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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승민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

바른정당 '유승민 체제' 출범…첫날부터 정계개편 화두

정계 개편의 '약한 고리'로 지목돼온 바른정당이 13일 전당대회를 열고 자강파의 수장인 유승민 의원을 새 당 대표로 선출했다. 유 의원의 당선 일성은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통합' 전망에 대해 "노력할 것"이지만 "막막하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국민의당과의 '중도 통합'에 대해 우호적 분위기가 감지됐다.

유승민 당선 일성은 '자강', 그러나…

유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 투표 및 여론조사 합산 결과 56.6%를 획득, 과반 득표에 성공하며 무난히 대표에 당선됐다. 당 대표와 동시 선거한 최고위원에는 하태경·정운천·박인숙 의원이 뽑혔다.

유 신임 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자강' 의지를 천명하는 한편 당을 떠난 탈당파 9명에 대해 날을 세웠다. 유 대표는 "잔칫날인데 마음이 무겁다"며 "지난 1월 33명의 국회의원들이, 지도에도 없는 '개혁 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바른정당을 만들었는데 불과 열 달도 안 돼 22명이 떠났다. '도저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버리고 떠나온 그 곳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뜻한 곳, 편한 길을 찾는다. 인지상정이고 이해한다"면서도 "그런데 최소한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하는 게 정치 아니냐. 정치는 뜻이고 신념"이라고 탈당파들을 비판했다. "지난 1월 '썩은 보수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온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시작했다. 그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느냐. 희망을 버리고 뜻을 꺾을 만큼 달라졌느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봤지만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할 만큼 스스로 최선을 다했느냐"고 그는 강조했다.

유 대표는 "전투에 투입되면 내가 맨 먼저 적진을 밟을 거고, 내가 맨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거다.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한 전쟁 영화의 대사를 인용하며 "우리가 똘똘 뭉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강철같은 의지로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 봄이 와 있을 것"이라고 '자강'을 거듭 강조했다.

▲유승민 의원이 13일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프레시안(최형락)

유 대표는 정치권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보수 통합' 또는 '중도 통합' 등 정계 개편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우리가 합의한 대로 나라의 미래와 개혁의 길에 대해 뜻을 같이 하는 '중도 보수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하자"고만 언급했다. 바른정당의 지향에 대해 그는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보수"라며 "안보와 경제는 강하게 만들고, 민생은 따뜻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유 대표가 취임 직후 가진 첫 간담회에서부터, 관심은 '통합'에 쏠렸다. 앞서 지난 8일 바른정당 의원들은 간담회를 갖고 '새로 선출될 지도부가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한 달 내로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데에 의견을 모은 상태이기도 했다. 기자들의 질문도 여기 집중됐다.

유 대표의 답은 이랬다. "한국당에 가신 분들이 마지막에 요구했던 것이 전당대회 한 달 연기, 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였다. 전당대회는 연기되지 않았고 그 분들은 탈당했다. (당에) 남아 있는 분들은 '중도-보수 통합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에 합의했다. 한국당에 대해서도 창구를 만들고,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창구를 만들어서 그런 논의를 진행해볼 생각이다. 12월 중순까지 한 달 내의 기간 중에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자는 합의가 있었는데, 저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제 말을 지킬 것이고 진지하게 노력할 것이다. 의원들 합의로 각 당과의 창구를 만들어 노력하겠다. (그러나) 새 지도부가 들어선 직후에 통합 노력만 하고 다른 일을 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방선거 준비, 당의 대표 정책을 분명히 하는 것, 민주공화국의 기본질서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해 당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노력을 해나가면서 각 당과는 대화 창구를 통해 노력해 보겠다."

한국당과의 연대나 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발언은 전혀 아니었다. 유 대표는 이런 말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당과는 그렇게 교감된 게 별로 없다. '통합 전당대회' 얘기가 (바른정당) 내부에서 합의되지 못한 이후로 큰 대화가 없었고, (통합파) 9명이 탈당한 이후 남은 11명의 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당원들이 한국당과 통합을 어떻게 논의할 수 있는지 저도 막막하다. (그 부분은) 창구를 마련해 새로 시작되는 대화 같다."

한국당에는 "통합 난망", 국민의당엔 "굳이 반대할 이유 없다"

한국당에 대한 유 대표의 태도는 국민의당에 대한 태도와 대조를 이뤘다.

