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2일 이틀간 열린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민주당 강운태 의원의 '관록'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송곳' 질문이 돋보였다. 질문 스타일은 전혀 달랐으나 정 후보자를 가장 괴롭힌 청문위원은 두 사람이었다.
의원 경력은 재선이지만 농림수산부장관, 내무부장관을 지내 중진급으로 분류되는 강 의원은 능수능란하게 정 후보자를 요리해 궁지로 몰아넣었다.
강 의원 측은 "우리가 개각 시즌에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할 거라고는 0.0001%도 예상치 못했다"고 엄살을 떨었으나, 막상 청문회가 시작되자 강 의원은 정 후보자의 세금 탈루와 '기업 스폰' 문제를 밝혀내는 전공을 세웠다.
강 의원은 "모자업체 Y사 회장이 가끔 용돈을 주지 않았느냐"고 추궁해 정 후보자로부터 "형제 같은 사람이다. 해외 나가서 너무 궁핍하게 살지 말라고 소액을 준 적 있다. 두 번에 걸쳐 합해서 1000만 원 정도 된다"는 시인을 받아냈다. 이에 강 의원은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고도 형제 같은 사이였다고 해명하면 되는 거냐. 총리가 되도 여기저기서 용돈 받을 거냐"고 따져 정 후보자를 난감하게 했다.
강 의원의 추궁을 계기로 후배 야당 의원들은 "1000만 원이 소액이냐"는 추가 공세를 폈고, 급기야 '스폰서 (서울대) 총장'이라는 꼬리표를 정 후보자에게 붙였다.
정 후보자의 소득세 탈루도 강 의원의 한 방이 먹힌 경우. 강 의원은 "지난 3년간 수입보다 지출이 4200만 원 정도 많았고 예금은 오히려 3억2000만 원 이상 증가해 최소한 3억6000만 원의 수입이 빈다"고 문제제기 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종합소득세 누락은 실수였다"면서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그런 문제점을 발견해 오늘 아침 1000만원 가까이 세금을 냈다"고 인정했다. 강 의원은 그러나 "국민들도 탈세했다가 나중에 적발되면 그때 가서 수정 신고하면 되는 건가. 이쯤 되면 사과하라"고 몰아쳤다.
그러나 여러 문제에 대한 추궁 과정에서 다소 고압적이고 정 후보자에게 충분한 답변 기회를 주지 않은 점은 강 의원의 흠결. 이에 비해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변호사 출신답게 논증적인 방식으로 정 후보자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게 만들었다.
감세 정책에 관한 정 후보자의 입장을 들추기 위해 일반론 차원에서 접근한 다른 의원들과 달리,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감세혜택의 70%가 서민에게 돌아간다고 했는데 동의하나"라는 식으로 파고들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솔직히 최근 경험적 연구를 게을리 해 중산층 이하로 가는지 긍정도 부정도 못 하겠다. 잘 모르겠다"며 쩔쩔맸다.
이 의원은 특히 기획재정부의 통계 왜곡을 들춰내며 "중산층과 서민층에 돌아간 1인당 감세액은 120만 원인데 상위 0.5%의 감세액은 4000만 원으로 33배"라고 정교하게 지적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통계를 잘 살펴보고 고치도록 하겠다"며 이 의원의 지적을 수용했다.
정 후보자가 'YES24' 고문을 맡아 자문료 9583만 원을 수령한 게 국가공무원법상 영리목적 겸직 금지' 규정에 어긋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서울대 교수들 자료를 보면 실비로 연구료, 자문료를 받기는 해도 보수 명목으로 받은 분은 없다"고 포위해 갔다. 또한 "일반인들이 느끼기엔 (YES24 홈페이지에) 정운찬 총장 얼굴 나오고 추천하는 책 나오면 클릭해서 매출이 올라간다"며 "결국 광고모델 한 거다"라고 쏘아붙였다.
이 문제는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정 후보자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었던 사안. 그러나 이 의원이 조리 있는 질문 끝에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분명하죠"라고 추궁, 정 후보자로부터 "말씀대로라면 그렇다"라고 시인함으로써 카운터펀치는 이 의원의 몫이 됐다.
정 후보자 장남의 국적 문제와 관련한 '거짓말' 논란도 이 의원이 쐐기를 박았다. 정 후보자는 21일 민주당 김종률 의원의 질의에 "제 아이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는 말이냐"고 발끈했으나 22일 이 의원이 "어제는 왜 얼토당토않은 의혹인 듯이 말했느냐"는 추궁에 "죄송하다. 어제 설명을 잘못했다"고 꼬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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