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댓글조작 대응TF' 팀장인 권은희 의원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 간에 오간 고소·고발사건을 쌍방이 취하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취하 대상으로 올린 사건 가운데는 드루킹이 고발자로 포함된 사건이 있다고 18일 밝혔다.
권 의원 등이 공개한 고발장을 보면, 옛 국민의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주 의원과 임내현 전 의원은 대선 와중인 지난해 4월 15일 서울남부지검에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팬클럽 '문팬' 운영자와 회원 14명을 고발했다. 이들이 안철수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특정 검색어를 반복 입력하는 방법으로 불법·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민의당에 의해 고발된 이들은 '문팬' 운영자 외 13명으로, 제일 마지막에 '드루킹'이라는 이름도 포함돼 있다. 다만 다른 피고발인들은 모두 '문팬' 카페에 직접 글을 올린 카페 회원들이지만, 드루킹은 직접 이 카페에 글을 올린 것이 아니라 다른 회원이 드루킹의 글을 복사해서 카페 게시물로 올린 정황 때문에 고발을 당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대선 4개월여 후인 2017년 9월 하순께, 이들에 대한 고발을 포함해 총 9건의 사건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했다. 같은 시기에 민주당이 국민의당 의원·당직자를 고소·고발한 사건 7건을 취하한 것과 맞교환 형식이었다.
당시 시기는 김명수 대법원장 국회 인준 투표를 앞둔 상황이었고, 이에 쌍방의 고소·고발 취하는 대야(對野) 관계를 개선하려는 민주당 지도부의 정치적 결정으로 해석됐다. 다만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 사건은 취하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권 의원은 당시 민주당의 취하 요구를 국민의당이 받아준 데 대해 "이용주 당시 법률위원장이 가서 (민주당과) 합의를 해버리고 와서 나중에 알고 황당했었다"고 했다. 임내현 전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댓글에 문제가 있다'고 고발한 것은 기억이 나는데, 취하한 것은 당시에도 아쉬웠다"며 "이 의원이 협상을 모두 하고 와서 나에게는 도장만 찍어달라고 했고, 나나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는 마지못해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바른미래 "민주당이 '드루킹 댓글조작' 사전에 알았다는 것"
바른미래당은 이 사건에 대해 "드루킹은 일개 당원이 아닌 '댓글조작 실세'였음이 확인됐다"며 드루킹과 청와대·여당 지도부 간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드루킹 댓글조작 건을 꼭 집어 고발 취하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는 민주당이 댓글조작을 사전에 인지한 것이며, 드루킹 고발이 댓글조작 수사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드루킹이 댓글 조작을 얼마나 많이 조직적으로 했길래 민주당은 '국회의원과 당직자만 취하 대상으로 하자'는 선을 넘어 기어이 드루킹까지 비호한 것인가?"라며 "민주당이 직접 고발 취하 요구까지 한 드루킹이 이래도 일개 당원에 불과한가? 민주당이 손수 드루킹 사건이 수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음에도 정부·여당은 여전히 '우리도 피해자'라고 계속 우길 것인가?"라고 공세를 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도 여권에 총공세를 폈다. 국회 본청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댓글 조작이 이뤄진 포털사이트 '네이버' 본사에 이어 청와대 항의 방문까지 진행했다. 국회 규탄대회에서 유승민 당 공동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와 민주당, 문 후보 핵심 측근들은 여론을 조작하고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해 과연 몰랐느냐? 지시하지 않았느냐? 뒷돈 주지 않았느냐?"고 의혹을 제기하며 "이것은 지난 대선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다. 다른 야당과 공조해서 이 사건에 대해 특검을 하루 속히 도입하고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규탄대회에 참가해 "우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현 정권 핵심세력들이 깊숙이 개입한 온라인 여론조작의 추악한 뒷모습을 같이 보고 있다"며 "온라인 댓글 조작으로 권력을 쟁취하고 다시 같은 수단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게 방치하면 더 이상 이 땅에 민주주의는 사라질 것이다. 이 악질 바이러스의 숙주를 반드시 찾아내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예비후보는 특히 "지난 대선에서 벌어진 악랄한 여론 조작 범죄행위들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선거를 맞이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또다시 유권자 선택을 왜곡하는 일, 제2·제3의 드루킹에 의한 여론조작 부정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지방선거까지 지속적으로 공세를 제기할 뜻을 시사했다.
바른미래당 외에 민주평화당도 최경환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어 "민주당 법률지원단이 드루킹을 콕 집어 고발 취하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고발 취하 요청은 드루킹과 민주당의 깊은 관계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이 드루킹에 코가 꿰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평화당은 "도대체 드루킹이 누구길래 콕 집어 고발 취하를 요청했는가"라며 현재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요구하고 있는 특검·국정조사에 동조할 뜻을 비쳤다. "경찰의 봐주기 부실수사에 이어 특검과 국정조사 사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고 최 대변인은 논평했다.
민주당 "드루킹 포함됐는지도 몰라…일괄 취하 협상"
민주당 측에서는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기헌 의원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사건 피고발인에) 드루킹이 포함된 것은 당연히 몰랐다"며 "국민의당이 고발한 것으로 우리 당이 파악하고 있는 사건 목록 9건 중에 그런 사건이 있다는 정도였고, 피고발인이 문팬 카페지기 외 13인으로 돼 있어서 거기 '드루킹'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국민의당과의 협상 담당자였던 송 법률위원장은 의원이나 당직자도 아닌 문팬 카페지기나 드루킹이 취해 대상 목록에 포함된 데 대해 "우리도 안철수 후보 팬카페 회원 등 20명을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며 "우리도 안철수 팬카페를 고발하고, 그쪽(국민의당)도 문팬을 고발하고 했으니 포함된 것이다. (드루킹 포함 사건 외에도) 저쪽이 고발한 사건 중에는 '안민석 의원 외 누리꾼 5명'을 고발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문화일보>가 입수해 보도한 '19대 대선 관련 국민의당의 민주당 관계자 고발 사건 리스트' 문건을 보면, 이 사건 피고발인은 "성명불상자 14명"으로만 돼 있고, 주요 피의사실에 "문팬 운영위원회라는 유사(선거운동)기관 설치, 문팬 소속 회원들에게 댓글 게시 등을 지시"라고만 돼 있다.
송 위원장은 "대선 당시 소속 국회의원 등이 (상대 캠프 측을) 개별적으로 고소·고발해서 당에서 (전체 사건 건수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당(양측 당 법률위 등)이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사건을 (서로) 적어준 것"이라며 "우리는 고발장을 보지도 못했다. 문팬 카페지기에게 확인해 봐도 '(본인 외에) 누가 고발됐는지는 모른다'고 하더라. 우리는 '문팬 카페지기 외 13인'이 사건 1건으로 돼 있다 보니 '문팬 회원인가보다' 생각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우리 당에서 미리 (피고발인이 드루킹인 것을) 알고 국민의당과 협의해 고발을 취하했다는 것은 사실관계가 완전히 틀리다"며 "국회의원 및 당직자만으로 (취하 대상을) 한정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국민의당 고소·고발 현황에는 캠프 관계자, 문캠 카페지기 등이 있었고, 우리 당 역시 안철수 팬클럽 카페지기 등 회원 20명을 고발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민의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자연스레 양측의 팬클럽 카페지기 등에 대해 일괄적으로 고발을 취하한 것이며 애초부터 이 부분은 논의나 조율의 대상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이 사건이 취하 요구 대상이 된 경위에 대해서는 "문팬 카페 운영진이 당 법률지원단에 도움을 요청해서 고발된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협상 과정에서 (취하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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