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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만 6번 사과, 변창흠 '죄송'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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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전에만 6번 사과, 변창흠 '죄송' 청문회

국민의힘 "변창흠 주택정책 북한과 뭐가 다른가" 색깔 공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구의역 김군 사망' 사고 관련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오전에만 6번 사과를 했다. 변 후보자 자신과, 여당 청문위원들이 함께 연출한 장면이다.

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4년 전 제 발언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 특히 김군과 가족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는 말로 청문회를 시작헀다.

이후 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으로 자진사퇴를 촉구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이 "후보자 스스로 모두발언을 통해 사죄했는데 다시 한 번 일어나서 지금 논의된 내용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한 번 더 해달라"고 기회를 줬다.

민주당 청문위원들도 자신의 질의 시간에 변 후보자에게 잇달아 사과 기회를 줬다. 김윤덕 의원은 "과거에 잘못한 게 있다면 충분히 사과도 하고 해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해명을 해달라"고 했고, 김회재 의원은 "간단하게 진정어린 사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사과를 다시 부탁한다"고 했다.

변 후보자는 김윤덕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당시 제가 건설 쪽에만 치중돼 있어 구조에 대해 파악이 늦었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의 질의 때 과거 발언을 추궁당하자 변 후보자는 재차 "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구의역 김군' 사건은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젊은 노동자들의 실상을 일깨워 사회적 공분을 샀으며, 채 먹지 못한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고인의 가방에서 발견돼 더욱 큰 울분을 자아냈다. 변 후보자의 해명은 당시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장 업무에 충실하느라 이 같은 사회적 공분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김군이 실수로 죽었느냐"며 김군 어머니의 육성 파일을 청문회장에서 공개했다. "산산조각나 죽은 우리 아이에게 다 뒤집어씌운다"며 울부짖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변 후보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유족,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경솔한 발언을 했다. 사과드린다"고 또 한 번 사과했다.

후보자 활동 시민단체에서 딸 봉사활동…야당 "조국 때 봤던 장면"

야당 공세는 도덕성 검증에 집중됐다. 구의역 사고 관련 발언 외에도 후보자 장녀가 중학교 때 봉사활동을 했던 단체가 후보자가 몸담았던 시민단체였다는 점이 지적됐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따님이 특목고 진학을 위해 제출한 학업계획서를 보면 환경정의시민연대,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방배유스센터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고 돼 있는데, 이들은 후보자가 직접 몸담은 조직이거나 부인이 밀접한 인연이 있는 조직"이라며 "일반적인 부모들이 자식에게 이렇게 만들어 주기는 어렵다. 조국 장관 때 봤던 익숙한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김상훈 의원은 "엄마아빠 찬스 아니냐"며 "구의역 김군은 공고 3학년을 졸업하던 시점에 자발적 비정규직이 됐다. 내 자식은 특목고 진학을 위해 부모님 관여된 기관에서 봉사활동 '스펙'을 부여하는데, 남의 자식의 여러 절박한 근무환경을 도외시한 발언과 대비하니 안타깝고 너무 경솔했던 발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변 후보자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픈 현실, 어려움을 깊이 파악하지 못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드린 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를 되풀이하면서도 "실제로는 (해당 봉사활동 내용을 고교 입시 서류에) 쓰지도 않았다. 고등학교는 떨어졌고,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 후보자는 자신이 과거 딸들과 함께 환경정의시민연대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고, 이 과정에서 딸이 시민단체 간사·활동가들과 만나 대화하다가 외국 자료를 번역해 주는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면서 "(그 봉사활동 내역은 입시서류) 초안에는 썼지만 실제로는 안 썼고, 학교 봉사활동 실적에도 잡히지도 않았다.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SH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으로 일하면서 변 후보자가 주변 인사·단체들에 특혜를 줬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SH, LH 사장 재직시 후보자 지인 단체에 일감, 연구용역을 몰아줬고 인재를 뽑으면서도 혜택이 돌아갔다"며 "LH사장으로 있을 때 (후보자가 몸담았던) 공간환경학회하고 사업용역을 수의계약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변 후보자는 "황희연 토지주택연구원(LHI) 원장은 관련 학회장도 지낸 분이어서 제가 사장이 되면서 모셔온 분이고, (이 의원이 언급한) 다른 수석연구원들은 원래부터 LHI에 근무하고 있었다"고 의혹을 부인하며 "수의계약은 유찰됐을 때나 금액이 2000만 원 이하일 때 하는 것이고, 수의계약이라고 해서 제가 아는 업체에 일방적으로 줬다고 이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산이 20조가 넘는 기업이고, 노조도 있고 계약담당 직원도 있는데 사장이라고 해서 '연구용역을 누구랑 하라'고 지시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다"라고 그는 해명했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변 후보자의 해명에 힘을 실어주려 나서기도 했다. 김회재 의원은 "(SH 사장 시절)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특정 인사가 강등되게 헀다거나 대학·대학원 동문 특혜채용 의혹 등은 모두 서울시 감사위원회에서 조사한 결과 근거가 없는 허위 내용이라고 결론난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야당 측에서 2014~17년 SH에 신규채용된 임직원 52명 중 18명이 변 후보자의 인맥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조직관리에서 덕이 부족한 게 원인인 것 같다"면서 "제가 교수로 있다가 조직을 맡으면서 박원순 시장님께서 강력한 새로운 공기업 탄생을 주문했고 (그래서) 개혁 정책을 추진했는데, 그러다 보면 불편하신 분들, 관례적으로 하려는 분들은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분들이 그동안 있었던 일을 과장해서 정치인·언론 제보해서 (내가) 몇 년간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이에 대해 "사과를 많이 하셨는데, 본인이 불리한 부분은 반(反)개혁의 희생양이 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부담스럽다"고 꼬집었다.