"국민의당과는, '국민통합포럼' 등을 통해 우리 당 의원들이 국민의당 의원 중 우리와 연대·통합을 원하는 분들과 상당히 대화를 해 왔다. 저도 다 듣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원칙 있는 통합, 명분 있는 통합이라면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 제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연장선상에서의 통합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나아가 유 대표는 과거 자신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햇볕정책·호남에 대한 국민의당의 태도를 연대·통합의 조건으로 거론했던 데 대해 "안보와 지역주의를 말한 것은 과거를 보고 말한 게 아니라 미래를 보고 말한 것"이라고 당선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명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안보 위기가 심각한데 협력·통합을 하겠다는 정당들이 안보에 대해 다른 얘기를 꺼낸다면 그런 혼란이 어디 있겠느냐. 앞으로 안보 문제 인식과 해법에 생각을 같이할 수 있느냐는 점을 중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역 문제는 우리 정치권이 역대로 영호남 지역주의 청산·극복·탈피를 오래된 과제로 해왔다. 어느 당과 연대·통합을 하자 해도 지역주의 극복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원론을 강조했다. 자신의 인터뷰 발언이 이런 원론 수준의 얘기였다는 취지다. 그는 "호남 배제, 이런 표현은 제가 쓴 적도 없고 제 마음 속이나 머릿속에 있지도 않다.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것을 '호남 배제'라고 하며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정치가 구태 정치"라고 부연했다.

유 대표의 언급은 당내 분위기에서 특별히 '튀는' 발언이 아니다. 박인숙 신임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장에서 "저의 마지막 정치 여정"이라며 "보수 중도 개혁의 추진차가 되겠다"고 했다. 외빈들 가운데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김관영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사회자 요청으로 특별히 즉석에서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김 총장의 인사말은 "어려운 길을 걸어가는 바른정당 동지 여러분께 진심으로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 새로 선출한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서 다당제의 중심에 서기를 기대한다"는 평범한 축사였지만, "제가 민주당에 있다가 국민의당에 와서 (여러분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특히 이번에 9명이 복당했는데, '회귀 본능'이 있다"며 동병상련을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단 유 대표는 이혜훈 전 대표와는 달리, 홍준표 한국당 대표에게도 취임 인사를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오후에 예방을 신청했고 조율 중"이라며 "홍 대표가 저를 만나지 않겠다고 거절하지 않는 이상 가서 얘기하고 야당으로서 협력할 부분에 대해 대화해 보겠다"고 했다.

바른정당은 전당대회 직전까지 김무성·김영우·김용태 의원 등 9명이 탈당 및 자유한국당 입당을 선언하며 내홍을 겪었고, 일각에서는 추가 탈당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러나 지난 9일 홍 대표가 "이제 문을 닫겠다"며 바른정당에서 추가 탈당이 발생하더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오히려 당 내부는 안정을 찾고 있는 상태다.

이날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앞두고 바른정당은 6인의 전당대회 후보자들에게 '완주 감사패'를 전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경선을 완주해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크리스털 상패였다.

유 대표는 추가 탈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최대한 설득하고 있다"며 "많이 안정을 찾은 분도 있고, 아직 좀더 설득이 필요한 분도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홍 대표의 '문들 닫겠다' 발언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고는 "제가 언급할 필요 없는 얘기 같다. 홍 대표에게 물어보라. 문이 닫혔다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만 했다.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출마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유승민號 바른정당의 항로는?

한편 유 대표는 대표직 수락연설과 취임 간담회를 통해 바른정당의 지향을 제시하는 한편 현안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언급했다. 유 대표는 "정책적 지향점이 분명한 정책정당으로 나아가겠다. 대선공약을 재점검해서 약속을 지킬 부분과 수정할 부분을 명확히 하겠다"며 "사드 배치, 핵 공유와 전술핵 재배치,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한 북핵 해결은 원래 바른정당의 브랜드였다.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시작한 '혁신 성장'도 저와 바른정당이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경제성장 해법이었다"고 주장했다. '안보와 성장은 보수'라는 것.

유 대표는 이어 "복지는 중부담-중복지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되, 가장 고통받는 빈곤층, 취약계층의 문제부터 책임 있게 단계적으로 해결하겠다"며 "노동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여성과 청년 노동자들의 차별을 시정하는 동시에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헌법 개정, 선거제도 개편,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 부정부패 척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민주공화국의 기본질서에 대해서도 우리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질문받고 "(현행 선거제도는) 유권자 한 분 한 분의 뜻을 국회에 정확히 반영하는 데 부족한 제도"라며 "그런 문제 인식에 있어서는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든, 국민의당이든 100%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구체적 대안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냐, 그렇다면 지역구는 몇 석으로 할 것이냐, 지역구는 중선거구제냐 대선거구제냐, 이런 문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다 열어 놓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권력구조 개편 개헌에 대해서는 4년 중임제 주장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유 대표는 "그 부분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검찰 수사가 전직 대통령까지 확대될지 여부도 아직 불분명하다"며 "미리 예단해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피해 갔다.

앞서 이날 전당대회장에서는 하태경 신임 최고위원이 "낡은 보수에 대한 가열찬 투쟁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국민들은 '낡은 보수'에는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MB정부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에 심판만 보려 하지 말고 우리가 적폐 청산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며 "지금 한국당에 '낡은 보수 3종 세트'가 다 모여 있다. 홍·박·무 3종 세트를 이제 우리가 청산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하 최고위원이 말한 '홍·박·무'란 홍준표 대표와 친박, 그리고 김무성 의원의 별명인 '무대(무성 대장)'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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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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