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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시민들, 서울 한복판에 나서다…"어린 아이가 공포에 질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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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시민들, 서울 한복판에 나서다…"어린 아이가 공포에 질려 있다"

[현장] 재한 우크라이나인 공동체 집회 "푸틴은 학살을 멈춰라"

한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모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전쟁 중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의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선 300여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모여 '재한 우크라이나인 공동체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현지의 전쟁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 및 국제사회 시민들의 연대를 촉구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세요" "푸틴은 대량학살을 중단하라" "집에 가고 싶습니다"와 같은 문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란 의미의 우크라이나어 구호를 연호했다. 러시아의 자포리자 원전 포격 사실을 비판하는 문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와 비슷한 형상으로 묘사한 그림 등이 눈에 띄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러시아, 당신들은 손에 피를 묻혔다"는 영어 문구 피켓을 높이 들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 공동체 집회 참여자들 ⓒ프레시안(한예섭)

▲피켓을 든 재한 우크라이나인 집회 참여자의 모습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집회에선 재한 우크라이나인 참여자들에게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보내온 편지가 낭독됐다.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시작된 직후, 키이우(키예프)를 떠나 흐멜느찌키 인근까지 피난한 우크라이나 시민 사흐노 카테르나 씨가 해당 편지를 직접 작성했다. 15시간 동안 350 킬로미터를 이동해 대피했지만, 카테르나 씨가 마주한 상황은 "여기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이었다.

편지에서 그는 "어린 아이들에게 지하실에 숨어서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라 물으며 모든 시민들이 "사방에서 들려오는 총성에 공포에 질려 있다"고 우크라이나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올해로 3살이 된 그의 딸 알리사가 "잠을 자다가도 '총알, 총알 날아'라고 소리를 지른다"며 "(딸에게) 최고의 선물은 집에 돌아가는 것이다. 제 아이와 수천 명의 다른 아이들에게 인생 최고의 선물을 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크라이나와 함께 해주십시오"

발언에 나선 재한 우크라이나인 드므트로 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국 시민들의 연대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러시아 제재를 요구했다.

그는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 달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선전에 반대하고, 러시아와 관련된 스포츠 및 문화 행사를 보이콧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대를 향한 지원의 손길을 보내 달라'고 촉구했다. "지인, 친구, 정부 관계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며 한국 시민들의 '작은 움직임'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리켜 "세상을 뜨거운 전쟁에 빠트려 냉전에서의 패배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러시아는 협상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피켓을 든 재한 우크라이나인 집회 참여자의 모습 ⓒ프레시안(한예섭)
▲피켓을 든 재한 우크라이나인 집회 참여자의 모습 ⓒ프레시안(한예섭)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근처의 작은 마을 보호두히우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재한 우크라이나인 폴리나 씨 또한 비슷한 말을 전했다. "러시아는 테러 국가"라 강조한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나쁜 정부로부터 보호한다는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의 학교, 유치원, 아파트, 병원을 폭격하고 있다"며 "지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방패"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특정한 주최 단체 없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자생적인 소통 속에서 기획됐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뭐라도 해보자"며 집회를 기획했고, 한국어에 능숙한 우크라이나인들과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어 학과 소속 학생들이 집회의 홍보와 진행을 도왔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집회 참여자 중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도, 전혀 모르던 사람들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받아 전쟁이 발발한 후, 거의 한 시간 만에 사람들이 뭉쳤다"며 "다들 우리나라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현지의 소식을 묻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그는 "우크라이나에선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죽어가고 있다.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여성들을 강간하고, 아기들을 죽이고 있다는 만행들이 전해지고 있다"며 "많은 한국 시민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미 관심을 가져주고 있지만, 그래도 우크라이나의 전황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발언에 나선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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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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