보도록 하고 있다. 유아의 경우 스웨덴이나 핀란드, 덴마크는 교사 1명이 7-8명을 돌보고, 호주와 뉴질랜드, 독일은 교사 1명이 10명 정도를 돌본다. 3-5세의 경우 가장 많은 수를 돌보는 프랑스의 경우도 보조교사를 포함하여 계산하면 15명 정도를 교사 1명이 돌보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5월 전국 유치원 교원 4,681명이 응답한 한 설문조사에서는 유치원 학급당 유아 수를 3세 12명, 4세 14명, 5세 16명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어린이집의 경우 만3세 기준인원으로 1:15를 1:10으로, 만4세 이상의 경우 1:20을 1:15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부모와 일반 시민들 역시 이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2021년 8월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영유아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정책 요구 파악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555명의 부모 중 66.8%가 매우 필요하다, 26.8%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150명 일반 시민 중에서는 75.2%가 매우 필요하다, 21.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세 번째 시급한 과제는 놀이 환경이 충분한 실내외 시설로 개선하는 일이다. 영유아에게 놀이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바깥놀이는 영유아의 감각 자극에 가장 도움을 주는 중요한 활동이다. 영유아기의 바깥놀이는 뇌 발달에 있어 감각과 운동 경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영유아 물리적 환경 개선에 대해서 경민대 아동보육과 공수연 교수는 “영유아가 놀고, 먹고, 쉬고, 움직이고, 친구들과 놀아야 하는데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 영유아 놀이 공간 개선을 위해서는 “영유아 1인당 이용면적을 확대하고, 실내외 놀이공간을 확보하는 과제가 시급하다. 보육 정원과 상관없이 놀이터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하고,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단지 내 놀이터가 있으면 인가를 해주어야 한다. 또 영아만 보육하더라도 실외놀이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 놀이터는 구조화되고 정형화된 놀이기구보다 혁신놀이터와 같은 창의적 놀이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아이들의 자유로운 바깥 놀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실내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을 실내외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이루어질 수 있는 아이들의 놀이 선택권 확대와 교육과정 운영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결혼을 안했을 때는 언제 결혼할 거냐는 수많은 요구 속에 놓인다. 결혼을 하면 언제 아이를 낳을 거냐고 묻는다. 아이를 하나 낳고 나면 하나 더 낳아야 하지 않냐고들 말한다. 극저출생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와 국가는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더 낳으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내 아이가 겪을 불평등한 환경과 제도 앞에서 어떻게 안심하고 아이를 기를 수 있을까 부모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새 정부가 이전에 비해 파격적인 금액으로 부모수당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금성 지원은 일시적인 지원일 뿐이다. 현금성 지원을 늘린다고 해서 ‘아이를 안심하고 키워도 되는 사회가 되었다’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영유아의 행복권과 발달권을 보장하기 위해 영유아 권익 중심의 교육과정이 충실히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며 ‘이제는 안심해도 됩니다’라고 정확한 신호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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