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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보완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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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보완책 마련해야"

"최저임금 증가, 긍정적 효과가 90%"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늘린다'고 재계의 주장을 반박해왔지만, 최저임금 인상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뉘앙스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2018 국가 재정 전략 회의'를 열고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더 시간을 가지고 심도 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가 재정 전략 회의'는 재정 분야 최고위급 인사들이 모여 예산안 편성과 국가 재정 운용 계획의 기반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다. 특히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에 갈등 기류가 노출된 가운데 열린 회의여서 문 대통령의 입장이 주목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1/4분기 가계 소득 동향에서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최저임금'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로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회복돼 증가해 개인 근로 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된 반면, 고용에서 밀려난 근로 빈곤층의 소득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근로자는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증가했으나, 근로자 외의 가구의 소득 감소가 가구 소득 격차 확대의 중요 원인이 된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으므로 정부는 그에 대한 보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 개념으로서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해왔던 것과는 달리,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 때까지만 해도 "최저임금 인상이 일시적으로 일부 한계 기업은 고용을 줄일 수 있으나, 정착되면 경제가 살아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재계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관련 기사 : 文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오히려 일자리 늘린다")

이는 관료 출신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16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본격화된 정부 내부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대통령이 일정 부분 수긍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문 대통령이 내년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김동연 부총리와 달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5일 "최저임금 인상은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고용 감소 효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지금 상황은 최저임금의 속도 조절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김동연 부총리를 비판한 바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2018 국가 재정 전략 회의'를 열었다. ⓒ청와대

문 대통령 "최저임금 증가, 긍정적인 효과가 90%"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정통 보수 관료와 개혁파의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동연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의견을 밝혔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개 발언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분배 개선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득 주도 성장론자'인 장하성 정책실장과 같은 기조의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1/4분기 가구 1분위 소득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이지만, 이를 소득 주도 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며 "소득 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다"라고 말하며 봉합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하위 10%의 소득이 악화됐다는 점은 아프게 받아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반적으로 최저임금 문제나 소득 주도 성장을 고쳐야 할 정도로 기조를 바꿀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말씀을 보완적으로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내 정통 보수 관료 출신과 개혁파 출신의 갈등은 지난 29일 '가계 소득 동향 점검 회의'에서도 일부 드러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 등 경제 정책을 두고 정부 내 노선 갈등이 있다는 언론 보도를 의식한 듯 청와대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앞으로도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에 대해 토론하는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장하성 정책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로 문구를 수정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경제 정책의 또 다른 축인 '혁신 성장' 분야에서 김동연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 성장에 대해 우리 경제 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 주시고 더욱 규제 혁파에도 속도를 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재정 개혁'과 '지출 구조조정', '부정 수급자 방지' 등 나라 살림의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발언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위해 각 부처 장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주기 바란다"며 "예산 전달 체계를 효율화하여 부정 수급을 방지하는 데에도 역점을 두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단, 과도한 '부정 수급자 색출'은 복지 사각지대를 늘릴 위험이 있다.

그밖에도 문 대통령은 "남북과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 경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며 "남북 경제 협력이 본격화할 경우에 대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과 준비에 대해서도 미리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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