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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착한 민주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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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착한 민주당'이 아니다

[정의당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②] 정의당의 정체성을 다시 묻는다

2020년 총선이 끝난 후 정의당 안팎에선 '혁신'을 둘러싼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나아가 정의당의 체질과 한계를 목도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길이 무엇이었는지 희미해졌다는 평가와 함께 존재감을 발휘하기 보다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그간 노선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리더십에 대한 안팎의 우려, 정의당이 새롭게 제출해야 할 정치적 비전의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는 당원들에 의해 기획되기보단 대표에 의해 '주어진' 것이었고, 그만큼 한계도 노정하고 있다. 혁신위원회 활동이 시작된지 어느덧 6주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것이 큰 성과를 보일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혁신위원회의 분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복잡하고 중층적으로 쌓인 문제덩어리를 한 방에 해결할 묘책이 있을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분명 길은 있을 테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진보정당운동을 지역과 부문에서 이끌고 있는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동안의 정의당 노선과 방법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이후 정의당의 혁신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긴 토론을 통해 정리된 의견들을 총론격의 문제의식, 정체성, 지역정치 활성화, 사회운동 정당, 지도체계와 의결체계, 청년 정치사업 등 분야별로 나누어 연재한다. 진보정당 운동에 관심 있는 분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기대한다. 편집자

지금 정의당에서는 '혁신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21대 총선 결과를 통해 정의당은 지금까지 외면했던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하는 엄중한 현실에 마주서게 됐다. 더 이상 국민들에게 '대안 세력'으로 보이지도, 매력적이지도, 도전적이지도 않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진보정당으로서 세상을 견인할 당찬 꿈과 변화 동력도 희미하다. 혁신위원회를 통해 평가를 구체화 하고 과제를 도출하는 방식이 정의당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명확한 것은 시스템을 보완하고 대표 인물을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재창당' 수준의 각오로 정의당의 '새로운 길'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정체성의 재정립'이다. 물론 정체성을 새롭게 한다는 것은 상층에서의 회의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역과 현장에서부터 뜨거운 논의가 불붙어야 하고, 새로운 실천도 일어나야 한다. 그것의 불을 지피고자 하는 소망으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탈(脫)자본주의 대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의당은 강령을 통해 "정의로운 복지국가 실현"을 지향하는 정당임을 밝히고 있다. 문제는 강령만으로는 정의당의 '정의로운 복지국가' 지향과 민주당의 '포용적 복지국가' 지향을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세부적인 선거정책이나 사회정책 영역에서 민주당과 양적의 차이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아니 요동치고 있다. 금융 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이후 우리 앞에는 기후위기와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태풍이 우리를 두렵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현실의 급변을 두려워하고 멈춰서 있을 여유가 없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우리의 길을 더욱 치밀하게 모색해야 한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인 자본주의 체제의 다종 다기한 모순들을 넘기 위한 대안을 이야기해야 한다.

기존의 정의당이 주장했던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넘어, 보다 급진적이고, 생태주의적이며, 계급적인 대안 사회의 상을 정립해야 한다. 이미 당내에서 언급된 바 있는 사회민주주의, 민주적 사회주의, 녹색 탈자본주의 등 대안사회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토론을 통해 정의당이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세상의 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의당 의원총회. ⓒ연합뉴스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 말해야 한다

솔직해져야 한다. 정의당이 진보개혁세력과의 연대를 중시하는 동안 정의당의 활동이 사회적 약자를 중심에 놓기 보다는 다른 층위의 경제적-분파적 이익을 과잉 대표하는 역사적 블록을 강화시키는데 일조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선거 슬로건으로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이야기했지만, 정의당의 활동 속에 '노동'을 굳건한 지지기반이자 활동 주체로 만들었는지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

물론 기존 활동에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심상정의 1분'으로 표현되는 여성·장애인·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정의당의 적극적인 연대는 기존 정치의 영역에서 소외된 목소리를 정치를 통해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활동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이제 전통적 의미에서의 '계급정치'와 새로운 주체를 호명하기 위한 '정체성 정치'의 결합을 추구해야 한다. 정치의 영역에서 담아내지 못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하며, 또한 정의당이 더욱 '노동자 정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통적인 조직 노동자와의 굳건한 연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현재 정의당의 1호 법안으로 제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미 민주노총 등이 꾸준히 제기해 온 문제를 더욱 정치화시킨 것이다.

나아가 정의당은 조직 노동자보다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빈민, 미조직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사회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정의당이 아니면 목소리를 낼 곳이 없는 특수고용 노동자·도시 빈민·빈곤 노인·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고 노회찬 대표가 말한 '6411버스 정신'의 구체적 표현이다.

'진보야당'으로 자기 역할을 명확히 해야

정의당은 대중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 지금까지의 활동은 앞서 언급했듯이 소위 '진보개혁연대론'에 입각한 활동이었다. 그 결과 대중들은 정의당을 민주당보다 좀 더 '빨간 민주당' 또는 그저 좋은 말을 하는 '착한 민주당'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결국 선거 시기마다 '왜 정의당에 표를 줘야 하는지' 말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제 정의당은 '진보야당'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포지셔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 여당의 탄생으로 정의당의 원내 협상력이 현저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뚜렷이 구별되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에 맞는 자신의 정치활동을 전면화해야 한다. 더 이상 어정쩡한 '진보개혁세력 연대'라는 프레임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정의당의 지지층의 재구성이 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유효정당'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또한 수구 보수세력이 공공연히 자신의 '자유주의 우파'라고 칭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마저 대중들에게는 '진보세력'으로 비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당은 '민주당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자유주의 우파세력과 제대로 맞설 수 있는 '사회적 좌파'로서 자신의 길을 갈 것임을 대중적으로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혁신은 '문서'보다는 '운동', 구체적인 실천들로 만들어 진다. 역사의 마디마디에서 국민들에게 자신 있게 당의 비전을 말하고 함께 움직이며, 하나씩 성과를 축적해 나가는 과정이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형성될 것이다. 그것을 긴 호흡으로 실천하고, 증명할 때, 정의당이 '진보정당'이든 위기의 시대를 살아갈 평범한 사람들의 대안으로서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쿠오바디스(Quo vadis. 라틴어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 정의당! 이제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정의당의 길을 당당히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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