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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항원검사법, 비전문가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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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항원검사법, 비전문가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

[안종주의 안전 사회] 신속항원검사는 유전자증폭검사(PCR)를 대체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12월 들어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신속항원검사가 새로운 검사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방역당국은 7일 오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다음 주부터 수도권 요양병원, 응급실 등에서부터 시작해 신속항원검사 사용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방역 당국은 그동안 신속항원검사법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속 항원검사 활용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하자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

11월 이후 국내 코로나19가 상황이 점차 악화하자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질병관리청은 “항원검사는 정확도가 떨어져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정확도, 특히 민감도가 낮으면 실제 양성인데도 음성으로 판정을 받은 감염자나 환자들이 확진자로 분류되지 않아 격리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은 확실한 음성이라고 여기고 지역사회를 활보하는 낭패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언론은 일제히 수원시가 전국 최초로 ‘15분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한다는 수원시의 8일 발표를 신속하게 전했다. 수원시는 요양병원, 주간보호시설, 사회복지시설 등 건강취약계층이 생활하는 시설을 중심으로 ‘신속 항원검사’를 우선 보급하고,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가용한 인력을 최대로 투입해 수도권 지역의 현장 역학 조사 역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으며 우선적으로 공무원, 군, 경찰 등 가능한 인력을 이번 주부터 현장 역학조사 지원 업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기자 브리핑에서 밝혔다.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법을 비전문가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

그는 또 “문 대통령이 수도권 지역의 직장인과 젊은층들이 (코로나19) 검사를 편리하고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선별진료소의 야간 및 휴일 운영을 대폭 확대하고, 대규모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를 설치해 운영하라고 지시했으며 최근 들어 정확도도 높아졌고 검사 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활용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군과 경찰까지 동원해 코로나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밝히는 것은 정부가 이번 코로나 확산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대처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린다는 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 도입 여부는 대통령의 입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할 내용은 결코 아니다. 신속항원검사는 국내에서 처음 도입하는 것인 데다 검사의 정확도, 즉 민감도와 특이도와 같은 내용은 매우 전문적인 것이어서 이런 것은 대통령이 아닌 질병관리청장 등 방역과 진단검사에 관한 전문성을 지닌 정부 책임자나 방역 실무책임자가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의 말을 전한 국민소통수석이 이 분야에는 문외한이어서 이런 내용을 깊이 있게 잘 알 리가 없다. 또 청와대 안에는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충분히 토론하고 방향을 결정할 고위 참모가 사실상 없다. 따라서 이런 메시지를 대통령이 언급하고 청와대가 직접 나서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언론은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려 “(신속항원검사가) 90% 이상 정확도가 나오기 때문에 빨리빨리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분류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신속항원검사로 (기존의 유전자증폭검사, 즉 PCR 검사를) 대체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신속항원검사 정확도는 PCR보다 낮아 제한적으로 도입해야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도가 98~99%나 되는 우리나라 유전자증폭검사법을 신속항원검사로 결코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를 지금의 90%(90%가 되는지도 확실치 않음)에서 PCR 검사법의 정확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말이다. 신속항원검사는 감염 여부를 최종 확인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문제가 많다.

정확도가 90%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정확도를 구성하는 민감도와 특이도를 설명해야 한다. 민감도는 감염자 사이에서 양성을 걸러내는 정도를, 특이도는 비감염자 사이에서 음성을 걸러내는 정도를 말한다. 정확도는 민감도와 특이도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정확도와 민감도, 특이도는 그것들의 수준에 따라 확진자 여부 판정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만약에 민감도가 90%라면 감염자 1000명 가운데 90%인 900명까지는 제대로 판별해내지만 나머지 100명은 실은 양성인데 음성(가짜음성)으로 판정하는 오류가 생긴다는 뜻이다. 따라서 민감도가 높은 검사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100%면 가장 좋고 100%에 가까울수록 좋다. 적어도 95% 이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법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식품의약품안전처 판매 허가를 받은 업체의 신속항원진단 도구의 경우 민감도 90%, 특이도 96%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최종 판정 도구로 쓰려면 특이도 100%에 가까워야

하지만 코로나 감염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검사 도구로 사용하려면 특이도는 100%에 가까워야 한다. 그래야 실제로는 음성인데 양성(실은 가짜양성) 판정을 내려 애먼 사람을 격리·치료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된다. 특이도가 96%인 검사도구로 1만 명을 검사하면 400명의 가짜 양성자가 나오게 된다. 물론 이 경우 다시 PCR 검사법으로 재검사를 하면 오류를 막을 수 있다.

이런 수준의 검사도구라면 프랑스에서는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개발한 타액(침)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이지코브'(EasyCOV)가 최근 프랑스 보건당국의 제한적인 사용승인을 받았다. 프랑스의 바이오벤처인 스킬셀이 개발한 ‘이지코브’의 민감도는 84%, 특이도는 92%인데 프랑스 고등보건청이 요구하는 최소 조건인 '민감도 80%, 특이도 99%'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방역의 요체는 신속 검사도 있지만 정확한 진단도구를 사용해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판별해낸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전문가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같은 사람이 신속항원검사법으로 전 국민의 코로나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해 대처하자는 주장에 대해 방역 당국이 신속항원검사는 정확도 문제 등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즉각 밝힌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신속항원검사는 최근 집단감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으며 감염 시 위·중증 환자가 될 위험성이 높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의 입소자와 종사자 등에 한해 예비검사 또는 1차 선별(스크리닝) 검사법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만의 하나 생길 수 있는 논란, 즉 신속항원감사로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양성으로 판정되거나 거꾸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PCR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는 사례가 있더라도 엉터리 검사 때문이 아니라 검사진단도구 자체의 한계, 즉 정확도 때문이란 과학적 설명을 국민에게 충분히 한 뒤 현장에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속항원검사 전국 확대 방침 재고하고 위기소통 지침 재정비해야

한데 수원시든, 방역 당국이든 일제히 집단생활·요양시설뿐만 아니라 다른 곳으로까지 전국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마치 이 새로운 검사법이 PCR 검사법을 대체하고 새로운 검사 표준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언론에도 그렇게 보도됐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는 정확하고 적확하며 정교한 소통이 중요하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 도입 발표와 언론 설명 과정을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소통, 특히 위기(위험)소통에서는 누가 정보전달자, 즉 스피커 역할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전달자의 신뢰도와 전문성 등 때문이다. 전달하거나 소통할 정보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전달자가 달라야 한다.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할 때는 그 내용을 깊이 있게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과 관련한 전문적인 내용은 때론 국민에게 쉽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검사법과 정확도, 신속항원검사와 같은 내용은 실은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닌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말하고 이를 국민소통수석이 기자들에게 브리핑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코로나 1년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어떤 내용을 누가 전달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관련 매뉴얼이 만들어져 있지 않는 것은 아닌지. 위기 소통 때 누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부 당국 내지 청와대 참모들이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번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법 국내 첫 적용 조치를 두고 벌어진 일을 되돌아보고 위기소통 지침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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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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