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최대 현안이었던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놓고 여아가 27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뤘다. 1주일 최장 노동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200% 지급'과 '150% 지급' 주장이 엇갈렸던 휴일근로수당은 150%를 기본으로 한다는 게 골자다. 다만 노동계는 '150%' 부분에 대해, 국회가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추가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환노위는 이날 새벽 고용노동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합의 통과시켰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시작된 지 5년 만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골자는? ①주 노동시간 68 → 52시간으로
여야가 합의한 개정안은, 먼저 주당 노동시간을 주5일 하루 8시간씩으로 정하고 연장근로를 최대 12시간까지 하기로 한 현행 법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1주일)'에는 토·일요일도 포함된다는 점을 법률 규정으로 명확히 했다.
이는 노동부가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이지만, 토·일요일은 근로일이 아니어서 '주'에 포함되지 않고, 따라서 토·일요일 휴무근무 각 8시간(합 16시간)을 더한 68시간이 7일간 최대 노동시간'이라는 행정해석을 해온 것을 입법으로 폐기했다는 의미다.
다만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도입에 차등을 두기로 해, 300인 이상 기업은 오는 7월 1일부터, 50인 이상은 2020년 1월부터, 5인 이상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최대 52시간'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30인 미만 기업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특별연장근로 주8시간을 추가 허용하기로 한 것도 재계의 반발을 고려한 장치다.
노동계에서는 이와 관련, 유예를 두는 것 자체에 대한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노동시간 제한을 확대하지 못한 것은 문제"(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 <연합뉴스> 인터뷰)라는 지적이 당장 나온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주 52시간 제한을 지키지 않아도 단속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골자는? ②법정 유급휴일 도입, 특례업종 제한
주당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현재는 공무원·공공기관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던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제도를 민간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도 진전이다. 기존 근로기준법상 휴일은 주휴일(토·일요일)과 노동절 뿐이어서, 기업에 따라서는 심한 경우 삼일절·광복절 등 국경일이나 어린이날 등 공휴일은 물론 설·추석 명절에도 쉬려면 연차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 사실상 무제한 노동이 가능했던 '특례 업종'을 현행 26종에서 5종으로 대폭 축소,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 전망을 밝게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26종 가운데 보관업, 창고업, 숙박업, 음식점·주점업 등 21종은 제외되고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만 특례업종으로 남는다. 존치된 5종에 대해서는 연속 휴게시간을 11시간 이상 보장하도록 했다.
다만 법정유급휴일제나 특례업종 축소 모두 시간적으로 적용 유예를 두리고 했다. 유급휴일제는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30인 이상은 2021년 1월부터, 5인 이상은 2022년 1월부터 적용한다. 기존 특례 업종에 해당했던 업종에서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나 공공기관이라도 '주 52시간 제한' 규정을 2019년 7월 1일부터(해당 업종이 아닐 경우 300인 이상은 올해 7월부터) 1년간 유예 적용하기로 했다.
사용자 측인 재계는 '52시간 제한'보다 오히려 이 부분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유급 주휴일도 전 세계적으로 관례가 드문데 공휴일까지 법정 유급휴일로 하는 것은 영세기업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며 "특례업종 축소 조정은 국민·소비자 관점에서 공중의 편의를 감안한 보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나 인력 부족 소기업의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며 "정부가 인력 공급 대책과 설비투자 자금 등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③휴일근로수당은 8시간 이하 150%, 초과시만 200% 지급
다만 노동계의 요구이자 최근 법원 판례까지 나왔던 '휴일근로수당 200% 지급'은 무산됐다. 이는 기존 노동부의 행정해석대로, 8시간 이하의 휴일근무는 평일의 연장근로와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의 150%를 수당으로 지급하고 8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만 200%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56조는 "사용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만 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 조항의 해석과 관련, 휴일근무 전체에 대해 휴일수당 50%에 연장근로수당 50%를 더한 100% 추가 지급(통상임금의 200% 지급)을 요구해 왔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휴일근로 가운데 8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만 '중복 할증'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고수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원에서는 노동계의 '중복 할증' 요구가 합당하다는 결정이 잇달아 나왔었다. 서울고등법원은, 경기 성남시와 안양시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며 '휴일근로뿐 아니라 연장근로수당까지 합쳐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법원 판결은 현행 근로기준법을 토대로 하고 있다. 즉 현행법을 '휴일근로수당은 150%만 지급해도 된다'고 해석한 노동부 행정해석은 올바른 법 해석이 아니라 위법하다는 게 법원 판결 취지다. 때문에 이번 여야 합의로 법 자체가 개정될 경우 기존 판례는 의미를 잃게 된다.
당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노동계 요구대로 '200%'를 주장해 왔으나,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타협을 이뤘다. 민주당 소속인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날 새벽 여야 협상 성과를 강조하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8시간 초과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의 100%가 가산되게 된다"고만 언급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국회 환노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개악"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도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무에는 연장·휴일노동수당을 중복 지급해야 장시간 과로 노동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고 장시간 노동을 줄일 수 있다"(강훈중 대변인)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의당은 이정미 대표가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휴일노동에 대해서는 100% 중복할증을 실시하며,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전면 폐지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오늘 통과된 개정안은 이러한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는,아쉽고 부족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장시간 노동체제를 바꾸기 위해 우선 합의가 가능한 개선안이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다. OECD 평균 수준 노동시간을 정착시키고 국민 삶에서 일과 여가가 공존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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