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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와 배척, 그리고 우리 안의 쇄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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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와 배척, 그리고 우리 안의 쇄국주의

[기고] 중국에 대한 우리의 태도, 문제 없나?

임진왜란, 남한산성 그리고 시대착오적 숭명(崇明) 사상

임진왜란 직전, 조선의 조정은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일본 통신사 보고도 당파에 따라 서로 달리 하고 당쟁으로만 치닫다가 결국 전쟁의 참극을 맞았다. 조선은 일본을 줄곧 '왜놈'이라 칭하면서 업신여겼지만, 사실 당시 일본은 전 유럽 국가들이 보유한 조총의 숫자보다 더 많은 조총을 보유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이미 강력한 국가로 성장하고 있었다.

임진왜란의 치욕을 겪고도 조선의 대응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임진왜란 뒤 조선은 이미 극도로 쇠락해진 명나라만을 숭배하는 숭명(崇明)사상에만 매달렸다. 그러면서 신흥 강자로 부상한 청나라를 인식하지 못하고 오로지 '오랑캐'로 깔보고 업신여기다가 임진왜란 후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남한산성 삼전도의 굴욕을 당해야 했다. 청나라는 세계 최강국으로서 세계 GDP의 1/3을 점할 정도였다.

하지만 조선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제 사라진 명나라를 대신해 스스로 시대착오적인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하면서 외부세계에는 더욱 눈과 귀를 닫았다.

쇄국주의와 '근거 없는' 배타성

모두가 아는 것처럼, 구한말 조선은 쇄국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 쇄국정책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결국 위정자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고자 함이었다. 조정은 수구파와 개화파 그리고 위정척사파로 분열돼 반목하고 허송세월하다가 마침내 그리고 필연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외부의 세계는 급변했지만, 내 마음은 오로지 일편단심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어떻게 하든 자신이 쥔 기득권을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탐욕과 권력욕이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고 나라를 잃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 쇄국주의라는 배타성은 모두 외부자에 대한 근거 없는 멸시와 조롱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왜놈', 병자호란 때는 '오랑캐' 그리고 대원군 당시에는 '서양오랑캐(洋夷)'였다.

우리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영향력이 가장 강력하게 미치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국제정치학 교과서에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외부의 세계에 대단히 둔감하다. 엄청난 해외여행 붐으로 우리의 여행수지는 갈수록 큰 적자를 보이지만, 그것은 결코 국제 감각의 발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반면 국내 차원의 논쟁과 무조건 반대에는 모두들 특별하게 예민하고 치열하다. 역사와 전통의 많은 부분은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다만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의 역사와 전통은 계승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일본과 군사협력?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활동? 불가능하다

이웃하는 국가 간에는 모름지기 상호 우호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본과도 당연히 우호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다만 일본이 과거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고 심지어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도 일언반구 사과조차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우호 관계는 어렵다.

가령 일본 자위대가 우리 영토에 다시 진입해 군사훈련을 한다면, 과연 우리 국민들이 용인할까? 아마 절대다수가 반대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 단계에서 일본과의 군사협력이란 미국과 일본이 아무리 희망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에 대한 언론보도, 역지사지의 시각 필요

오늘 이 나라의 외교국방 분야를 주름잡고 있는 이른바 전문가 그룹의 구성은 단순히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다. 가히 100% 순혈의 보수 일색이라 할 정도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른바 균형외교와 자주국방은 처음부터 상상하기도 어렵다. 숲이란 그것을 구성하는 수종이 다양할수록 번성하는 법이다.

최근 대통령의 방중을 둘러싸고 발생한 언론 보도의 '경향성'은 기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잘 투영하는 현상이었다. 가령 우리 민족이 가장 뛰어나고 우수하다는 민족적 자부심은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타민족을 모욕하거나 조롱하는 논리로 발전돼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 언론과 학자들은 쉽게 중국의 '독재'나 '공안의 폭력성', 혹은 '강제철거' 등등으로써 '후진성'을 매일같이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도 불과 10년 전이나 2,30년 전에 그러한 일들을 겪었고, 사실 1년 전 박근혜 시대에 그러한 일들이 있었지 않은가? 미국에서도 막무가내 경찰의 폭력성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가? 또 중국 하면 우리는 흔히 '짝퉁'을 연상한다. 하지만 2016년 중국이 출원한 특허 건수는 압도적인 세계 1위로서 2~4위를 차지한 미국, 일본, 한국의 특허 건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았다.

온라인 가상세계가 보편화된 오늘날, 언론 보도는 실시간으로 전파돼 해당 국가의 민족감정을 극심하게 자극할 수 있다. 모쪼록 '역지사지'의 관점으로 신중해져야만 한다. 만약 중국 언론에서 터무니없이 우리를 모욕하거나 조롱하는 보도를 한다면, 우리의 민족감정은 필연적으로 악화되고 이로 인해 결국 양국관계도 해치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정부 간의 외교만이 외교와 국익의 전부가 아니고, 언론 보도 역시 외교와 국익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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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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