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학회(대표 한동우)의 '의열지사 넋두리한마당' 중 10편을 골라 주 2회(수, 토요일) 연재를 시작한다. 이 연재는 김구, 조봉암 등 선열들이 오늘의 시대 상황을 직시하며 나라의 진정한 자주독립과 민족의 존엄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겨레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독백 형식의 글이다. 모든 글은 선열들이 남긴 기록들, 행적들, 역사적 사실들 등을 토대로 하여 필자의 의견을 가미했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네이버 블로그 '의열지사 넋두리한마당'에는(https://blog.naver.com/tongwoohn/222631939375) 2020년 7월 이후의 모든 연재 글( 25편)을 볼 수 있다.
1. 김구 선생 마이크 잡다
2. 죽산 선생 마이크 잡다
3. 마륵사(마륵사) 선생 마이크 잡다
4. 일곡(유인호) 선생 마이크 잡다
5. 김재준 목사 마이크 잡다
6. 강원용 목사 마이크 잡다
7. 스코필드 박사 마이크 잡다
8. 서인주 도사 마이크 잡다
9. 이지 스톤 마이크 잡다
10. 땅 속 운동권 마이크 잡다
생전에 목사님은 일찍이 기복주의와 율법주의와 근본주의에 빠졌던 한국 기독교의 잘못된 신앙에 경종을 울리고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크리스찬아카데미를 설립해 인간 사이의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 정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고, 전국적인 강연과 설교 그리고 대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새로운 통찰을 안겨주셨습니다.
그동안 세상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인 2020년 3월 11일 선포한 코로나19 펜데믹입니다. 백신은 개발되고 접종도 이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해서 아직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만과 탐욕으로 이 지구를 더럽힌 인간의 잘못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언덕에서’ 하신 목사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새롭게 경청하고 싶습니다.
나는 1970년대에는 인간화에 가치를 두고 양극화의 해소와 인간화에 총력을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말부터 내 생각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인간화에 대한 믿음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인간화의 길은 인간 중심이 아닌, 생명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1960년대 본격적인 공업화가 시작될 때에 공해 없는 경제발전을 주장하다가 경제제일주의를 밀고 나가던 박정희 정권과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자연파괴 현상이 더 가속화되었습니다. 유엔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문제를 주목했습니다. 1972년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라는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리면서 자연계를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비로소 정당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환경운동의 밑바탕이 되는 센터를 만들어야겠기에 수원에 있는 ‘내일을 위한 집’을 팔기까지 했습니다. 그곳은 인간화를 위한 중간 집단교육장이었습니다.
그 돈으로 강원도 가평에 ‘바람과 물 연구소’를 지었어요. 창세기에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에 운행한다’는 구절이 있는데 히브리어로 ‘영’이라는 것이 바람이라는 뜻입니다. 즉 바람과 물에 의해 생명이 생겨난다는 말씀입니다. 환경이 곧 생명이란 얘깁니다. 1992년 유엔에서 역사적인 ‘리우선언’이 있었는데 생명이 존재하는 유일한 별인 지구에서 모든 생명은 다른 무생물과도 서로 의존하고 있어 어느 한 가지와 관계가 끊어져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인간이 점차 야생동물의 서식지까지 침범하면서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인간이 창조력보다 파괴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약 300년 전에 시작된 근대화, 공업화입니다. 이것은 마치 인체를 파괴하는 암세포처럼 지구생명을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암에 걸린 초기에는 통증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암세포가 몸 안에 퍼져나가듯이 이 지구의 환경 파괴도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세 없이 악화되어 갔습니다.
공업화의 선진국인 유럽과 이를 따라잡은 일본 등지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지구환경이 파괴되면서 이를 막으려는 운동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났습니다. 종교 지도자들도 참가하여 ‘지구를 살리자’고 나셨습니다. 1993년 9월의 ‘지구윤리선언’은 종교인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우리는 명상, 기도, 적극적인 사고로 우리의 마음을 훈련하고 우리의 지각을 넓혀갈 것을 다짐하면서 친자연적인 삶을 위해 헌신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나는 환경이란 말을 인간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자연계는 인간의 들러리로 인식한다면 생태계를 파괴하는 환경 위기는 해결할 길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사고를 ‘환경은 생명이다’로 전환해야 합니다. 최근 도쿄올림픽이 열렸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의 주제는 천(天) 지(地) 인(人)이었습니다. 즉 하늘과 땅과 인간의 조화가 우리의 전통적인 사고입니다. 동물계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이며 물과 흙과 공기와 햇빛도 역시 생명입니다.
