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때론 절망스럽지만…결국 선거 때 힘 보여줘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때론 절망스럽지만…결국 선거 때 힘 보여줘야"

[고성국의 정치in]<12>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미디어법 파동 후 정치권은 '큰일' 없이 넘어가고 있다. 정운찬 총리 청문회 정도가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사건이었을까? 그러나 이 '별일 없는 정국'의 이면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헌재의 '집시법 10조 헌법불합치 결정'과 공무원 통합노조의 민노총 가입이 그것이다. 이 '사건'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지형과 사회세력들 간 역학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 아침 일찍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을 만났다.

▲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프레시안

"헌재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하하하. 법률가로서는 희열의 순간이다. 다 후퇴하는 것 같지만 한 점을 송곳처럼 찔러서 작은 구멍이 생겼을 때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생각, '아주 안 되는 건 아니네'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아직 조금은 남아 있다는 희망 같은 걸 갖게 됐다."
"그런데 곧바로 내년 6월까지 실효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논란이 벌어지는 걸 보니까 좀 씁쓸하다. 헌재 결정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체화시키기도 전에 또 다시 정쟁적 논란에 휩싸이는 게…."
"이번 헌재 결정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94년에 합헌결정을 한 적이 있는데 헌재 스스로 이것을 뒤집었다. 국민의 헌법의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을 한 결정이다. 집회의 자유와 국민의 기본권이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지 선을 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법을 집행하겠다고 하는데 기본적 정당성이 사라졌는데 헌법불합치 형식 때문에 앞으로 1년 더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어느 국민이 이걸 납득하겠는가?"
"검찰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검찰이 택할 수 있는 현명한 조치들이 몇 가지 있다. 야간에만 참여했다는 몇 줄짜리 공소사실은 전향적으로 공소 취하할 수 있고 법 개정을 보고 나중에 판단하겠다고 재판을 연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무조건 현행법대로 처벌하겠다고 하면 사실 불복종 유도다."
"법원은?"
"법원도 유죄판결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재판받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수락할 이유가 별로 없다. 당연히 1심판결 정지 상태인데 항소하게 되고 항소심도 유죄판결하기 애매해졌다. 사법부도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데 이런 건 비용의 낭비다. 불필요한 재판을 해선 안 된다."

"때로 절망스럽지만…민주주의, 결국 선거때 힘 보여줘야"

같은 시기에 공무원 통합노조도 민노총 가입을 결정했다. 서로 다른 사안이지만 흐름을 만들어 가는 주요 변수들이다. 세 개의 공무원 노조가 투표해서 통합했고 민노총에 가입하기로 한 것이다.

▲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프레시안
"공무원 노조의 민노총 가입에 법적 문제가 있나?"
"없다."
"그런데 한승수 총리나 교섭상대인 행안부 장관이 민노총 가입에 우려를 표하고 '불법 행위시 엄단'을 천명하고 있다."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다.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래서 민노당이 한승수 전 총리를 고발했다."
"이성을 상실한 사회 같은 느낌이다. 정권은 보수적일 수도 진보적일 수도 있지만 법은 지켜야 하지 않나?"
"기본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특히 행정 하는 분들이 기본권 제약은 어떤 범위, 어떤 근거에서만 해야 하는지 늘 스스로 통제하고 자제하면서 검토하는 습관이 돼야 하는데 이번에 한승수 전 총리, 행안부장관, 노동부장관 얘기는 선을 완전히 넘어선 것이다. 정운찬 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권장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공무원들이 근로3권에서 제한된 것은 단체행동권이다. 단결권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말 하는 걸 보면 기본권에 대해 어느 정도 선에서 어떤 근거로 제한할 수 있는지 성찰의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지식인들,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이 숙려의 시간과 기회를 너무 갖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정법으로 국민을 통제하는 것만을 법치라고 보는 것 같다. 법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문제인데 변화가 가능하리라 보나?"
"때로 절망스럽다. 특히 눈앞에서 부딪힐 때. 얼마 전 용산참사 대책촉구 삼보일배를 했는데 경찰의 대응이 딱 그랬다. 가장 조용하고 가장 평화로운 방식인데 삼보일배하면서 걸어가면 시위고, 못 가겠어서 앉으면 집회고, 이게 왜 집회냐 물어보면 공무집행 방해고. 하하하. 그 자리에 몇 시간 앉아 있으면서 내가 법이라는 걸 공부하고 그걸 행동의 기준, 가치판단의 준거로 살아온 게 20년인데 법으로 다스리는 게 도대체 뭔가 하는 근본적 의문이 들었다. 논쟁으로 풀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법률가가 법을 놔두고 힘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법이 어느 수준에서 적용되고 어떻게 기본권이 보장돼야 하는지는 결국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자각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이것을 시시때때로 표출하는 힘이 선거 아니냐. 결국 선거 때 보여주는 힘으로 기본권과 법치의 수준이 결정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법률가들이나 법학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들을 하나?"
"대단히 중요한 주제다. 고민을 많이 한다. 집시법을 헌재에 내는 것도 그런 자괴감에서 내는 것이고 이전에 문제 잘 안되던 것, 야간 집회 금지가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들에 대해 집회를 완전 통제하고 사람들에게 모멸감을 줄 정도로 적용된 적은 없었다. 법률가로서는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 문제다."

