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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땅장사·집장사 판이 된 공공개발의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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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장동, 땅장사·집장사 판이 된 공공개발의 표상

[인권으로 읽는 세상]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만 문제일까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뉴스가 연일 쏟아진다. 사업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그 뒷배를 봐주면서 특혜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이 언론과 법조계, 정치인으로 광범위한 상황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유례없는 개발사업의 공익환수 사례로, 민간에 막대한 이익을 갖다 바친 특혜로 규정하며 여야는 서로를 비리 게이트로 지목하고 있다. 대선 후보가 관계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지만, 개발사업을 둘러싼 비리는 단골뉴스가 된지 오래다. 철저한 수사와 제대로 된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개발사업을 돈잔치의 기회로 삼아온 ‘그들만의 리그’가 사라질 수 있을까?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익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대장동은 민관합동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가지면서 원주민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토지 수용을 할 수 있었다. 주로 그린벨트 지역이었던 대장동의 원주민이 받은 보상금은 평균 평당 270만 원, 개발 이후 현재 대장동에 들어선 신규주택의 분양가는 평균 평당 2500만 원이라고 한다.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의 혼재된 성격은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의 이유가 됐다. 공공개발시 임대주택 공급 의무 비율 25% 규정 또한 빗겨날 수 있어 향후 대장동에 들어설 공공임대 비율은 6%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5000만 원이라는 1% 지분 대비 577억의 배당금이 지급되어 논란이 된 민간시행사의 분양 매출은 1조3천억 원에 이른다. 이렇게 분양 물량을 늘리고 분양가를 높이면서 개발이익이 더 극대화될 수 있었다. 민관합동이라는 방식을 통해 공공이 한 것은 토지수용 과정과 인허가 과정처럼 가장 품이 드는 일을 줄여주어 민간업체가 개발사업을 보다 쉽고 빠르게 추진해 더 많은 이익이 보장될 수 있게끔 뒷받침한 것이었다.

논란 가운데서도 높은 경쟁률 속에 마감한 대장동 개발사업의 마지막 청약은 평당 3440만 원으로 역대 성남시 분양가의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미 입주한 신규주택이 분양가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상황으로, 높은 분양가지만 향후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배경으로 이야기됐다. 턱없이 높은 분양가여도 반드시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 속에 신규주택은 미래의 가치가 보증되는 확실한 상품처럼 이야기되고, 신규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되는 개발사업은 자산을 증식할 일대의 기회로 여겨진다.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을 추진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업체의 이익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일 뿐이며, 이득일지 손해일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히려 공원 조성, 터널 공사, 임대부지 제공이라는 공익을 환수한 모범사례였다고 항변한다. 이익을 나누어 가지며 공공과 민간 모두 ‘윈윈’한 사업처럼 포장하지만, 그 이익은 그곳에서 살았던 원주민들에게는 낮은 보상금을 받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살고자 들어오는 입주민들에게는 높은 분양가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개발사업을 통해 탈바꿈하겠다는 명품도시는 부동산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주택의 공급일 뿐, 그곳에서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고려되지는 않는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이를 다시금 확인케 한 사례다.

땅장사, 집장사의 판이 된 공공개발

개발사업의 문제는 대장동만이 아니다. 공공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정부가 계획하고 LH가 추진하는 개발사업 또한 다를 바가 없다.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화하고 실수요자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역대 정부마다 대규모 신규주택 공급 정책 카드를 언제나 끄집어냈다. 공익을 위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LH는 낮은 감정가로 보상하면서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조성한 공공택지를 공공개발을 위해 모두 쓰지는 않는다. LH는 공공택지의 상당 부분을 민간건설업체에 매각하면서 그 차익을 수익으로 가져간다. 공공택지를 입찰 받은 건설업체들은 ‘프리미엄’, ‘명품’이라 포장하며 높은 분양가로 주택을 분양하고 수익을 얻는다. 이미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LH의 공공택지 매각은 지적되었지만, 3기 신도시에서도 민간분양 비중이 40%다. 강제수용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의 절반 가까이를 또다시 건설업체에 매각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공공개발을 하겠다며 확보한 공공택지에서 LH가 땅장사를 하고, 민간건설업체들은 집장사를 하는 동안 집은 주거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장에 비싼 값에 내다 팔 상품이 된다. 공공개발이든 민관합동개발이든 주거의 권리는 부동산 시장에 내맡겨진 꼴이다.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개발사업은 집을 더욱 비싼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집=상품이라는 등식을 굳건히 해왔다.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집을 사람이 사는(live) 곳으로 만들려는 방안을 찾지 않으면 집은 사야(buy)하는 것이 될 뿐이다. 임대주택 비율을 늘리고 세입자의 권리를 확장하려는 제도를 제안하기는커녕 신규주택 공급과 함께 대출 규제를 완화해서 빚을 져서라도 구입하라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부동산 시장만 강화시킨다. 매년마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는 통계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미래를 저당 잡힌 사람들이 투기 세력과 다르지 않은 이해관계를 갖게끔 방치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따라 주거의 권리가 위협받지 않을 수 있도록, 개발사업이 돈벌이의 기회가 아니라 안정적인 주거의 공간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주거권의 원칙을 세워가야 한다.

집을 상품으로 만들어온 개발에 제동을

이번 사건으로 무엇보다 앞서 집=상품이라는 등식을 해체하고 주거의 권리가 먼저라는 원칙을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주거의 권리가 휘둘려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공공택지는 공공주택의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도가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구실이 되었던 LH의 부채에 대해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은 적자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주거권을 보장하는 공공의 의무이자 역할이어야 한다. 이런 확인 속에서 민간개발에 대해서는 개발이익환수제와 토지초과이득세의 강화와 도입으로 민간자본이 부동산을 통해 소득을 얻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같이 주거권 보장과는 상관없는 개발을 허용해선 안된다. 민관합동이라는 방식으로 개발사업에 따른 의무를 피해가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이윤을 내기 위한 개발은 주거의 공공성을 위태롭게 할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체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5%에 불과한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분양으로 전환하며 부동산 시장의 매물을 확대하는 방식도 멈춰야 한다. 적극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수준으로 높여 점유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개입과 통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작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기간에 상관없이 보장하고, 전월세 상한율에 대한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 집을 소유하는 것이 재산 증식의 기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거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로서 집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에는 그만큼 의무가 따른다는 것을 확인시키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나 살 만한 집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권 보장 정책이다. 개발사업을 둘러싼 특혜와 비리의 문제로 공방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더 이상 우리의 삶과 미래를 내맡기지 말자.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되면서 집을 상품으로 만들어온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고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해야 할 때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은 <프레시안>과 <비마이너>에 공동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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