동양사상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땅 아끼기를 어머니같이 하라고 했습니다. 자연 파괴는 곧 어머니의 피부를 깎는 행위라며, 이 우주만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연 정복을 중시한 서양에서 기독교는 늘 사고의 중심이 하나님, 그리고 인간이었지만 12세기 이탈리아의 성 프란체스코는 생각뿐 아니라 그의 행동과 삶이 특히 그가 남긴 ‘태양의 노래’에서 참으로 놀랍게도 동양적인 사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슈바이처 박사도 기독교 신앙을 모든 생명에 대한 외경으로 보았고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는 말씀도 사랑을 자연계로 넓히신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문적인 신학논쟁에서는 생명 문제가 거의 무시당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양, 서양 할 것 없이 전 세계의 모든 종교와 문화 속에 있는 환경을 생명으로 이해하는 전통을 토대로 인간 중심주의에서 생명 중심주의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앞으로의 가장 큰 문제는 산업화진전에 따른 자연 파괴와 인간 파괴입니다. 핵전쟁의 위험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나아가 세계적 규모의 경제체제 내에서의 사회경제적 공평과 불공평의 대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쨌거나 환경문제, 생태계의 문제는 이제 정말 보편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는 창세기의 말씀이 더 이상 하나님의 자연을 착취할 게 아니라 그 위에 공동체를 창조 건설하라는 말씀입니다.
생명 보전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고를 전환해야 합니다. 경제제일주의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면 생태계 파괴는 피할 수 없습니다. 정부의 윤리가 바뀌어야 합니다. 기업가들도 발맞춰야 합니다. 생명에 반대되는 행위를 하면서까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살인을 해서 돈을 만드는 반인간적 범죄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국민 전체가 생명을 존중하는 윤리의식을 지니고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끝으로는 평생 한이 맺혀있는 남북문제를 언급할 차례입니다. 생전에 갖고 있던 생각대로 남북문제를 푸는 방법은 4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무력통일노선으로, 이승만 대통령과 김일성이 추구했지만 6·25전쟁으로 끝이 났습니다. 둘째는 흡수통일인데 북한이 자기모순으로 무너지면 흡수한다는 것으로, 독일통일이 이런 방식이었지요. 김영삼 대통령도 한때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미국은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반대했습니다.
중국도 남한 대통령이 평양으로 입성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우리 현실에도 맞지 않았습니다. 셋째가 분단고정화인데 이것은 남북이 모두 서서히 망하는 길입니다. 21세기에 투자해야 할 곳도 많은데 분단체제를 관리하기 위해 국방비에 엄청난 비용을 계속 쏟아붓는다는 것은 세계화시대의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남는 것은 평화공존밖에 없습니다. 평화가 정착되면 그때 가서 통일 논의를 해도 됩니다. 유일한 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당분간 통일 문제를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니 하면서 지금 통일 문제를 꺼내면 용공이니 반공이니 하는 이념논쟁을 하게 돼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70여 년 동안 남북이 갈려 있었는데 이제는 교류를 해야죠. 그리고 죽어가는 동포는 살려야죠. 이런 일을 하는 데는 여야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입니다.
남북의 지도자들 특히 정치지도자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져야 합니다. 대국을 꿰뚫어봐야 합니다. 시대는 많이 변했는데 사람들은 잘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왕개미가 앞장서고 일개미들이 뒤따르는 것은 산업화·공업화 시대에는 가능했지만, 정보산업시대에는 맞지 않습니다. 21세기는 거미처럼 네트워킹을 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집권자가 혼자서 다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지도자가 되려면 몇 가지 소양부터 갖춰야 합니다.
첫째, 민의를 이끌지 말고 끌어모아야 합니다. 국민들의 뜻을 받드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때 대통령은 국민의 종인데 국민인 주인이 시원찮으니까 종이 주인 노릇 하려한다고 했습니다. 둘째, 힘이라는 것은 나눠가져야 강해집니다. 독점하면 오히려 약해집니다. 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맡겨야 합니다. 그래서 셋째로는 대선후보는 분야별로 상담역을 밝혀야 합니다. 남북문제는 누구와, 경제문제는 누구와 함께 하겠다는 입장 표명입니다.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민의의 힘을 받아들이고 이를 다시 전문가들에게 나눠주면서 그들을 코디네이팅하는데 전념하는 지도자가 돼야 합니다. 부처를 순시하고 누군가에게 즉흥적으로 많은 것을 지시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조정하는 역할에 많은 시간을 배려하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주변에 많은 연줄 인력을 배치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가로채게 하는 짓은 절대 안하겠다고 다짐하는 대통령이라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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