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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1년, 인포데믹 창궐 1년...정보 전염병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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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1년, 인포데믹 창궐 1년...정보 전염병은 계속된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⑦

코로나19와의 전쟁이 1년을 맞고 있다. 지구상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인류는 자신의 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경험은 고통스런 것이었고 대다수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지겹고 불안한 삶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힙겹게 지내고 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얼마나 잘 대처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코로나가 일상이 된 현실을 어떻게 현명하게 타개해나갈지를 성찰해야 한다. 정치가 과학을 무시하거나 과학 위에 군림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인간의 군상들은 어떠했는지 톺아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불안에 빠진 사람들을 겨냥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과 상품을 파는 장사꾼들과 이들의 홍보꾼으로 전락한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도 다시금 되짚어야 한다. 방역 우선이란 무기를 앞세워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일은 없었는지 살피는 것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성찰이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과 앞으로 바꿀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 지에 대한 통찰과 분석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각자도생과 각국도생이 아니라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코로나가 지구를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씩 냉철하고 과학적으로 톺아보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 일상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개인과 국가, 세계가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코로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① 오늘은 '코로나 전쟁' 발발 1주기...종군기자가 돌아본 '인간과 인간의 전쟁'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② 코로나 2차 가을·겨울 대유행, 스페인 독감 유행의 재현인가?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③ 혼돈 세상과 새로운 표준, 코로나가 나눌 4가지의 계급

[코로나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④ 방역과 경제 균형? 방역 낙제하면 경제는 추락한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⑤ 무엇이 코로나 방역 성공과 실패 국가를 갈랐나?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⑥ 백신과 치료제는 정말 코로나 일상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정보전염병이고 부르는 인포데믹은 이제 감염병, 특히 팬데믹과 실과 바늘처럼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다. 달갑지 않은 동반자다. 동반자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 동반자라고 하니 우리는 감염병뿐만 아니라 정보전염병이라는 또 하나의 적과 싸워야 하는 짐을 안고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03년 중국 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즉 사스 유행 당시 새로운 현상으로 일컬어졌던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inform)’와 ‘전염병(또는 유행병, epidemic)’의 합성어이다. 일반적으로 질병과 같은 무언가에 대한 정확하거나 부정확한 정보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과 소문, 두려움이 섞인 채 사회에 퍼지면서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필수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정보전염병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물 만난 고기처럼 세계 곳곳으로 펴져나갔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 정보전염병과 씨름했다. 코로나 전투가 벌어진 세계 곳곳에서 정보전염병 전투가 벌어졌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았다. 이란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메탄올을 마구 마셨다가 실명하거나 숨진 사람들이 1천 명 가까이 됐다. 정보전염병이 감염병처럼 사람을 직접 죽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전염병, 공포와 편견을 기르는 배양기가 되다.

인도와 브라질 등에서는 코로나 입원 환자의 장기가 사라졌다는 가짜뉴스가 퍼져 의료진에 대한 불신까지 키웠다. 가짜뉴스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물론 의료진, 아시아인, 종교집단, 소수자, 제약회사, 특정 국가나 집단을 향한 사회 편견을 가시화하는 비방의 목소리로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팬데믹만큼 무서운 인포데믹은 어떻게 편견·혐오를 조장했나.’ <동아사이언스> 2020.12.2.)

우리나라에서도 소금물이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교회 쪽이 예배하러 온 신도들의 입안에 분무기로 뿌렸다가 외려 감염이 크게 확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또 한 교회에서는 목사가 하나님을 믿으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교했다. 신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소홀히 해 많은 신도들과 이들과 접촉한 시민들이 무더기로 코로나에 걸려 세계적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감염병 역사상 코로나19 만큼 가짜뉴스와 정보전염병, 허위 정보가 판을 친 사례는 보기 어렵다. 특히 각종 소셜미디어와 개인미디어가 폭발적으로 늘어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활용하고 또 그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보전염병은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뜨겁게 논란이 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의 기원과 관련한 주장 또는 음모론이 대표적 정보전염병이다. 치명적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퍼진 것은 △생명공학으로 만든 인공 바이러스 △중국 생물무기 설 △미국 생물무기 설 △유태인 생화학무기 기원설 △반무슬림 설 △인구 조절 설 △5기가 휴대폰 네트워크 설 △소아마비 백신 내 코로나바이러스 함유 설 △중국 과학자의 캐나다연구소 절도 설 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들을 모두 거짓으로 보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 사망 보도, 녹차·비타민C·김치의 코로나 예방 활개 쳐

