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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초래한 '자영업자 타살'...이 유행병에 국가는 왜 손을 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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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초래한 '자영업자 타살'...이 유행병에 국가는 왜 손을 놓는가

[안종주의 안전사회] 자영업자 자살 유행병 손 놓은 위기 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행병이 돌고 있다. 이 신종 유행병은 코로나가 낳은 것이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생계 위기에 놓여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은 가끔 들렸다. 자영업자단체는 코로나로 인한 생계 곤란 때문에 그동안 목숨을 끊은 사례가 최근 이틀 동안 20여 건이나 접수됐다고 밝혔다. 물론 이 수치가 실제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코로나로 인해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얼마나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지는지 분석해 통계를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 보아도 최근 확연히 많은 자영업자 등이 코로나 여파로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이 분명하다. 가히 우리 사회의 새로운 유행병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자살 유행병이다.

자영업자 죽음은 개인적 문제가 아닌 신종 유행병이자 사회적 타살

사실상 이들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다. 결코 개인적인 선택에 따른 죽음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보듬고 살피는데 그만큼 관심을 덜 기울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타살이란 표현은 결코 과장되거나 지나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전 국민에게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가 이 지원금 대상에 속하지 않은 소득 상위층까지 모두 25만원씩 지급하고 있으니 지급대상자가 5천만 명이라고 한다면 대략 12조5천억 원이 개개인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이들한테 이 돈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생계 위기에 몰려 목숨을 끊을 사람은 사실상 없을 터이다.

하지만 이 돈 가운데 일부를 탈출할 비상구를 찾지 못하는 위기의 자영업자들 가운데 정말 생명을 버릴 생각까지 할 정도의 사람 1250명에게 1인당 1억 원씩을 지원한다면 우리는 귀중한 목숨을 살릴 수 있다. 전 국민에게 나눠준 재난지원금의 1%에 해당하는 돈이다.

만약에 전 국민에게 25만원이 아니라 2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5만원을 정말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는데 돌렸다면 이들에게 2조5천억 원을 쓸 수 있었다. 2만5천명에게 1억 원씩 줄 수 있는 돈이다. 그렇게만 했다면 죽으려고 했던 대부분의 자영업자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 마련된 자영업자 합동분향소에서 관계자가 국화꽃 등 물품을 정돈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예방에는 천문학적 돈 쏟으면서 자영업자에겐 너무나 무신경

국민을 코로나 감염과 이로 인해 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검사, 추적, 진료, 백신 접종 등에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연간 수조 원 내지 수십조 원의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한데 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로 인한 자살 유행병에 걸려 앞 다퉈 목숨을 버리는 것을 적극 예방하는 데는 주저하고 너무나 소극적인 것일까?

1년 전쯤 국립정신건강센터 미래비전자문위원회에서 코로나우울(블루) 등 코로나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치명적 감염병 대유행을 비롯한 대형 재난이 진행되고 있을 때는 자살자가 늘지 않거나 외려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장기화하거나 위기 뒤에는 자살자가 크게 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소득하위계층이나 생계 터전을 잃은 자영업자들이 더는 버틸 수 없게 될 경우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가 나타나고 극단 선택을 하는 사람 또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시 예측하고 우려했던 것이 최근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미 예상된 문제임에도 그동안 사실상 거의 손 놓고 있었다. 정치권이나 정부, 청와대 등 모두가 그랬다.

간이책상 분향소 저지한 경찰, “이게 나라냐”는 자괴감 들어

동료들의 잇단 죽음에 비통에 빠진 자영업자들은 마침내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를 꾸려 17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 야외에 합동 분향소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정말 어렵게 겨우 차렸다. 이날 간이책상을 설치해 분향소를 마련하려 했지만 경찰이 이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누구의 결정인지는 몰라도 너무나 지나친 간섭이었다. 자대위는 어쩔 수 없이 돗자리를 바닥에 깔고 천을 접어 올려 임시로 만든 단상에 국화꽃과 촛불, 그리고 술을 놓았다. 우리 사회가 돌보지 않아 숨진 이들의 넋을 기리는데 이는 너무한 것 아닌가싶다. 사진을 보니 “이게 나라냐”는 자괴감이 든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이들과 극단적 선택을 한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넋을 기리기 위해 간이 책상 분향소를 유족이나 시민단체 등이 국회 정문 옆에 설치하려 했다면 과연 경찰이 이를 결사적으로 막았을까? 모든 인간은 고귀하다. 그 죽음 앞에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권력은 그런 성찰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자영업자들의 잇단 죽음에 정치인이라면 부끄러워해야

이날 너무나 볼품없이 차려진 길거리 바닥 분향소에는 정치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고 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유승민·황교안 전 의원 등이 분향소를 찾았다는 것이다.

언론에 오르내린 대다수가 야당 정치인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추모하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또 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고인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잇단 죽음에 명색이 정치인이라면 부끄러워해야 한다.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분향소 앞에서 더는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자살 유행병에 걸리지 않도록 앞장서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이날 정치인들이 그런 다짐을 했는지 아니면 요식 행위처럼 방문했는지는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터이다. 분명 자영업자들은 이 땅을 떠나면서 원망과 분노심을 가졌겠지만 맨 마지막에는 더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정부·정치권이 차례 상에 올릴 최소한 성의는 즉각 모든 수단 강구하는 것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방역 때문에 극한 상황에 내몰려 유행병처럼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비정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현상이다. 코로나 방역 못지않게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더는 생명을 버리지 않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자영업자 자살 예방을 예산 집행의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자영업자 자살 유행병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 까닭은 이 문제는 정부가 아니라 국가, 즉 국가 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모범적 코로나 방역으로 국제사회에서 따놓은 점수를 코로나 자살 유행으로 다 까먹을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지금이라도 정부(중앙과 지자체)와 정치권은 어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위험에 처해있는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샅샅이 정확하게 조사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즉각 구하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영업자들의 자살 유행병 확산을 결코 막을 수 없다. 이것이 며칠 후 이들을 기릴 추석 차례 상에 살아 있는 자들이 올릴 최소한의 성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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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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