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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달한 자본주의 대안 찾으러 '로컬로 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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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달한 자본주의 대안 찾으러 '로컬로 턴!'

[프레시안 books] <로컬로 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많은 학자들이 자본주의의 종언을 이야기했다. 소련이 무너지며 공산주의가 끝난 데 이어, 이제 자본주의 체제도 종말을 고했다는 소리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십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으나 자본주의 체제는 아직 유지되고 있다. 다만 건강한 상태라고는 볼 수 없다. 전 세계가 고용 없는 성장의 대열에 들어섰다. 선진국부터 성장 한계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이에 관한 첫 번째 대응은 생산비 절감이다. 제조 기반이 노동력이 싼 국외로 이주하기 시작하고, 동시에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일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남은 일자리는 점차 비정규화하고, 그에 따라 국내에서 실업이 항상적인 위기 상태에 처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를 이식한 대부분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 또한 대체로 나라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제품을 팔기 어렵다면? 돈을 팔면 된다. 제조 기반이 사라진 공백에 자산이 상품으로 등장해 거래된다. 부동산, 주식, 선물, 옵션이 눈만 뜨면 변화하는 새로운 상품으로 나와 시장에 유통된다. 이제는 디지털화폐까지 투자 상품이 됐다. 돈이 돈을 사면서 국내에 현금이 순환하도록 하는 '자유주의' 체제가 안착했다.

이런 상태가 과연 지속 가능할까. 비틀거리며 걷는 자본주의의 오늘을 의구(疑懼)하고 대안을 찾는 흐름이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로컬로 턴!>(박우현 옮김, 이숲)에서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 고베여대 교수는 성장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하고, 이제 허황한 성장 신화에 목매는 대신, 정상(定常) 경제를 추구하자고 제안한다. 탈자본주의 사회의 모델로서 성장하지 않는 사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치다 교수는 일본이 세계에 문을 열기 전인 에도 시대를 정상 경제 체제의 예로 든다. 오늘날 일본의 산림률은 68%에 달해 핀란드(74%), 스웨덴(69%)에 이어 선진국 중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한다. 온 국토를 난개발한 나라가 일본이리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산림자원은 일찌감치 보호 대상이 됐다. 그 기원은 도쿠가와 바쿠후(幕府)에서 찾을 수 있다. 센고쿠(戰國) 시대에는 각 나라(구니, 國)의 경쟁적인 축성과 제철로 인해 산림자원이 황폐화했다. 이에 따라 산림의 침식과 홍수 피해 증가가 생겨났다. 정부는 이를 바로잡고자 통일 후 전국 산림의 벌목을 규제했다. 어느 지역에 어떤 종류의 수목이 몇 그루 있는지를 일일이 기록할 정도로 세밀한 관리가 이뤄졌다. 이는 계획적인 벌목과 조림 정책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가 오늘날 일본의 울창한 밀림이 됐다.

우치다 교수는 에도시대의 통치 원리는 '한결같음', 즉 정상이었지 '성장'이 아니었기에 이 같은 시대 유지가 이어졌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성장 한계에 부딪친 지금의 일본 역시 정상 경제 국가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자식 세대든 손자 세대든, 백년 후 이백 년 후에 살아갈 후손까지도 지금의 나와 같은 땅에서 같은 생산양식과 생활문화를 영위한다는 것을 전제로 사회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다.

실제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 곳곳에서 관측된다. 도시의 경쟁적이고 소모적인 삶을 버리고 시골로 회귀하는 청년의 움직임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남들과 경쟁에서 이겨 홀로 승자가 되려는 목표 대신, 성장은 포기하더라도 더불어 살기를 택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관측된다.

우치다 교수는 아울러 성장 자본주의 시대에 출범한 국민국가 체제 역시 수명을 다했다고 진단하고, 폐현치번(폐번치현廃藩置県을 비튼 용어. 폐번치현은 메이지 유신 시기 에도 시대의 번 체제를 폐지하고 중앙에서 내려 보낸 관료에 의한 전국 단위 통치 체제를 만들기 위해 현을 설치한 정책)을 감행할 때라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지역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정상 경제 체제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누리는 시대, 즉 '로컬로 턴'하는 삶을 저성장 시대의 대안으로 강조한 셈이다.

우치다 교수의 주장은 일본과 같이 저성장-저출산 시대에 접어든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 있다. 그가 자신 있게 제시하는 대안은 과도한 경쟁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린 우리 도시민이 귀 기울여 들어볼 법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콤팩트시티를 향한 그의 비판은 독창적이다.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일본은 각 지역의 거점 도시에 제한된 자원을 집중 투자해 개별 거점을 중심으로 전국을 발전시킨다는 지방창생 구상을 정책화하고 있다. 우리로 따지자면 각 도에서 한둘의 소수 도시에 제한된 자원을 집중해 개별 도시가 서울과 마찬가지로 가용한 자원을 콤팩트하게 집중 관리해 인구의 유출을 최소화하고, 그 반대급부로 농촌 촌락 등 재활이 불가능한 지역은 사실상 방치한다는 구상이다.

우치다 교수는 이 같은 구상은 성장 쥐어짜내기식 아이디어일뿐이라고 혹평한다. 간단히 말해 지방에 '등급'을 매기고, 그에 따라 자원을 차등배분하겠다는 이 아이디어는 "일본 전역에서 벌어지는 수도권 집중을 도도부현 차원에서 소규모로 재연하는 것"일 뿐이라고 우치다 교수는 비판한다. 이는 결국 해당 거점도시의 인구 감소를 유예하는 조치일 뿐이고, 오히려 농촌 생산 현장에 있던 사람마저 저임금 서비스직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대책일 뿐이라고 우치다 교수는 일갈한다.

<로컬로 턴!>에 나온 모든 이야기에 동의하지는 않을 수 있다. 가령 성장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오늘날 한국은 인구감소라는 숙제를 풀 대안으로 여성 인권 강화, 강력한 이주민 유입 정책 도입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생산가능 인구가 늘어나 경제성장률 유지를 위한 자본주의 체제를 돌릴 수 있다.

이는 어쩌면 성장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인구 증가와 더불어 더 열린 사회 문화를 일으키고 높은 인권 인식을 사람들 사이에 심어주는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이처럼 책은 다양한 의문을 자문자답 가능하게끔 친절한 설명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지역이 답'이라는 이야기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에 빠진 한국에서도 중요한 대안적 움직임으로 조명받는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다른 삶을 꿈꾸는 이라면 우치다 교수의 주장을 귀 기울일 때다.

▲<로컬로 턴!>(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우현 옮김) ⓒ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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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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