용산참사 관련 "정운찬 총리에 답변에 실망"

"청문회를 봤다. 용산참사 수습을 위해 세 가지 문제에 대해 답변을 요구했는데 답변이 어땠나?"
"충분하지 않았다. 일단 유족들을 만나보겠다는 선에서 답변하더라. 수사기록 공개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서면질의를 했는데 사생활 침해 때문에 수사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금까지 검찰이 해온 답변을 되풀이 하더라. 실망스러웠다."
"법원의 수사자료 공개 결정이 정확히 어떤 건가?"
"수사 기록 중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목록을 받아보고 목록 전체에 대해 수사기록을 다 공개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사생활은 무슨 얘긴가?"
"수사기록에 나오는 경찰관의 주민번호, 주소 등을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 것은 가리면 된다. 변호인이 공개하고 싶어 하는 것은 사생활이 아니라 사건의 진실이다. 어떻게 은폐가 됐는지 하고."
"법원의 명령을 검찰이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검찰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하는데 형사소송법은 이에 대해 단 하나의 규정만 두고 있다. 검찰이 수사기록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경우 이건 검찰이 반기는 바다. 자신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정운찬 후보자의 답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의 입장이나 진보, 보수를 떠나 수사기록 공개와 같은 문제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게 무엇이냐, 서로가 지켜야 하는 절차와 기준이 뭐냐, 이렇게 보면 답이 똑 떨어진다. 그래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냈다. 수사기록 공개를 안하면 재판을 어떻게 하나? 재판 정지 시키거나 그래도 안내면 공소기각하자. 이렇게 형소법 개정안을 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지만 서울지방변호사회도 검찰이 수사기록 안내면 적어도 재판 정지는 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법사위에 보내 왔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성향은 다를 수 있지만 '재판 받는 사람 억울하지'라며 동조하는 사람도 꽤 있다. 총리 후보자도 그 정도 선까지는 가야 했다. 나름 덕망 있고 신뢰 있고 지식인으로서 살아온 분인데 그런 점을 고려했다는 흔적 없이 검찰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은 너무 기대에 안 맞는 행동이었다. 사실 기대에 못 미치는 행동이 더 있었다."
"어느 대목?"
"국적문제. 국적문제 자체에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아들이 국적 포기하려는데 유학 학비 때문에 말렸다는 대목이 안타까웠다. 그것까지는 그렇다 해도 청문회 첫날 '대한민국 국적이 아니란 말씀입니까?'라고 상당히 강하게 반문했는데 그걸 믿었던 나로서는 당황스럽더라."
"김준규 검찰 총장은 상당히 합리성을 갖춘 총장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 같다.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문제는 총장이 결심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기대가 아직 있나?"
"재판이 10월 말이면 아마 1심 만기일 것이다. 지금 증인 신문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공개할 기회가 없다. 그런데 시간을 자꾸 보내고 있다.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

