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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의 '돌출 행동'...무슨 의도 갖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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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의 '돌출 행동'...무슨 의도 갖고 있나?

[정욱식 칼럼] 비무장지대 총기 사건, 재발 방지 마련해야

유엔군사령부가 5월 3일 발생한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 및 이에 대한 남한군의 대응 사격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북한군의 총격이 우발적 상황인지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실제적 조사" 없이 발표되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논란거리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한국 합참이 북한군의 동향 및 대북 정보를 종합해 우발적인 사건으로 판단한 반면에, 유엔사는 북한군이 조사에 임하지 않아 우발성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엔사의 의도는?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유엔사의 이례적 행보이다. 과거,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비무장지대에선 수십 차례의 총격 사건이 있었지만, 유엔사는 그 조사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 합참의 판단까지 무시하면서 조사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유엔사도 모르지는 않을 터이다. 실제로 유엔사의 발표 직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감싸고돌았다'는 정치적 공세가 커졌다. 과거에는 '비공개'로 일관했던 유엔사가 이번에는 '공개'를 통해 의도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유엔사가 남북교류협력 및 비무장지대 안보 견학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면서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가 불편해졌고 유엔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것을 의식한 행보로도 읽힌다. 유엔사가 이례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자신의 역할과 위상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정전협정 위반 문제이다. 우발성의 여부를 떠나 북한군 GP에서 4발의 총탄이 남측 GP로 날아든 것은 의문의 여지없이 정전협정 위반이다. 한국군의 대응 사격을 놓고선 합참과 유엔사의 주장이 엇갈린다. 합참은 "우리 군의 대응은 비례성 원칙에 부합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힌 반면에, 유엔사는 "한국군의 (대응) 총격은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유엔사는 "쌍방은 모두 비무장지대 내에서 또는 비무장지대로부터 비무장지대를 향하여 어떠한 적대행위도 감행하지 못한다"는 정전협정의 조항과 북한군의 총탄은 4발이 발사된 반면에 남한군은 30발로 응사해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야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씁쓸함을 자아낸다. 남북한은 2018년 9.19 군사 분야 합의를 통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고 상당 부분 이행했었다. 그러나 2019년부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동시적으로 악화되면서 군사 분야 합의마저 흔들리고 있다. 북한이 이번 총기 사건을 비롯해 남한의 통신이나 대화 제의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는 것도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이렇듯 남북관계가 질적으로 나빠진 데에는 '하노이 노딜' 여파 못지않게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단계적 군축" 추진과는 정반대로 역대급 군비증강을 추구해왔고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한미연합훈련 중단마저 지켜지지 못한 것도 주효했다.

이와 관련해 나는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해왔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전시 경제'를 선언한 만큼 국방비를 과감하게 줄여 민생 구제에 투입하고, 연합군사훈련 실시도 불확실해진 만큼 선제적으로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없으면 남북관계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까닭이다.

동시에 총기 사건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9.19 군사 합의에서는 "쌍방은 비무장지대 안에 감시초소(GP)를 전부 철수"하기로 하면서 "시범적 조치로 상호 1km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감시초소들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하였다." 이 합의에 따라 각각 11개의 GP는 철수되었지만, 후속 조치는 중단된 상태이다.

이에 따라 GP 완전 철수를 중장기적 목표로 삼으면서도 과도기적인 대책도 요구된다. 쌍방이 GP에 반입하는 무기의 종류를 제한하고 실탄 장착을 상호간에 자제하는 것을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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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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