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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고 병약해도 내가 살던 곳에서…

[고령화, 돌봄의 사회화] ④ 돌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우리 사회는 인구고령화와 노인가구수의 증가, 1인 가구의 증가로 사회구성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한국사회에 살면서 나이 듦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특히 나이가 들어 삶을 지속하는 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이제는 가족이 모든 돌봄을 책임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가 '돌봄의 사회화' 일환으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여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무엇이 달라졌고, 돌봄의 당사자인 어르신과 가족,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평가는 어떠할까?

민간시장화 폐해로 어르신과 가족 요양보호사는 지쳤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공적 재원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제도 시행 초기 서비스 공급의 급속한 확대를 위해 민간 개인사업자에게 요양서비스를 내맡겼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서비스제공기관과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양적 확대를 고려하더라도, 요양서비스 민간시장화로 인한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민간 개인기관들은 영리추구가 우선인 데다 정부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노인들의 인권과 서비스 질은 뒷전이다. 더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르신 돌봄노동자의 권리 또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와 모호한 시행규칙에서 방치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요양원 화재사건과 노인인권 침해, 부당청구 등 불법·편법 운영사례, 돌봄노동자의 성희롱, 산재 등 노동인권침해 사건들을 보면, '존엄한 노인돌봄'이라는 말이 생경할 만큼 현실은 참혹해 보인다.

▲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어버이날인 지난 5월 8일 "카네이션보다 공공요양"을 외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노인장기요양공공성강화를위한공대위

돌봄 패러다임의 전환, '돌봄(기본)권'

노인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가지고 있는 존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비용이나 부담으로서 정책대상이 아닌 시민으로써 '노인'의 행복한 삶을 환기할 때, 노인돌봄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능하다. 이를 전제로 몇 가지 정책적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지역마다 공공재가요양기관 설립이 필요하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도 시설에 격리되지 않고 내가 살던 동네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윤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둔 지역별 공공재가요양기관이 필요하며, 기초단체별로 최소한 2~5개 정도로 설립하여 운영한다면, 지역통합적 돌봄체계를 구성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동안 시민들은 국공립어린이집이 보육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지역 중심의 공공재가요양기관은 지역주민과 어르신과 보호자, 돌봄노동자의 참여와 소통 속에서 좋은 돌봄을 구성할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긍정적인 것은 이번 6월 13일 지방선거를 맞아 지방자치단체장 및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이 구립 공공재가요양기관을 공약과 정책협약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노인장기요양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

올해부터 보건복지부의 제2기 5개년 장기요양기본계획이 시행된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정부가 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규제와 조절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민간시장에 90% 이상 서비스 제공의 역할을 맡겨두고, 적절한 제재나 관리를 못하다 보니 민간기관 간 과잉 공급과 과당 경쟁이 최고조에 달해, 전반적인 요양서비스 질은 낮아지고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악화되었다. 국민들의 세금 등 공적으로 마련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재원을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장기요양기관에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용해달라고 하는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다. 장기요양기관의 설립 허가의 요건을 강화하고 (재)지정제 등을 도입하고 민간 개인기관도 공적 기준에 맞는 서비스 질 관리가 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는 국가의 규제 정책이 시급하다.

셋째, 노동권의 보호, 좋은 일자리가 좋은 돌봄을 만든다.

전국의 36만 요양보호사 중 29만 명 재가요양보호사가 시간제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2016년 기준 방문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시간은 88시간, 월평균 임금은 65만 원이다. 요양보호사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고용불안과 생계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저임금으로 인해 1년에 70% 이상이 이직을 한다. 장기요양기관의 요양보호사 구인란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기관운영자들은 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이 있어도 요양보호사가 없어서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없다며 하소연을 한다.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높은 이직률은 돌봄인력의 안정적인 재생산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곧 제도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생계를 위협받는 돌봄노동자가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을까?

돌봄노동자의 노동환경이 우리 국민들이 받는 돌봄서비스의 질과 직결한다는 것은 재차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당면하게는 돌봄노동자의 안정적인 월급제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기본적인 인권과 건강권이 보호되는 노동환경 마련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 어르신과 돌봄노동자 모두가 행복한 돌봄환경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위 사진은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2015 공모전' 당선작.

좋은 돌봄과 좋은 일자리 함께 가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10주년을 맞이하여, 이 제도가 포함하는 어르신과 보호자의 삶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노동 현실에서 질문을 다시 시작하자.어르신은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 내가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에서 두려움 없는 노후를 보내고 싶다. 보호자는 안심하며 나의 부모나 동반자에게 돌봄서비스를 받게 하고 싶다. 요양보호사는 나의 일터와 사회에서 존중받고 돌봄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고 싶다.

사람과 인권을 중심으로 더 나은 돌봄환경, 공공성을 담보한 튼튼한 돌봄시스템 속에 우리는 '존엄한 노인돌봄'을 기대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정책논의에 대한 시민사회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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