▲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프레시안

"안산 재선거, 민주당과 연합할 수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중도실용노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친서민 행보를 계속 하고 있다. 지지도 50%대를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강화되는 반면 야당들의 지지도는 제자리걸음이다. 불과 6개월 전 상황과는 천양지차다.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 인상은 준다. 이제 뭔가 달라지려 하나보다 하는 기대를 준다. 그러나 그건 기대일 뿐이다. 아직 실물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대가 곧 꺼질 거라 보나?"
"서민정책의 변화로 귀결되지 않으면 꺼질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 행보를 쇼다 이벤트다 하고 공격하는 것보다 더 좋은 서민정책을 내서 경쟁하는 것을 원하는 것 같다. '원조 서민'경쟁도 좋고."
"SSM에 대한 내 입장이 그렇다. 뭐라도 하나 만들어 놓고 싶다. 워낙 문제가 심각하니까. 대통령이 마이크로 크레딧을 하겠다고 하는데 워낙 틀이 짜여있는 상태로 나와서 불안불안하다. 마이크로 크레딧은 작은 규모로 옆에 붙어서 세밀하게 챙기며 자활을 도와주는 것인데 대규모로 한다면 그런 장점이 다 사라진다. 또 그동안 마이크로 크레딧을 해온 경험이 있는 단체들이 배제된 상태다. 지난 4월부터 그랬다. 박원순 변호사 얘기가 그런 것이다. 기존 단체들이 있는데 뉴라이트 단체를 만들어서 돈을 거기에다 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다. 5석의 민주노동당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민노당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까?

"2017년에 민노당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 늦어도 2017년까지는 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능성 있는 얘긴가?"
"책임감의 표현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는데 이 보수적인 정권이, 보수라는 표현도 부드러운 것 같긴 한데, 만일 또 한 번 정권을 잡아 10년을 넘어간다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다음에는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그러지 못한다 하더라도 2017년을 넘겨서는 안 된다. 정권을 다시 찾아와 민주주의를 회복시켜야 한다. 이 일을 누가 할 수 있겠나? 좀 더 진보적인 민주주의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뜻이 분명한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 적어도 우리가 준비는 마치고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고 했는데 민노당이 정권을 잡은 적이 없지 않나?"
"크게 봐서 그렇다는 말이다."
"민주진보진영이 되찾아 와야 한다는 뜻으로 듣겠다. 그런데 지난 선거에는 권영길 후보가 끝까지 갔다. 민주진보진영이 되찾아 와야 한다는 것은 연합론이고 민노당 후보가 끝까지 가는 것은 독자론이 될 텐데 그 사이에 갈등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볼 여지가 있지만 끝까지 가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있는데 라고 하면 누가 긴장하고 이 세력을 키우겠나. 끝까지 최대한 진보적인 방향을 만들어내 우리가 이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기본적 생각이다. 원칙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권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 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보다 진보적인 정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프레시안

"현대정치에서는 연합 없이 정권을 잡는 게 불가능 할지도 모르겠다. 보수도 진보도 다 연합한다. 민노당도 연합의 정치를 진지하게 바라보는가?"
"중요한 토론의 대상이 된다. 지난번 4.20 재보선 때 울산 주민들 말씀이 '딱 단일화만 해 와라, 다 해줄게'였다. 그때는 진보신당과 그랬던 것인데 앞으로는 민주당과 그런 요구에 부딪힐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울산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경쟁을 했고 적은 표차로 졌다. 표차가 적어 신뢰도를 따지면 문제 삼지 못할 것도 아니었으나 다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것이 원칙이다. 울산시민들의 요구에 따랐고 또 하나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
"연합정치의 훌륭한 사례였다."
"그렇지만 많이 안타까웠다."
"울산은 상대가 진보신당이었는데 민주당은 어떤가? 연합정치에 대한 진지함을 느끼나?"
"아쉬울 때가 있다. 연대가 가능하고 연대하고 싶은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원칙이다. 함께 연대를 해 갔을 때 저 사람에게 양보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진보적인 원칙,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꿈, 자기 일신의 명예나 안위를 뒤로 하고 공동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내가 양보할 수 있듯 저 사람들도 양보할 수 있다는 서로의 헌신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민주당과의 관계는 아직 확인 안 된 것들이 있다."

