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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보? 군수업체엔 '황금알' 국민에겐 '돈 먹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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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보? 군수업체엔 '황금알' 국민에겐 '돈 먹는 하마'

[정욱식 칼럼] 문재인 정부, MD 참여 본격화하나

김대중 정부 이래 미사일 방어체제(MD) 문제는 한국의 통일외교국방 정책에 있어서 핵심적인 논쟁거리였다. MD의 방어적 실효성과 경제성, 남북관계 및 주변국 관계에 미칠 영향, 한미동맹에 대한 고려 등이 그 세부 주제였다.

대체로 진보정권으로 분류되어온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MD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고 보수정권으로 분류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호의적이었다. 특히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 사드(THAAD) 배치, MD를 포함한 삼축 체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다.

그런데 어느덧 한국이 MD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연설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지를 보여주듯 2019년 국군의 날 연설에서는 국방비를 대폭 늘려 "더 강력하고 정확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하듯 국방부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역대급 MD 계획을 내놨다.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및 이지스함레이더를 추가 도입해 미사일 탐지 능력을 "2배 이상 강화"하고, 탄도탄 작전통제소 성능개량을 통해 표적처리능력을 "8배 이상 향상"시키며, 패트리엇·철매-Ⅱ·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해상 요격미사일 도입 등을 통해 요격미사일 보유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심지어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및 핵심 중요시설을 방어할 목적으로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에도 착수하겠다고 한다.

▲ 국방부가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수립했다고 10일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에 대비하기 위해 감시·정찰 능력을 키운다. 또 북한의 수도권 공격 핵심 전력인 장사정포를 막을 '한국형 아이언돔' 구축을 위한 개발에도 착수하는 등 요격 능력 강화에도 방점을 뒀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해진 반면에 비핵화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미사일 방어 능력을 증강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여길 수 있다. 장사정포 위협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정부의 군비증강 계획은 이러한 방어력 구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보자산과 공격력도 배가할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7000개 가까이 미사일을 보유한 상황에서 이 수량도 "대폭 확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계획을 세운 국방부와 이를 재가한 청와대는 강력한 방어력과 공격력, 그리고 정보력을 갖출수록 절대 안보에 다가설 수 있다고 믿는 듯싶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경제적 부담이다. 정확한 예산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기한 수준의 군비를 갖추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MD와 아이언돔의 비경제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무기 체계는 초기 구축비용도 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응해 미사일과 로켓 능력을 강화할 것인데, 이는 남한에겐 또다시 MD와 아이언돔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외 군수업체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자 '마르지 않는 샘'이 되겠지만, 국민에겐 '돈 먹는 하마'이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만다.

비용과 관련해서 문제는 또 있다. 바로 '가성비'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예로 들어보자. 이 무기 체계의 미사일 개당 가격은 4만 달러 정도이다. 이에 반해 아이언돔이 요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 로켓이나 포탄의 개당 가격은 수백 달러 수준이다.

그래도 안보를 위해서는 이 정도 돈은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안보를 추구할수록 안보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한국이, 혹은 한미동맹이 대북 공격력과 방어력을 배가시킬수록 북한은 전쟁 억제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전쟁 억제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을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유사시 신속한 발사 태세도 갖추려고 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에 전술핵 장착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듯 MD와 같은 방어용 무기는 군비경쟁과 안보 딜레마를 격화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위기관리에도 큰 어려움을 조성한다.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방정책의 핵심을 MD로 삼을수록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이는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한중 및 한러관계에도 큰 부담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지스함 추가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SM-3 미사일 도입을 검토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처럼 고삐 풀린 군비증강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위험성은 차곡차곡 쌓이는데 정작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고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초기에 자처했던 "토론 공화국"과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현실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 발발 70년 연설에서 남북한 체제경쟁의 종식, 사실상의 승리를 거듭 확인했다. 그런데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였던 군비경쟁에 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적대 행위의 중단과 불가침, 그리고 단계적 군축을 통해 평화를 이루자고 '의기투합'했던 남북한이 또다시 '근친증오'의 늪에 빠져들지 않을까 극히 우려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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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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