정보전염병 가운데는 한때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있는가하면 시차를 두고 다시 등장해 혹세무민하는 것도 있다. 마치 감염병이 처음 등장했다가 자취를 감춘 뒤 일정 시기가 지나 재유행하는 감염병, 즉 재만연 감염병(reemerging infectious disease)의 행태와 꼭 닮았다. 최근 지인과의 단체대화방에서 새로운 것이라며 일정 시간 숨을 참을 수 있으면 코로나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이런 것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크게 문제가 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도 넓은 의미에서 정보전염병으로 볼 수 있다. 독감백신 접종 후 하루·이틀 뒤 또는 며칠 뒤에 숨진 사례는 두 이벤트 간 선후 관계 외에는 별다른 인과관계가 엿보이는 요소가 없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격 현상임에도 이를 마치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처럼 우리 언론이 혹세무민하는 보도를 한 것이다.

이 사안은 단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등에서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과 일간지 등 정통 미디어에서 확대 재생산해 보도한 것이어서 우리 사회의 정보전염병 차단 기능이 매우 취약함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그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를 코로나 전쟁에서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정보전염병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판단의 근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신고) 보도였다.

지난 1년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허위·가짜뉴스가 범람했다. 그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다는 기성 언론에서도 △비타민C, 홍삼 등이 면역력을 높여 코로나 감염 예방 효과가 있고 △녹차에 포함된 특정 성분과 김치가 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되며 △구강 청결제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여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다는 등의 보도를 해왔다. 증명되지 않은 비과학적 근거나 실제 코로나 예방에 사용하기 어려운 내용을 토대로 한 정보전염병 사례들이다.

만의 하나 이런 엉터리 내지 별로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는 정보들을 ‘복음’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을 소홀히 할 수 있고 운 나쁘게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 실은 감염자라면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리게 된다.

지난 1년간 팩트 체크 전문매체를 비롯해 많은 방송·신문사가 팩트 체크 기능을 강화해 가짜뉴스 또는 정보전염병이 문제가 될 때마다 사안 별로 분석해 대중에게 알려왔다. 이른 순기능은 대중이 올바른 정보를 얻도록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종종 정보전염병 유행 초기가 아닌 이미 퍼질 대로 퍼진 뒤 팩트 체크를 하는 경우가 있어 그 폐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경우도 있었다. 드론 방역, 야외 길거리 방역과 건물 외벽 소독 등과 실내 공기 소독 등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정보전염병 차단, 질병청 등 정부가 직접 나서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질병관리청 등 정부가 직접 나서 문제가 될 만한 요소를 지닌 정보전염병이나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사소한 일로 치부하거나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하지 말고 국민과 제때 효과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 하루 확진자 발생 소식을 경마중계 하듯이 매일 브리핑하는 것보다 때론 이런 정보전염병 대응이 훨씬 더 중요할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 정보전염병 확산을 막는 것도 정부의 주요 임무가 되어야 한다. 정보전염병이 될 수 있는 정보나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조기에 이를 적발해 이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효과적 메시지를 만들어 정보전염병 유포자들보다 한발 앞서 퍼트려야 우리 사회가 정보전염병의 수렁에서 헤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1년간 코로나와 관련해 어떤 가짜뉴스와 정보전염병이 있었는지를 톺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들이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또 정부와 언론의 대처는 어떠했는지 등을 백서든, 연구분석이든 어떤 행태로라도 해야 한다.

필자 안종주는 최근 코로나 사태를 분석한 책으로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낸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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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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