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촛불을 들었다.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우크라이나 평화행동(이하 평화행동)은 4일 저녁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과 병력 철수, 국제사회의 외교적·평화적 문제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시민 2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푸틴은 평화를 이길 수 없다", "우크라이나에 평화를(Peace for Ukraine)", "전쟁을 멈춰라(Stop the war)"와 같은 구호를 한국어와 영어, 우크라이나어로 함께 외쳤다.
집회는 저녁 7시에 시작돼 두 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평화행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날 때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같은 장소에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주최 측이 준비한 이야기마당과 현장에서 신청을 받아 운영한 자유발언대를 통해 이날 집회 연단에 오른 시민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고, 우크라이나를 향한 관심을 호소했다.
영어로 자유발언을 한 우크라이나인 콘스탄틴 씨는 "지금 우크라이나는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붕괴되고 파괴되고 있다"며 "푸틴이 하는 일은 우크라이나 국가 전체를 향한 집단학살(genocide)"이라고 규탄했다.
콘스탄틴은 "우리(우크라이나)는 모든 발전한 국가들이 그러했듯 독립국가로서 주권을 지키고 우리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들고 싶다"며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침공을 멈추도록 가장 강력한 제재로 그들을 압박해야 한다. 한국도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어떤 나라가 러시아와 같은 일을 하고 또 어떤 나라가 우크라이나와 같은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그는 절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우공(활동명) 씨는 "우크라이나 평화활동가들과 이야기하면, 시민들이 거리에서 도로 안내판을 치우거나 바꾸는 등 전쟁을 방해하고, 러시아군과 협상하거나 그들을 속여 마을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싸움만이 아니라 이런 것들(시민들의 비군사적 저항)이 더 많이 보도되고 이야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단체 멸종반란에서 활동한다고 밝힌 스바(활동명) 씨는 우크라이나 환경운동단체들이 발표한 성명을 소개했다. 성명의 주 내용은 푸틴의 군대는 러시아가 각국에 판매한 석탄, 석유, 가스 산업 등을 토대로 무장해 이번 침공에 나섰다며 세계 각국에 "화석연료 중독"에서 벗어나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이를 소개한 뒤 스바 씨는 "한국은 러시아의 7번째 에너지 수입국"이라며 "한국 역시 전쟁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화석연료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캔디(활동명) 씨는 "러시아에는 동성애 선전 금지법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러시아군이 체포하려는 우크라이나인 성소수자 활동가 명단을 갖고 있다거나 어느 지역의 성소수자가 폭력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고 말했다.
전쟁을 일으킨 푸틴이나 러시아 정부가 아닌 러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유발언대에 오른 조한울 씨는 "많은 곳에서 러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지금 이 자리에도 전쟁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용기내어 와준 러시아인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은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라며 "평화를 원하는 러시아인들을 우리 사회가 지지하고 따뜻하게 맞이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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