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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30년 만의 정권교체,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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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30년 만의 정권교체, 진짜로?

[정희준의 어퍼컷] PK, 지방선거 여당 압승이 어려운 이유

6월 13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이전 어느 선거와 비교해도 그 무게가 다르다. 집권여당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기필코 승리해야 한다. 반면 자신이 배출한 두 직전 대통령이 감옥에 간 상황에서 보수 야당에겐 사활이 걸린 선거이다. 특히 이미 균열이 시작된 자유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지 못하면 당조직이 붕괴할 상황이다. 역으로 말하면 집권여당에겐 지난 70여 년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친일·군사독재세력의 씨를 말려 버릴 다시없는 기회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여당의 압승을 점치고 있다. 그 첫째 근거는 무엇보다 국민의 정치성향의 변화다.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을 상징했던 보수 우위의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부패 보수 10년'으로 인해 무너진 지금, 스스로를 진보라 여기는 국민의 비율이 보수 성향의 국민을 능가한다. 적폐청산의 사회적 분위기는 지금도 강하다.

여당 승리의 둘째 근거는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가 많으면서도 이제까지 감히 넘보지 못했던 영남지역의 벽을 허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특히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여당이 광역단체장 세 곳 모두, 또는 적어도 두 곳을 가져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렇게 되면 보수의 본진 대구·경북(TK) 지역을 포위,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경남도지사 선거에 가장 승산이 높은 김경수 의원을 초선임에도 투입하려는 것이다.

부산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유력시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우 최근 여론조사 다자간 구도에서 서병수 현 시장에 51.6% 대 29.3%(2월 10~11일 국제신문 의뢰, 리얼미터 조사), 24.1% 대 16.5%(2월 2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50.7% 대 25%(3월 6~7일 입소스코리아)로 오차범위 밖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렇다면 부산은 3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지방선거 여당 압승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정말 그럴까?

▲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왼쪽), 경남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김경수 의원. ⓒ연합뉴스

PK에서 더불어민주당 압승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많은 이들이 대통령 지지도 70%,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50%를 넘나드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여당 압승을 점치지만 첫째, 전문가들은 작년 정권교체 이후의 여론조사들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과대 대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국민 여론이나 성향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정당 정치 지형은 바뀌지 않았다. 서울 강북 등 일부 수도권과 호남을 제외하면 정당의 세력이나 조직력의 판도는 아직도 보수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 그대로이다.

셋째, 이번 지방선거는 작년 대선에서 일 년이 지난 시기에 치러지므로 이른바 '허니문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넷째, 따라서 일 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개혁과 적폐청산 작업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이를 정치보복이라 여기는 국민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산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자식이나 주변의 압력으로 문재인에 투표했던 이들은 오히려 이를 면죄부 삼아 다시 30년 전통의 보수 투표로 회귀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사실 지난 대선은 '문재인 대세론' 속에 치러졌지만 부산에서 문재인의 득표율은 39%로 홍준표(32%)를 압도하지 못했다. 여기에 안철수(17%)의 표가 진보보다는 보수 성향임을 감안하면 부산의 보수 우위는 변함이 없었다. 이번 시장선거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거돈의 지지율 선두 질주에도 불구하고 "결국 51 대 49 싸움"이라고 예상한다.

서병수에게 오거돈은 "쉬운 상대"?

그래서인가. 한 인터뷰에서 서병수 시장은 예상 밖으로 오거돈 후보를 "쉬운 상대"라고 평했다. "그와는 지난 지방선거 때도 붙은 경험이 있어서 선거 운동 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 나에게는 쉬운 상대"라는 것이다. 그는 2004년 4·15 총선을 언급하며 "당시(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상대 출마자인 최인호 의원에 20~30% 뒤지는 것으로 나왔지만 결국 이겼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고공행진과는 유리된 부산의 냉혹한 분위기는 지역의 진정한 판세를 가름한다 할 수 있는 시의원 선거에서 엿볼 수 있다. 보수의 아성이 강고하기만 한 부산에서 민주당은 지난 30여 년 단 한 석의 지역구 광역시의원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구청장은 물론 시의원 후보조차 다 채우지도 못한 채 선거를 치러야 했고 결국 시의회 의원 42명 전원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하려는 부산지역 후보 숫자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늘었다. 그러나 복수의 당선자를 뽑는 구의원과 달리 소선거구제인 시의원 지원 현황은 지역구를 모두 채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실제 상황은 부푼 기대감과는 거리가 있다. 많은 이들이 시의회 의석 과반을 이야기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3분의 1 확보도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 승리의 열쇠는?

이렇듯 부산의 현실은 '적폐청산,' '여당 압승'의 분위기와는 격리된 외로운 섬과 같다. 다만 지난 2016년 총선 때와 같은 지역 내 역량의 결집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당시 유일한 현역이던 조경태마저 새누리당으로 넘어가 버린 후 총선 전패의 위기 속에서도 시당이 결집하고 다양한 선거 전략을 구사해 총선 5명 당선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드라마를 연출 바 있다.

'결국 51 대 49 싸움'이라는 부산시장 선거. 지난 총선에서 보았듯 내부의 결집과 노력은 적어도 득표율 2~3%의 차이는 만들어낼 수 있다. 과연 부산은 '30년 만의 정권교체'를 맛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부산은 '여당 압승'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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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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