"이번에 경기 안산도 하나의 모델 케이스가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좀 더 폭넓은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다 모여 하나로 합쳐오면 우리가 알아서 해 줄께'하는 주민들의 말씀에 따를 수 있느냐를 확인하고 싶다."

"이 악물고 버틴다"

이 의원은 386세대다.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대중적으로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언제 민노당 당원이 됐나?"
"작년 3월 2일 쯤"
"비례대표 등록을 위해?"
"그 시점에 입당했다."
"그 전에 국회의원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해봤나?"
"전혀."
"그런데 어쩌다 국회의원이 됐나?"
"변호사 하다가 조금 다른 차원에서 법을 다루고 싶어서 사무실을 정리하던 시점이었다. 10년을 새로 준비해 10년 후 다시 튀어 나오겠다 생각하고 변호사를 접었던 땐데 마침 국회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와 하게 됐다."
"민노당 의원들의 보좌관들이나 스텝들은 당에서 파견 나오나?"
"아니다."
"지난 회기 때는 그랬던 것 같은데?"
"시작할 때는 그랬던 것 같은데 중간에 바꿨다. 다른 당 의원실 시스템과 같다."
"민노당이 현실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로 봐도 되나?"
"중차대한 변화는 아니다. 그보다는 유지되는 정신에 주목해 달라."

"87학번인데 386세대의 정체성을 갖고 있나?"
"6월 항쟁을 대학 1학년 때 경험했다. '폭발력'을 느꼈다. 우리세대는 삶이 편안할 때 느끼는 부채감, 빚진 마음 같은 것을 갖고 있다. 그런 마음을 오래 간직하는 게 인생의 큰 힘이다. 평범하게 지내다가도 어떤 상황이 오면 생각이 모일 수 있고 폭발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경험을 눈앞에서 봤기 때문에."
"이겨본 경험을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정말 그렇다. 외톨이로 있을 때 느낀 게 아니라 열심히 하는 동료들과 함께 느낀거라 단단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
"국회의원 생활을 1년 5개월 했는데 그동안 단식을 몇 번했나?"
"두 번했다."
"기륭 때 했고."
"그 때 11일 했다."
"그 때 분회장은 단식을 며칠 했나?"
"분회장은 67일인가 하고 링거 맞았다. 밥을 다시 드신 건 구십 며칠 지나서…."
"회복은 됐나?"
"다행히."
"기륭문제는 해결됐나?"
"안됐다."
"두 번째 단식은 언젠가?"
"6월 초에 7일간 했다.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고 6.10 항쟁 기념일 직전에."
"몇 번 쓰러졌나? 쓰러졌다는 뉴스를 많이 봐서..."
"약간 오보가 있다. 실신을 했다고 하는데 정신을 잃은 적은 없고. 하하하. 기진맥진해서 몸을 가누지 못해 쓰러진 경우가 몇 번 있다."
"정치하면 이런 일 있으리라 생각했나? 단식, 몸싸움, 기진맥진해 쓰러지는 것."
"국회 오지 않겠느냐는 얘기 들었을 때 국회는 법을 다루고 토론하는 곳이고 내가 그동안 해 왔던 게 법정에서 증인 반대신문하고 의뢰인 대변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까 생각과 달리 몸 쓰는 일이 많더라.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생겨난 일들인데 이럴 줄 몰랐던 일들이 많지 않은가. 피할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 4시간만 자는 강행군을 계속한다던데."
"어제는 유례없이 많이 잤다. 하하하"
"괜찮은가?"
"이를 악물고 버틴다."
"원래 건강 체질인가?"
"원래 약한데 여기 와서 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 고성국 박사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프레시안

건강 잘 챙기라면서 일어섰다. 건강이 정신과 마음의 문제라면 남은 2년 반도 끄떡없이 잘 버틸 것 같았다. 여러 번 쓰러졌지만 한 번도 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말도 사실로 들렸다. 이 의원은 생각보다 웃음이 많았다. 즐겁게 살고 많이 웃는 게 생활 목표라는 말 그대로였다. 그의 웃음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안고 국회를 빠져 나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