목소리만 높았다…무기력한 야당

국민의힘은 '사퇴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 추가 폭로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정작 청문회장에서의 공세는 날카롭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적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하영제 의원은 변 후보자가 토지공개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아 "북한 주택정책을 보면 후보자 주장처럼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데, 후보자 생각은 북한과 어떻게 다른가"라고 색깔론적 공세를 폈다.

하 의원은 토지공개념을 옹호한 여권 인사들 발언을 제시하며 "동의하느냐", "이게 얼마나 위험한 개념인지 아시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변 후보자는 "토지의 개인 사유는 인정되지만 사용과 보유에 있어서는 공공 개념이 반드시(필요하다)"라며 "제가 부동산 사적소유를 제한하자는 게 아니다. 자본주의에 대해 제가 한 번도 부정적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헌승 의원은 후보자가 공기업 사장일 때 주변 인사·단체들에 특혜를 줬다는 취지로 질의하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후보자 개인의 기부금 내역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 의원은 "(최근 5년) 연도별 기부금 내역을 보니 2240만 원 정도인데, 적십자 등 법정기부금단체에는 1만 원씩 두 번만 하고 나머지는 다 후보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결 사단법인 등에 했다"며 "코드 맞는 단체 아니냐"고 했다. 변 후보자가 "코드라기보다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답하자 이어진 질문은 "그러면 적십자와는 가치를 공유하지 않느냐"였다.

질의 진행 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다.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했다. 영혼이 어떻게 된 거냐 의심을 갖게 할 수준"(김희국), "기본적 자세가 문제다. 이미 장관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송석준)는 등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기는 했으나, 변 후보자를 궁지에 몰아넣는 추궁이나 폭로는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청문회 진행 도중 주호영 원내대표가 별도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변 후보자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든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3만원짜리 도시락을 '먹을 것 없다'고 투정했다고 하니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어제는 불쑥 이런 구설·막말을 무마하려고 사전 예고도 없이 산재 피해 유가족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사진찍는 사진사까지 대동하고 고개를 숙이는 쇼까지 연출했다. 진정성 없이 하루 청문회만 지나면 된다는 계산으로 국회와 국민을 모독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역시 변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굳히고 있다. 유일한 정의당 소속 청문위원인 심상정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변 후보자가 사과를 거듭한 데 대해 "그런 사과 갖고는 안 될 것"이라며 "생명과 인권 감수성이 박약하고 차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절대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하는 자리를 내줘서는 안된다는 게 국민 생각이고, 특히 '사람이 먼저'라는 국정철학을 가진 정부에서는 더더욱 적합치 않다는 게 민심"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장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냐"고 변 후보자에게 직격탄을 쏘기도 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 변 후보자가 전날 정의당 단식농성장을 찾은 데 대해 "저희로서는 잘 납득이 안 되는 말들이었다"고 지적하고 "당에서는 오늘 청문회까지는 보고 최종 판단을 하자는 입장이지만, 당내 의원들이나 지도부는 굉장히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저도 변 후보자가 부동산·주거 정책에서는 나름 진보적 측면이 있으나 노동자 인권에 있어서 그런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하면 상당히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 감정이나 저희가 생각할 때 문제가 계속 있다고 판단하면 부적격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정의당 역시 부적격 판단을 내리더라도 그 판단을 관철할 현실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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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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